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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3
  • 부문 : 아산상
  • 소속(직위) : 갈거리사랑촌 원장
  • 수상자(단체) : 곽병은

어려운 이웃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사랑의 공동체

 

 

 

곽병은(60) 원장은 1979년 결혼한 직후에 동갑이자 같은 의사인 아내(임동란)와 다짐을 했다.
“우리는 보통 의사 수준으로 살자. 화려한 의사, 부자 의사는 하지 말자.”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욕심 없는 아내는 그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주었다. 두명의 아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유산을 절대 물려주지 않는다. 집과 병원을 너희에게 주지 않는다. 대신 공부는 원하는 대로 시켜주겠다”고 교육했다.

 

그가 원장을 맡고 있는 ‘갈거리사랑촌’은 1991년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에 8,260㎡(2,500평)의 부지를 마련해 개원한 시설이다. 평소 꿈꿔온, 갈 곳 없는 노인과 장애인의 공동체이다. 당시 5천여만 원을 들여 구입한 이 부지는 지금 10배 이상 올랐다. 이 시설 전체를 그는 1996년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했다. “갈거리사랑촌은 처음부터 내 소유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기회가 닿으면 사회복지법인에 넘길 생각이었어요. 저는 살 만큼 사니까 그 이상은 필요가 없어요. 먹고살 만하고, 집 있고, 차 있고, 애들 다 교육시켰고, 그럼 됐지 뭐가 더 필요할까요?”

 

청빈한 삶으로 원주시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곽 원장은 1953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곽한근 · 2004년 사망)도 의사였는데, 부친은 틈날 때마다 서울 서대문 영천과 무악동의 달동네 주민들을 무료 진료했다. 부친의 생활 태도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곽 원장은 1977년 중앙대 의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원호병원(지금의 보훈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쳤고, 국군원주병원에서 3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제대 뒤에는 다시원주 가톨릭병원에서 3년간 일했고, 1989년 1월 원주시중앙동에 아내와 함께 부부의원을 열어 올해 2월까지 운영했다.


곽 원장은 수련의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경기도 안양의 성나자로마을에서 한센인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했고, 군복무와 원주 가톨릭병원에 근무할 때는 원주의 노인 요양시설인 ‘사랑의 집’과 충북 제천‘살레시오의 집’에서 봉사를 했다. 부부의원을 개원했을 때는 원주역 주변의 윤락여성들을 진료했다.


그에게는 ‘공짜 봉사’가 없다. 윤락여성들에게는 진료비 명목으로 500원을 받았다. 갈거리사랑촌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십시일반’ 이용자에게 식사비 200원을 자율적으로 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돈을 진료비나 식사비로 부르지 않고 ‘자존심 값’이라고 말한다. 위축돼 있는 그네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값인것이다.

 

노인과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갈거리사랑촌을 운영하다 보니까 밥이 남았다. 남는 음식을 두고 고민하는데 끼니를 거르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노숙인, 영세한 지역주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1997년에 차린 것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십시일반이다.

 

십시일반을 운영하다 보니 노숙인 문제가 심각하다 싶어서 1998년 원주노숙인센터를 만들었다. 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공공요금과 난방비를 포함해 월 5만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봉산동할머니의 집을 1999년에 마련했다. 아울러 십시일반의 자율식대 200원 등을 모아 1999년 갈거리장학회를 만들었고, 2004년에는 저소득층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갈거리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곽 원장의 사회봉사는 시설을 먼저 만든 뒤 이용자를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복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낸 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설이나 제도를 만든 ‘맞춤형 복지’의 모범을 제시한다.


“복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물질보다 마음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 먼저여야 할 것 같아요. 굶어 죽더라도 평등하게 대해주고, 마음으로 위로해주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거든요. 마음이 담긴 밥 한 끼에 행복이 있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가 갑갑할지라도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사는 곽병은 원장 같은 분들이 우리곁에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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