재단 포커스
[대담]정몽준 이사장 - 佛 기 소르망 교수 | 등록일: 2010.1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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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정몽준 이사장 – 佛 기 소르망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2010년 9월 환경주의자들과 지구 온난화 정몽준: Progress and Its Enemies라는 교수님의 저서 제목은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그의 적들』이라고 번역되었지요. 교수님께서는 저서에서 환경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는 사람들(environmental alarmists)이 지구온난화의 추세를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실패로 끝난 것을 축하하기도 하셨지요. GMO-유전자 변형 식품-를 비롯한 유전자 공학을 지지하고 계시고요. 교수님의 견해는 일반적인 인식이나 경향과는 달리 상당히 독특합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그룹과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하는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0~20년 전에는 두 그룹이 대등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빙하기의 도래보다는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교수님께서 철학적∙윤리적 관점은 간과한 채 경제발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굉장히 어려운 주제인데요, 가능한 한 명확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생태주의운동 (ecological movement)은 그 성격이 매우 모호한 (ambiguous)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생태주의운동은 과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도 갖고 있습니다. 녹색운동 (Green Movement)은 정치 운동입니다. 과학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이용하는 정치운동이죠. 제가 정치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환경운동가들의 야심이 정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유 시장 체제 (free market society)를 싫어합니다. 자본주의도 싫어합니다.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도 싫어합니다. 물론, 그들의 이런 견해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태주의운동의 문제는 자신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과학적인 논리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들이 꿈꾸는 것은 다른 사회 (different society)입니다. 그들은 재활용된 좌파주의자(recycled leftists)들입니다. 지도자들의 면면만 살펴보더라도 그들 대부분은 녹색운동에 참여하기 이전에는 마르크스주의 단체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유럽, 일본, 미국의 경우에 모두 그렇습니다. 90년 대에 마르크스주의운동이 실패하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생태주의자로 변신하였습니다. 현존하는 사회에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는 늘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냅니다. 이들에게 녹색운동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왜냐하면 녹색운동은 이성적 (rational)이고, 과학적 (scientific)이고, 비정치적 (apolitical)이며, 윤리적 (ethical)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녹색운동의 이런 위선입니다. 그들은 과학 뒤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숨기고 있습니다. 둘째로, 과학적 준거(scientific rationale)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문명을 무엇으로 보아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저는 서구의 오랜 유대기독교 전통에 속한 사람입니다. 저는 인간을 자연 위에 두고 문명이란 기술적 진보에 기반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통제 함으로서 인류의 존엄성을 증진시켜 올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인간 사이에 논쟁(debate between trees and man)이 벌어진다면, 저는 인간의 편을 듭니다. 인류는 자연보다 더 중요합니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언제나 기술의 진보와 자연사이의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생태주의자들은 자연을 선(善, good)한 것으로 간주 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반드시 선한 것만은 아닙니다. 매우 나쁜 것 (bad)일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모든 진보는 항상 자연에 대한 승리를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저는 녹색운동가들이 내세우는 자신들의 윤리성을 새로운 종교로 봅니다. 서구문명권에서 종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공격받고 있습니다. 녹색운동은 새로운 이교도(異敎徒, paganism) 신앙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상 새로운 종교입니다. 생태주의운동은 세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좌파적 성향의 정치운동이자, 자연을 옹호하는 윤리적 운동이며, 종교운동입니다. 녹색운동가들과의 토론이란 불가능합니다. 그들과는 이성적인 토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신으로 간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 내에서도 기독교의 영향력이 약해진 지역에서 녹색운동이 더 강하다는 사실입니다. 기독교정신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였고 인간을 위한 방어막과 같았기 때문에, 녹색운동은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와 같이 기독교의 영향이 약해진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가 쇠퇴하면서 이교주의적인 형태를 지닌 반발이 일어난 것이지요. 과거 이교주의적 전통이 강했던 미국과 스칸디나비아, 독일에서 이교주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녹색운동가들과 이런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자 할 때면, 늘 과학적 논쟁이 아닌, 신학적 논쟁이 되어버립니다. 다음으로 과학과 지구 온난화 (global warming)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기후에도 어떤 경향(trends)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가 많은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농업을 증진시키고 추운 기후권에 있는 나라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부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지구 온난화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둘째, 사람들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 추세(global warming trend)와 언론이 지구 온난화의 증거라며 보도하는 사건들(events)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We have no proof of global warming). 언론과 정치의 조작만 있을 뿐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지구 온난화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5-60년 동안도 지구 온난화 현상의 영향을 체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지구 온난화란 모호한 것입니다. 셋째로,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산업이 배출하는 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의 일부 라는 것은 아마 사실일 것입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산업배출 가스는 측정이 가능합니다. 과학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측정할 수 없는 것 보다는 측정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측정 가능하다는 이유로 산업배출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예를 들어, 우리가 측정할 수는 없는,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도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요인 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도 있는 한 측면에만 주목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측정할 수 있는 것만이 실재하는 것이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합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연구는 이런 착각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 알고 있는 듯 한 것, 그리고 모르는 것으로부터 그들의 정치적 의도를 구별해 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모든 것을 뒤죽박죽 섞어놓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만약 미래에 정말로 지구 온난화가 일어 난다고 해도, 우리는 진일보한 과학과 공학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해수면이 높아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 산업 발전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자연에 맞서서 싸우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방출량 조절에 관한 모든 논쟁의 결론들은 너무나 극단적입니다. 만일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발전을 중지한다면, 이는 인류에게, 특히 후진국에게는 재앙과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기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고요. 우리가 이산화탄소 방출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해도 향후 4~50년 동안은 기후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입니다. 영향을 준다 해도, 아주 미미할 것입니다. 저는 과학의 진보를 믿습니다. 산업생산을 보더라도 유럽, 미국, 한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오히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생산해 냅니다. 문제는 인도나 중국과 같이 석탄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후진국들에 있지요. 그래서 최근에 이 국가들은 석탄연료에 대한 과잉 의존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와 과학의 구분 또한 필요합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고 지구 온난화 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무공해 에너지인 원자력 에너지에도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은 환경운동가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단지 개발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뿐입니다. 생태주의자들의 또 다른 문제는 그들이 무엇을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있지만 그들이 무엇을 찬성 (지지)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태주의자들은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사람들과 토론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녹색운동과 정치 정몽준: 교수님께서는 실패한 좌파들이 그들의 정치적 목표를 녹색운동 뒤에 숨기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 소르망: 그들의 정치적 목표는 대부분 부정적(negative)인 성격의 것입니다. 이전의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이 꿈꾸던 모든 소망이 지난 25년 사이에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련은 붕괴했고 중국조차도 자본주의를 맹렬히 쫓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 더 평등한 사회를 꿈꾸지만 그들의 꿈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낙원을 찾으려는 것은 인간 본성의 한 부분입니다. 결코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 또한 인간 본성의 한 부분입니다. 현실세계는 별로 흥미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세계는 실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과 윤리학에서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지,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현세 혹은 내세에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을 해 왔습니다. 생태주의자들은 낙원을 찾고자 하는 운동의 후예이고 이는 그 자체적으로는 존중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저는 이 부분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위선 (hypocrisy)입니다. 그들은 논쟁에 정직하게 임하지 않습니다. 저는 현실이 매우 복잡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얼마든지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불평등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 점 또한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바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자신들을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들과 맞서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들은 지구 온난화를 믿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믿을 것이냐, 안 믿을 것이냐 (belief)의 문제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 운동입니다. 공산주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산주의는 부분적으로는 종교였고 부분적으로는 과학이었습니다. 제가 거부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그들이 과학자인 척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주의도 원래는 과학인 척 하였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신들을 과학적 사회주의자라고 칭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상당히 비슷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몽준: 교수님께서는 녹색운동이 종교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인지요? 기 소르망: 녹색운동은 과학이 아닙니다. 신앙입니다 (It is a belief).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자연의 정몽준: 엘 고어 (Al Gore)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엘 고어는 과학 데이터를 마치 사실(facts)인 것처럼 이용했습니다. 데이터는 예측 (predictions)이고 이론(theories)일 뿐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데이터들은 실제로 측정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예상치 (projections) 일 뿐입니다. 현 시점에서 해수면 상승을 측정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은 건조한 날씨 때문이지, 높은 온도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남극에서는 오히려 빙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몽준: 남극의 빙하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습니까? 기 소르망: 이것은 크리천사이언스 모니터 (http://www.csmonitor.com/Environment/2008/0110/p14s01-sten.htm), 폭스 뉴스 (http://www.foxnews.com/story/0,2933,517035,00.htm) 등을 통하여 보도된 사실들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전지구적 현상이 아닙니다. (The phenomenon we call global warming is not really a global phenomenon). 지구 온난화의 효과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눈과 빙하에 대한 논쟁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킬리만자로 산 에서 눈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의 날씨가 과거보다 더 건조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세계의 어느 지역은 기후가 더 건조해지고 있고 또 다른 지역은 덜 건조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전산화된 예측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런 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드뭅니다. 그리고 우리가 컴퓨터에 입력한 데이터라는 것도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정되는 것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제외된 것이고요. 사람들은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런 결과들이 관찰할 수 없는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엘 고어의 문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우리가 모르는 것을 착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엘 고어는 북극곰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사실 북극곰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facts)입니다. 정몽준: 북극곰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는 있습니까? 기 소르망: 물론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금방 나옵니다.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dn11656-climate-myths-polar-bear-numbers-are-increasing.html, http://info-wars.org/2010/03/19/polar-bear-increase-disproves-%E2%80%98man-made%E2%80%99-global-warming-theory/) IPCC는 정치적인 집단입니다. IPCC는 사람들을 오도하고 있으며, 좌파지향적입니다. IPCC는 반자본주의적 단체입니다. 그들은 미국을 싫어합니다. 언론은 나쁜 뉴스를 좋아하고 자본주의나 발전 같은 주제는 인기가 없습니다. 사회학에서 왜 젊은이들이 언론사에 들어가려 하는지, 왜 기자가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기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사회를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많은 기자들은 더 좋은 세계를 건설하려는 철학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지요. 어쩔 수 없는 경향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안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몽준: 언론이 이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다루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 소르망: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언론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스트리트 저널의 사설이나 칼럼(opinion page)은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논쟁의 양면을 다 소개합니다. 인터넷 웹사이트도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이데올로기가 주요 미디어를 통해 너무나 강력해지자, 소수 단체, 개인, 과학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것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며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언론매체를 읽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미디어 영역은 아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사용하지요. 미국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웹사이트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있었는데 이 연구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지구 온난화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웹사이트들이 언론사들이 만들어내는 과장들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지요. IPCC이야기로 되돌아갑시다. 지구온난화라는 이데올로기에 동조하지 않는 많은 과학자들이 IPCC에서 제외되었습니다. IPCC회장 때문입니다. 그는 기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가 IPCC를 맡고 있는 이유는 그가 홍보에 능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원래 인도에서 철도 엔지니어였습니다. 저는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는데, 그는 환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찾고 있는 수완 있는 정치인에 불과합니다. 또, 1991년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는 사회주의 국가였습니다. 인도의 많은 학자들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정치적 이념을 찾기 시작했고 자연을 보호하는 이념을 선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선은 수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던 중 지구 온난화라는 담론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그들에게는 아주 좋은 담론이었습니다. 우리는 녹색운동이 지구 온난화 얘기가 나오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굉장히 과학적인 이슈인 것처럼 보이는 지구 온난화 담론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엘 고어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엘 고어의 연설들을 보면, 그가 언급하는 데이터의 숫자가 매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지구의 기온이 매년 화씨로 일 도씩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데이터의 숫자를 키우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죠. 10년 전에 그는 해수면 수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습니다. 엘 고어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상황을 훨씬 더 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에게 “만약 지구 온난화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렇더라도 자신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전 인류가 상호의존 할 수 밖에 없다는 공동정신을 함양하고 보편적 세계 윤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지구 온난화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진정 중요한 목표는 상호의존성을 함양할 수 있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목표입니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인류의 정신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그의 거대한 야망을 위하여 이용할 뿐입니다. 지구 온난화 (global warming)와 기후 변화 (climate change)의 차이 정몽준: 저는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으니까요. 한국의 기후가 열대기후로 점점 변하고 있어서 이제 한반도 한복판에서도 파인애플을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 변화와 최근 파키스탄이 겪은 홍수를 설명하실 수 있습니까? 기 소르망: 구별을 좀 하겠습니다. 기후변화 (climate change)는 실재합니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더 적합한 말입니다. 오바마도 더 이상 지구 온난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묘사하기 위하여 기후 변화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지구 온난화는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요. 일부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일부 지역은 더 추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진짜 문제는 산업배출 가스와 기후 변화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양자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아직 전혀 모릅니다. 기후 변화는 산업화 이전인 19세기 말에 시작되었습니다. 1960년대 이후에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세계화와 산업화는 196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산업배출 가스와 기후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기란 힘듭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지구 온난화보다 훨씬 더 좋은 개념입니다. 기후 변화는 때로는 긍정적일 수 있고, 때로는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이 더 좋은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파인애플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면, 그냥 파인애플을 재배하면 됩니다.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중세시대 이래의 농업을 살펴보면 농작 패턴은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포도 농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16, 17세기까지 영국은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프랑스 북쪽에서도 와인을 생산했고요. 17세기 초반에 날씨가 훨씬 추워지면서 유럽의 남부지역이 포도재배지역으로 변했습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래로 기후는 다시12세기와 13세기 때와 비슷해졌습니다. 지금의 기후는 12세기 때와 비슷합니다. 현재 우리는 8세기 전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기온 변화는 지속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Temperature change is not continuous). 지역에 따라 많은 편차가 있는 현상입니다. 저는 과학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믿을만한 기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유럽에 대해 더 나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요.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로마제국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몽준: CO2 방출이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다른 변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소르망: 태양의 운동주기나 태양의 흑점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이런 것들이 왜 발생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압니다. 이것을 어떻게 측정할지는 알지 못하지만요. 또 다른 요소는 지구 자체가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태양을 향한 지구의 경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북극이 왜 점점 더 따뜻해지고, 남극이 왜 점점 더 추워지는지를 설명하기는 몹시 어려운 일인데요. 이것은 아마도 태양에 대한 지구의 경도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이를 측정할 만한 방법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정몽준: 쌀이 어떻게 메탄가스를 방출하지요? 기 소르망: 쌀이 재배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는 마치 소의 소화과정에서 메탄이 방출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저는 저의 이러한 입장이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인간 대 자연이라는 논쟁은 윤리적인 논쟁입니다. 저는 철학적 선택을 소중히 여깁니다. 저는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 자연을 보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불변적 (不變的, constant)인 것이 아닙니다. 항상 변합니다. 영구 불변한 (eternal) 자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태주의자들은 자연이란 개념을 정의하지 않은 채로 사용합니다. 그들은 자연이 마치 성경에 나오는 개념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그들은 신에 의해서 자연이 창조되었으며 불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은 상호작용을 주고 받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 프랑스는 18세기 때보다 더 건강한 숲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성비 문제는 새로운 농업 기술의 개발로 해결되었고, 산성 숲 문제도 시장의 원리로 해결되었습니다. 아황산 가스에 대한 가격을 매김으로써 아황산가스를 배출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손해가 되게 하였습니다. 결국 문제는 시장의 원리를 이용하여 해결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공해문제가 시장의 원리를 통해서 해결되었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성 문제 정몽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시장에 두 가지 대표적인 유전자 변형 작물이 있습니다. 옥수수 (maize)와 목화 (cotton)입니다. 시장에 나오기 전 실험실에서 20년 동안의 시험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유전자 옥수수와 목화가 시장에 나온 지도 15년 되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건도 말입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다른 어떤 약품보다도 더 엄격한 시험과정을 거칩니다. 이 두 가지 작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시험과 보호조치에 의하면 이 작물들은 자연, 인간, 동물에 무해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지식의 한도 내에서는 안전합니다. 우리가 아는 한에는 안전하다는 얘기입니다. 유전자 변형 작물의 이점과 단점을 비교해 보면 이점이 단점보다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전자변형작물은 가격이 비싸지만, 해로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요. 정몽준: 시간이 더 지나서 유전자 변형 작물의 위험성이 드러나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 소르망: 식물 재배기간을 단축해서 진행한 실험들이 있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보통은 일년이 걸리는 재배기간을6개월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을 20년 동안 시험 했다면, 이것은 곧 자연상태에서 40 년의 시험 기간을 거친 것과 같은 것이지요. 물론 어느 누구도 유전자 변형 작물이 영구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는 없습니다. 그런데 실상 유전자 변형 작물이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자연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제거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요소를 사용합니다. 단백질을 추출해서 세포단계 (cellular level)의 옥수수와 목화에 주입하는 것으로 또 다른 세대의 옥수수와 목화를 재배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은 자연적으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수백 년이 걸렸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현상의 통제와 실험을 통해서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뿐입니다. 사실상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GMO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말하는 GMO보다 재배하는데 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요? GMO는 자연순환 과정의 재현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컴퓨터나 플라스틱 같은 합성소재가 아닙니다. 두 개의 자연 요소를 실험실에서 합치는 일입니다. . GMO는 반-자연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연적 진화를 통제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우리는 GMO의 영향과 우리가 이전에 이용했던 것들의 영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현재 유전자 변형 목화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변형종(hybrid)을 사용했는데, 이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매우 해로운 살충제를 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유전자 변형 작물 덕분에 이 문제는 사라졌습니다. 정몽준: 기후변화 문제로 돌아가서, 교수님은 8 세기 주기 (8-century cycle)에 대한 언급을 하셨는데요. 바닷물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측정이 옳다고 보십니까? 기 소르망: 아니요, 옳지 않습니다. 각각의 계산은 옳겠지만, 모든 것을 다 섞어 ‘평균 온도’ (average temperature)를 산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평균 온도’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어떤 것도 ‘평균’이란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무엇과 비교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십 년 전에는 바다 온도를 측정할 만한 도구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위성을 사용해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십 년의 기간은 너무 짧습니다. 적어도 50 년은 있어 봐야 합니다. 사실 작년에는 기온이 떨어졌었는데, 아무도 그 이유는 모릅니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아직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과거로부터의 자료가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평균’이란 의미가 없습니다. 기후 변화 현상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어떤 지역은 매우 건조해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건조한 것은 기후 변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와 환경문제 정몽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 중 하나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있습니다. 한국은 산림을 푸르고 울창하게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던 반면, 강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큰 홍수와 가뭄 문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했고, 강의 수질 문제 또한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정부적 차원에서 강을 보존 하고 관리하기 위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에는 87조원을 들여 강을 정비하려고 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분의 1 규모인 22조원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4대강 사업을 통해 하려는 일은 강을 준설해서 강바닥에 축적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여러 종류의 소규모 댐을 건설하여 홍수를 대비하고 수위를 조절하려는 하는 것입니다. 이 중 몇몇 댐들은 물속에 있어서 겉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일부 가톨릭 주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것이 정말로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기 소르망: 우선 강을 관리하는 원칙에 있어 우리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물의 사용이 과거와 같을 수 없지요. 따라서 강을 관리하지(maintain) 않으면 인간과 강의 관계가 파괴될 것입니다. 강에 손도 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비합리적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강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홍수를 비롯한 여러 재난이 발생하게 됩니다. 파키스탄의 홍수와 카트리나를 언급하셨습니다만 이러한 재난들은 유지와 보수 (maintenance) 부족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지역에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연을 변형시키게 됩니다. 강을 유지, 보수하지 않으면 자연재해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홍수나 공해와 같은 것들을 방지하고 싶다면 지속적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인간을 빼버린 채 자연을 논하는 것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일입니다. 카트리나, 파키스탄 홍수, 그리고 중국 북부에서 일어난 일을 자연재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수자원과 인구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 일들입니다. 중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부실한 유지, 보수와 엉터리 건축기술이 재난을 만듭니다. 이런 문제들은 수자원을 이용하는 인구가 증가할 수록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수자원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언제나 인간과 관계 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주교들의 주장에서 이상한 점은 그들은 마치 한국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분명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한국에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은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관리해야 합니다. 문명의 시작 이래로 자연은 인간에 의해 관리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나무를 자르고, 쌀을 재배하고, 강을 보수해 왔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래왔습니다. 만약 우리가 주교들의 말대로 하려면, 쌀을 재배하는 것 또한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3천년 전에는 한국에는 쌀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주교들의 논리대로 라면 쌀을 재배함으로써 바로 신이 주신 땅을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억지스런 논리입니다. 저는 가톨릭 교회의 목적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교들의 주장에는 신학적인 모순점이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목적은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지 강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몽준: 교수님은 참 쉽지 않은 발언을 하십니다. 기 소르망: 나는 내일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표가 있습니다. (웃음) 가톨릭의 종교관은 인간을 자연보다 우위에 둡니다. 이것은 성경에 나와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가톨릭 주교들이 자연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교들은 왜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걸까요? 여기에는 어떤 종교적 혹은 과학적 합리성도 내재되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왜 종교와는 무관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낙태문제에 있어서는 교황이 모든 가톨릭 교도들이 따라야 할 지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교황은 한국의 4대강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침도 내린 바가 없습니다. 정몽준: 한국은 1961년부터 1987년까지 군사정권 아래에 있었습니다. 1987년이 되어서야 대통령 직선제를 시행했지요. 군사정권이 26년간 지속되었는데요.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기 위한 저항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스스로를 “정의 구현 사제단” 이라고 부르며 정권에 항의하는 사제단도 이 시기에 등장했고요. 즉 한국의 학생들과 사제들 사이에 정권에 저항하려는 일종의 전통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물론, 그것도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지요. 라틴 아메리카의 브라질은 가톨릭 교회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것을 계기로 지금도 매우 좌파 편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여러 개신교 교파들이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정치적 현안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개신교가 조금 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도 정권에 저항하는 일종의 전통과 더불어 종교 집단 사이의 경쟁 이라는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개신교 교회가 급증하면서 어디에서나 가톨릭 교회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카톨릭 교회는 정치적 활동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파해 나가려 하는 것이지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20년 전 브라질에서 일어났던 일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가톨릭 교회도 친환경 성향을 가졌습니다. 숲을 보호하자, 원주민을 보호하자, 불평등에 저항하자, 자본주의를 타파하자와 같은 구호들이 브라질 가톨릭 교회의 어젠다가 되었습니다.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정몽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교수님께서는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스탠포드, 하버드 같은 좋은 대학들이 미국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캠브리지 대학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기 소르망: 상해 교통대학교(上海交通大學)가 발표한 세계 대학순위에 의하면 상위 25개 대학을 보면 그 중 23개는 미국 대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캠브리지 대학도 매우 국제적인 대학입니다. 또 다른 영국 명문대인 옥스포드와 분위기가 다르지요. 오히려 미국 대학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단지 미국이라는 지역에 자리잡고 있을 뿐, 전세계에서 학생들을 다 수용합니다. 미국 대학이 우수한 것은 그것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에 좋은 교수, 연구원 그리고 전세계의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캠브리지 대학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80퍼센트의 학생들이 영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교수와 학장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적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국제적인 장소를 만들고 좋은 교수와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느냐입니다. 제가 ‘미국 대학’ 이라고 말할 때 저는 효율성, 비즈니스와 학교 간의 연결 관계, 민간 자금지원, 연구의 독립성 등이 바탕이 된 모델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대학이 꼭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미국의 대학들이 이런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몽준: 한국의 대학들에 조언하고 싶으신 것은 없으십니까? 기 소르망: 매우 간단합니다. 대학의 수를 줄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여건이 열악한 (mediocre) 대학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대학을 직접 방문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교들은 진정한 대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좋은 단과대 정도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좋은 종합대학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한국 대학들의 약점은 국제화가 너무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국인 학생들과 교수의 수가 너무 적어요. 교육부 장관이 이미 이런 사항들을 언급한 바 있지요. 로비가 너무 강력하여 국제화 과정을 진척시키기 힘들다고요. 미국 대학 모델이 최선의 모델이긴 하지만, 미국에도 역시 부실한 대학들이 많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좋은 학교에도 부실한 학과들이 있고, 좋지 않은 학교에도 훌륭한 학과가 존재합니다. 정몽준: 한국에서는 평등주의 원칙이 교육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학생일 때 저는 대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도 입시를 치러야 했습니다. 정부는 중고등학교 입시제도를 폐지했는데요. 이러한 결과 중 하나로 교실붕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의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선생님은 가르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방과 후 학원으로 갑니다. 학부모들은 비싼 학원비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시달립니다. 여러 조사결과에 의하면 교육부가 예산을 가장 많이 책정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정부의 교육 예산 총량을 초과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인 서울대를 없애면 학생들간의 경쟁도 없어질 것이고 따라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를 절감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해결책을 생각할 정도로 한국의 교육문제는 심각한데요.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프랑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그 해결책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강화하고, 최고를 추구하고, 민간부문(private sector)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외국 석학들을 초빙해 와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려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것은 개념적인 문제(conceptual problem)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 (political problem) 입니다. 어떻게 “대학개혁”을 대중이 납득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정몽준: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대학개혁을 통해 재정 부담이 감소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기 소르망: 대학이 줄어들면 학생수도 줄어듭니다. 종합대학이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전문학교로 보내져야 합니다. 사기업은 연구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 기업과 학교 양쪽 모두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학교의 재정 부담도 줄어들 것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오히려 명확합니다. 문제는 어떤 정치적인 방법을 통해 이러한 개혁 방식을 도입하고, 대중에게 개혁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느냐 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한국의 모든 소도시들은 각자의 대학을 가지고 싶어하고, 모든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싶어합니다. 만일 임의로 어느 지역의 단체장에게 당신 지역의 학교는 효율이 떨어지므로 폐쇄한다고 하면 정치적인 분란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는 대학에 갈 실력이 없으니 자녀를 기술대학으로 보내라고 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요. 정몽준: 이것은 단순한 대학개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와 관련된 문제라는 말씀이신가요? 기 소르망: 네. 당연히 대학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몽준: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사회 개혁이 필요할까요? 기 소르망: 만약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재정이 부실한 대학들을 폐쇄시키려 한다면, 그것에 대한 다른 급부를 제공해야 합니다. 기술학교를 만드는 식의 방법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독일의 도제 시스템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 민간부문과 논의해야만 합니다. 독일의 도제시스템은 100퍼센트 사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합니다. 독일 산업이 전문적인 기술가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부담을 민간부분이 대신해야 합니다. 정몽준: 예가 될만한 모델은 없습니까? 기 소르망: 독일, 스위스의 경우가 좋은 예가 될 것 입니다. 독일의 벤츠사의 본사가 있는 스튜트가르트 의 베프템베르시스템을 보셔야 합니다. 그 곳의 웹사이트와 상공회의소의 웹사이트를 보면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민주화와 동북아 정책 정몽준: 이제 국제관계 문제로 넘어가보죠. 중국과 인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교수님은 중국에 관한 ‘중국이라는 거짓말’ (The Empire of Lies)라는 책과 인도의 민주주의와 경제적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을 각각 쓴 바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비관적이고 인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약 15 년 전쯤 중국에서 열린 여러 국가의 총리들이 참여하는 포럼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중국의 총리는 중국은 더 많은 시간 (time)과 공간 (space)이 필요할 뿐 외국으로부터의 간섭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국제 언론들은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의견차이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바오는 정치개혁을, 후진타오는 정치적 신중함을 표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체제는 오직 한 정당만을 허용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러한 두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것입니까? 기 소르망: 중국은 해외 자본의 유치와 전 세계 경제의 하도급업자(subcontractor) 역할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를 이끌어왔습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 분야를 구축하기도 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새로운 점입니다. 자동차 산업, 철도 산업, 사회기반시설 건설, 심지어는 핵 에너지 분야까지, 세계의 기업들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게 될 것 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정몽준: 중국은 생산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기 소르망: 저는 중국이 연구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는 말에는 조금 신중을 기하고 싶습니다. 중국은 국제 경제의 한 부분으로 진입해야 하는 첫 번째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제 중국은 국가 주도의 국제적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 두 번째 단계에 와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철도 건설에 대한 입찰이 있을 때 한국, 유럽, 미국 그리고 중국의 회사들이 참가들이 경쟁 할 것입니다. 중국 회사들은 예를 들면 기반 시설 건설, 교통 그리고 에너지 사업과 같은 분야들에서 경쟁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즉, 이것은 새로운 단계인 것이죠. 세 번째 단계는 혁신과 관련된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비관적인데요. 중국이 이 단계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혁신과 관련된 우수성이나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따라잡아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고요. 중국엔 많은 엔지니어들과 연구자들이 있지만 그들의 수준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 얘기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혁신이 가능 하려면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대학들은 엄청난 정치적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르기 위한 제반 상황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두 번째 단계에는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단계인 혁신의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무엇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의원님의 질문과 관련해서1단계, 2단계에는 ‘그렇다’ 라는 답을 할 수 있겠지만, 3단계인 혁신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긍정적인 답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또 다른 정치개혁에 관한 논쟁인 ‘자유(freedom)’의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중국은 현 체제로는 부패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중국은 생산량을 늘려서 빈곤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우리 모두가 아는 바대로, 빈부격차가 오히려 더욱 커졌습니다. 중국 경제는 매우 생산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로 오는 노동자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만일 매년 평균 1200만 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을 하고 여기에 이미 사회기반산업분야에 임시직으로 종사하는 1000만 명 가량이 시골에서 산업지대로 이주한다고 해도 중국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중국도 현 시스템이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사람들이 정치개혁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들은 서로 매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농촌지역의 사람들을 산업화된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입니다. 정몽준: 교수님께서는 정치개혁을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든 사안에 다 적용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 굉장히 가난했을 때에는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성공은 정치개혁을 불러오게 됩니다. 경제적 요건이 충족될 때, 사람들은 정치개혁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 소르망: 하지만 거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한국과 대만의 역사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죠. 중국의 경제개혁과 성장은 30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30년 후인 지금, 중국에는 새로운 중산층이 생겨났고 그들의 수는 2~4억 명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 체제에 들어오지 못한 10억 명의 사람도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경제 성장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활동의 주류로 편입되었습니다. 중국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미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주류로 편입돼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인구 규모와 산업의 고생산성 때문이지요. 한국에는 선박을 건조하거나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많았었습니다. 중국은 서구기술이 유입된 덕분에 첨단 기술이 발달한 편이고요. 그들은 제한된 수의 노동자만을 가지고도 많은 양을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산업화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그들은 한국, 유럽, 혹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첨단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작업을 하는 데에 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차를 100만대 더 생산하기 위해 노동자를 한 명 더 고용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농촌 지역으로부터 노동자를 충원해야 했던 한국의 경우와는 매우 다른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중산층의 성장은 매우 제한적이고, 사실 거의 멈추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10년 전부터 중국의 중산층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일어났던 경제 발전 과정은 중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에는 아직도 10억 명의 사람이 주류 경제체제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반드시 서구의 민주화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토지의 사유화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이유들 중 하나는 토지가 국가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토지를 팔고 도시로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토지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토지에 투자할 수도 없고요.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없기 때문에 토지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제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사유재산과 관련된 것입니다. 중국에서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사유화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공산당원들은 토지를 사유화하면 인민들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이 감소될 것을 두려워하고, 이런 주장에 반대합니다. 따라서 제가 말하는 정치개혁이란 선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재산과 토지 사유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정몽준: 중국에서는 낮은 단계의 정부관료를 뽑는 선거는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 소르망: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를 실시하자 매번 공산당원이 참패했기 때문에 2년 전 선거를 중단시켰습니다. 중국에서는 정당을 설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공산당원을 상대로 무소속 후보들이 출마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정몽준: 이런 선거제도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습니까? 기 소르망: 5년 동안 실시했지만, 그런 형태의 선거는 전국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실험에 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지미 카터 미국 전대통령과 함께 선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참관인 자격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선거에는 한 명의 공식 후보가 있고, 그에 대항하여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형식이었는데, 이런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산당이 선거제도를 그만둔 것이지요. 선거는 보통 최대 3천명 정도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작은 지역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매번 공산당이 패배하자 제도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공산당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정몽준: 중국이라는 이름의 거짓말 이란 책 제목은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기 소르망: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은 것이 아니라 한국 편집자가 붙인 제목입니다. 원래의 불어 제목은 “닭의 해(The Year of the Rooster)” 이였습니다. 저는 중립적인 뉘앙스를 주는 제목을 원했습니다. 책을 집필했던 일 년 동안 저는 중국에 있었고, 그 해가 바로 닭의 해였기 때문에 제목을 단순하게 ‘중국에서의 1년’ 이라고 지었던 것입니다. 저는 예측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사실 제목이 썩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정몽준: 교수님께서는 중국의 민주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능하다면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기 소르망: 권력을 가진 공산당원들과 새롭게 부상한 중산층들은 민주화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민주화를 원하지도 않고요. 민주화가 되면 이들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지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농촌지역으로 권력과 공적 투자가 이동할 것이고 경제 총생산의 성장이 인도와 같이 느려질 것입니다. 6천만에 이르는 공산당원과 공산당과 관련된 2억 명의 중산층은 민주화에 최대한 저항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중국에서는 당분간은 민주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몽준: 대만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대만이 20년 안에 중국에 흡수 될까요? 최근 로버트 캐플란 (Robert Kaplan) 이라는 미국의 학자는 20년 안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는데요. 기 소르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대만이 공산주의로 체제가 된다면, 모든 대만 사람들은 대만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런 예측은 대만인들의 저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대만에서 군사 억압이 심해지고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대만사람들은 모두 미국으로 떠나버릴 것입니다. 대만인들은 미국 여권까지 가지고 있으니까요. 만약 중국이 대만을 점령한다고 해도 오직 영토만을 점령하는 것이고 사람들까지 지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중국인들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몽준: 이제 한국과 통일 문제로 돌아가봅시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한반도의 통일에 있어서 중국과 일본의 역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중국이 한반도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통일한국은 중국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일본 또한 통일을 통해 보다 강력해진 한국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미국만이 한국의 통일을 지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강대국 일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 소르망: 저도 동의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은 중국의 식민지와 같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과 북한의 정책 사이에 어떠한 차이점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철저히 중국의 지배 하에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약해진다면, 중국이 이를 완전히 점령할 것입니다. 이것은 구소련 정권 하의 아프가니스탄과 똑같습니다. 만약 북한이 법적으로 중국의 개입을 요청한다면, 중국은 북한에 개입할 권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사실상의 식민지(de facto colony)로 보아야 하고 추후에는 법적인 식민지(de jure colony)마저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중국이 통일을 원하지 않고 미국만이 통일을 지지하는, 그리하여 한국은 굉장히 애매한 현 상태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태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결정은 중국이 내리는 것이고, 중국의 동의 없이는 통일도 이루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의 중국은 통일에 어떠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차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꼭 민주화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국가들에 보다 친화적인 정권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요. 중국은 북한에 대한 태도도 바꿀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결정에 달린 것이지요. 정몽준: 중국으로부터 보다 호의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조건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기 소르망: 글쎄요.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중국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어요. 정몽준: 중국을 G2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기 소르망: 아직은 아닙니다. 정몽준: 구매력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중국의 경제는 미국의 경제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 소르망: 하지만 제품의 질이 다르지요. 군사력도 고려되어야 하고요. 정몽준: 저는 경제력을 말한 것입니다. 기 소르망: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경제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 군사력을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전적으로 세계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보장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지 미국이 중국의 권력이나 야심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면, 미국은 언제든지 세계화 과정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태평양에서 7함대(Seventh Fleet)를 빼내는 방식을 통해서요. 정몽준: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됩니까? 기 소르망: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정몽준: 예를 들면요? 기 소르망: 중국은 석유를 수입하거나 다른 국가에 물건을 수출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예를 들면 인도에 의해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가지는 시나리오가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미국의 진정한 우방국은 인도와 베트남일 것이고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본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나 혹은 남아메리카의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서 아이폰과 같은 전자기기들을 생산할 값싼 노동력을 찾을 것입니다. 국제 시스템이 재정비되면서 중국은 제외될 수도 있는 것 입니다. 그러면 중국은 대부분의 고객을 잃게 되겠지요. 여기에 더해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마저 받지 못한다면 중국은 에너지를 수입하거나 상품을 수출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정몽준: 해상 통로(sea lane)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기 소르망: 해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요. 정몽준: 오늘과 같은 세계에서도 말씀이십니까? 기 소르망: 소말리아에는 이미 해적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7함대가 하와이로 돌아가면 중국은 걸프해에서 에너지를 수송 받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정몽준: 중국은 자국의 선박을 보호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기 소르망: 중국은 어떤 종류의 해군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몽준: 소말리아 해적들이 중국 군대에 맞서 싸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 소르망: 이건 굉장히 작은 규모의 군사작전(operation) 입니다. 미국 7함대가 없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한 해군을 가져야만 합니다. 중국 해군은 전통적으로 대양해군(blue water navy)이 아닌, 연안해군(brown water navy)입니다. 그들이 지금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대양해군을 만드는 데에는 20년 정도가 소요될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보다 많은 보험료를 지불하여 에너지를 수입해야 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로 컨테이너를 보내는 것(수출하는 것)에 보다 많은 비용을 써야 할 것이고요. 따라서 중국은 에너지 수송비용이 높아지면서, 경제적으로 우위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미 베트남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는 중국의 1,2단계에서의 성공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3단계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을 위한 준비 정몽준: 저는 정치인으로 대한민국 국회에 22년간 몸담아왔습니다. 통일을 위해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 소르망: 국제 정세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20 정상회의, 월드컵, 올림픽 경기, 문화 홍보 등등의 방법이 있겠지요. 기본적으로 한국을 중요하게 만드는 일들이 다 포함될 것입니다. 한국은 반드시 더욱 중요한 국가가 되어 외교적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서는 한일관계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본의 지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일본은 한국과 동일한 우방과 동일한 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견고한 동맹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한국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데 반해, 한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본인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이 먼저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시도를 하기에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죠. 저는 한국 대통령이 사다트 대통령이 예루살렘에 갔던 것과 같은 극적인 시도를 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과거에 대한 모든 것을 잊자와 같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정몽준: 일본은 35년간의 식민 지배기간 동안 일본이 한국인들을 굉장히 잔인하게 다루었습니다. 일본은 60만 명의 한국 청년들을 전선으로 보냈고, 태평양에서의 군사시설 건설을 위해 또 다른 50만 명을 강제 징집했습니다. 5만 명의 소녀들은 위안부로 보내졌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엄연한 일본 정부의 행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기 소르망: 저도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무능한 태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특히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경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사다트 대통령이 1974년에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예루살렘에 왔다는 사실이 이스라엘의 우월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명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을 방문한 뒤, 이스라엘 국회를 찾아가 이스라엘이 다른 아랍국가에 했던 일들을 고발하면서 당신들은 수 만 명의 아랍인들을 죽이고, 영토를 뺏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에 내가 직접 찾아와 당신들이 해야 할 말들과 인정해야 될 것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국회의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말해야 할 것들을 모두 한 뒤에 사다트 대통령은 “그리고 이제, 저는 평화를 위한 악수를 제안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국회를 찾아가 “보시오, 당신들이 수십만 명의 한국인들을 죽였고 그것이 부끄러운 일임에도 당신들은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지 못합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직접 도쿄로 와서 사실을 말하기로 했습니다. 자, 이제 저는 평화를 위한 악수를 제안합니다.” 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공정한 사회 정몽준: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한 사회(fair society)를 재화의 분배차원에서, 좋은 사회(good society)를 재화의 가치 평가 측면에서 설명했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삶은 공평한가요? 기 소르망: 삶은 공평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아 합니다. 저는 공정한 사회란 선택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정의를 인용하고 싶습니다. 프리드먼은 정부는 선택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메뉴판 (open menu in life)이 펼쳐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저는 보다 많은 기회와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곳을 공정한 사회라고 정의합니다. 정몽준: 샌델 교수는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신문에 자신을 대신해서 징집에 응할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는 광고를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광고에 응한 사람이 있어서 카네기는 징병소집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샌델 교수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었는데요. 만일 이 사례가 공정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와 유사한 미국의 현 모병제는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 걸까요? 2003년 이라크 전 발발 당시 미국 국방부의 관리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고등학교를 찾아 다니면서 학생들에게 군에 지원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아직 투표권도 없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돈을 줄 테니 목숨을 바치라고 종용한 셈입니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일일까요? 기 소르망: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누구도 직접 대답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기계적인 답변만을 합니다. 모든 미군은 당신의 질문에 답하기를 꺼려합니다. 정몽준: 마지막 질문으로, 교수님께서는 사회주의자였던 사람 그리고 재활용된 공산주의자(recycled communists)에 대해 언급하셨었는데요. 초기 좌파 학자들이 그들 스스로 낭만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렀고, 후에 칼 마르크스는 스스로를 과학적 사회주의자라 칭했습니다. 제가 볼 때 젊은 사람들은 낭만적 사회주의자가 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공 여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기 소르망: 저는 이러한 낭만적인 경향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우파이건 좌파이건 간에 모두 동등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대개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확신을 강한 논증을 통해 옹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의 목적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에도, 상대방의 언어와 의견을 빌려 쓰는 것도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차피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편의 언어나 어젠다를 이용해서 상대편을 납득시키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통 보수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보수진영의 약점은 그들 스스로가 보수인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가진 좋은 보수가 되는 것이 상대편 같이 보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당신을 존경하게끔 만들 수는 있습니다. 상대방의 어젠다를 빌리려는 시도는 의미 없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하되, 잘 하도록 하라(Do anything, but do well)”는 미국 속담이 있습니다. 정치에 있어서 당신이 보수라면, 당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가지고 책임감 있고 강하게, 또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정몽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 소르망: 다음에는 종일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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