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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5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서울역쪽방상담소 행정실장
  • 수상자(단체) : 전익형

작은방을 밝히는 커다란 꿈 지킴이

 

 

전익형(52) 씨는 빈곤층이 거주하는 ‘쪽방’을 ‘작은방’이라고 부른다. 낙인과도 같은 이름이 사람들의 꿈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쪽방 사람들은 더 큰 꿈을 그릴 수 있다. “사람들은 쪽방을 삶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가 ‘시작’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시작을 돕는 게 제 역할입니다.”

 

 

누군가는 함께 해주어야 한다

 

2007년 상담 현장에 들어섰을 때 전익형 씨는 쪽방의 현실을 온전히 알지 못했다. 빚과 질병, 단절이 뒤엉킨 삶 앞에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나 막막했다. 결국 그는 밥과 잠자리, 약을 챙기며 곁에 머무르는 일부터 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미가 보이면 그때부터는 대상자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과 청년을 만나면 전익형 씨는 검정고시 접수부터 함께했다. 시간표를 짜고, 시험 날에는 시험장 앞까지 동행했다. 합격하면 대학 전형 정보를 찾아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를 도왔다. 금전 문제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과는 함께 변호사를 찾아갔다. 덕분에 채무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던 주민 100여 명이 신용을 회복했다.

 

전익형 씨는 단순한 상담사가 아니라 쪽방 사람들의 길잡이이자 동반자였다. 거절당하는 데 익숙했던 쪽방촌 사람들은 그들을 대신해 애쓰는 전익형 씨의 모습을 보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이분들에게 ‘이런 제도가 있으니 알아봐라’ 하고 안내만 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대신 서류를 작성해주고, 같이 관청에 가서 요구해야 합니다.”

 

상담소에서 일하며 전익형 씨에게도 여러 번 위기가 있었다. 특히 2011년과 2014년에는 상담센터와 인근 쪽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기 몸보다 주민과 동료를 먼저 챙겼다. 사람들의 옥상 대피를 이끌어 인명 피해를 줄였고, 이후 에는 긴급 지원을 연계하는데 힘썼다.

 

<방문자들에게 쪽방촌을 안내하는 전익형 씨(왼쪽 세 번째)>

 

 

쪽방촌 주민들의 자립과 존중에 힘쓰다

 

가장 어려운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전익형 씨는 무엇이든 지속 가능성을 먼저 살핀다. 일자리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기술과 역할이 남는 지원 모델을 선택한다. 2014년 민간기업과 함께 자활 꽃집 ‘꽃피우다’를 열어 50대 주민들이 플로리스트로 일하도록 도왔고, 이 가운데 2명은 외부 꽃집으로 취업하게 했다. 2018년에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취약계층 자립지원 사업으로 세차사업단을 운영해 6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후원 물품 배분 방식도 개선했다. 2018년 상담소 가운데 처음으로 RFID(무선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입고부터 배분, 재고 관리 등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2023년에는 포인트로 원하는 물품을 고르는 ‘온기창고’를 열어 선착순 줄서기 대신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한 전익형 씨(왼쪽 첫 번째)>

 

 

지역사회 인식개선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전익형 씨는 쪽방촌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서울시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과의 연계도 확대했다. 쪽방 사람들이 동네 식당과 목욕탕의 자연스러운 손님이 되도록 끈질기게 업주를 설득했다. 의료 공백은 ‘우리 동네 구강관리 플러스센터’로 메웠다. 위생과 건강관리가 제대로 되자 쪽방 사람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보고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로는 주민 반상회, 동아리, 문화 프로그램 등 주민 대상 정서 돌봄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사람들이 쪽방을 떠날 때도 전익형 씨는 끝까지 동행한다. 2008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등과 협력해 약 90명의 주민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익형 씨의 꿈도 쪽방 너머에 있다. 더 많은 쪽방 사람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 ‘내 집’에서 마음 놓고 사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오늘도 쪽방의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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