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좌측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5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이발사
  • 수상자(단체) : 이갑종

마음까지 다듬는 행복한 가위손

 

 

“하얀 가운도, 서걱서걱 가위질 소리도 좋았어요. 열여덟 살에 이발 기술을 배워 지금까지 일하고, 남들도 도울 수 있으니 이만한 일이 없지요.”

 

부산 서구 부산탕 안에 자리 잡은 이용원에는 가위 하나로 이웃들과 소통해온 이갑종(77) 씨가 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쉬는 날이면 이발소 밖에서 특별한 손님들과 만난다. 대가 없는 이발을 마무리하는 그의 빗질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37년을 이어온 이용 봉사

 

이갑종 씨에게 이발 기술은 꿈이자 생계이고 또 나눔이었다. 어릴 적 면 소재지에서 바라본 이발사의 모습은 늘 근사했다.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농사를 돕던 그에게 ‘이발 기술을 배워라. 가위만 들면 어디 가서 밥은 안 굶는다’는 제안은 꿈처럼 들렸다. 경남 함양 고향에서 2년, 부산에서 3년을 배우고 1971년 문을 연 동대이용원은 늘 손님으로 북적였다.

 

“어느 날 성당에 다니던 단골이 봉사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어요. 안 그래도 쉬는 날 동네 어르신들에게 무료 이발을 해드릴까 생각하던 차에 흔쾌히 수락했죠. 1988년에 이발사와 보조원으로 구성된 요셉봉사회에 합류해 이용원이 쉬는 매주 화요일마다 복지시설을 찾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노숙인과 장애인이 생활하는 시설의 환경은 열악했다. 휠체어로 거동하는 이들은 그나마 나은 형편 이고, 누워서만 지내는 이들도 다수였다. 이갑종 씨는 첫 봉사 현장에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루 이틀 봉사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진심으로 봉사하며 겸손을 배우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누워있는 채로 이발을 받는 분도 많거든요. 상당한 힘과 기술이 필요하죠. 그래서 더욱 ‘내가 꼭 가야지’라고 마음먹게 되더라고요.”

성실을 무기로 살아온 그는 봉사활동도 착실했다. 요셉봉사회에서 1995년까지 한 달 평균 약 280명의 머리를 손질하며 어려운 이웃과 소통했다.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하여 이발 봉사를 하고 있는 이갑종 씨>

 

 

모두가 기다리는 이발사

 

동네 이발소가 하나둘 사라지던 시기인 1995년 이갑종 씨도 자신의 이용원을 접고 부산탕 안에 자리한 이용원에서 새롭게 출발했다. 이용원의 규모는 줄었지만 가위만 있다면 어디서든 솜씨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욕탕 휴일을 따라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요셉봉사회 활동을 중단했다. 대신 지역 이발사들과 의기투합해 5명 규모의 일심봉사회를 꾸렸다.

 

“한창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60명을 차례로 이발한 적도 있어요. 머리가 단정해지니 몸도 가볍다고 웃으시는 분들을 보면 피곤한 줄도 몰라요. 오히려 신이 나죠.”

 

이갑종 씨는 어린 시절 도움을 준 고향 함양의 어르신들을 위해 매달 마을회관도 찾아갔다. 부산에서 함양까지 왕복 6시간이지만 1995년부터 어머니를 부산으로 모신 2010년까지 고향 봉사는 꾸준히 이어졌다.

 

 

성실하고 따뜻하게, 가위에 깃든 온정

 

“15년 전부터는 혼자 가정 방문 미용 봉사를 하고 있어요. 요양시설이나 복지관으로 이동이 힘든 분들을 직접 찾아가 미용도 하고, 말벗도 해드리죠. 한번은 이발을 받던 중에 주저앉는 분이 계셨어요. 바로 저혈당 쇼크임을 알아채고 음료수를 드려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봉사자 감소로 일심봉사회는 해체되었지만 이갑종 씨는 여전히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목욕탕이 쉬는 수요일 일정에 맞춰 복지관에서 받은 명단대로 지역의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이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2~3년이면 그만두는 봉사자들과 달리 오랜 기간 이발 봉사를 이어온 이갑종 씨는 지역 복지관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시간 한번 어기지 않고, 늘 단정한 차림으로 활동하는 그는 철제 가위로 온기를 전하는 고마운 사람으로 통한다.

 

“수요일 오전에 아침밥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하면 가족들도 봉사활동에 나서는 줄 알아요.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일상이에요. 가위를 들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봉사를 계속해야죠. 고민할 것도 없어요.”

 

매주 같은 시간, 같은 마음으로 이어온 봉사의 비결은 ‘할 수 있으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끝난다. 한결같고 묵묵한 가위질,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빗질이 오늘도 그의 손끝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갑종 씨는 37년간 독거노인,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왔다>

 

  • 현재 페이지를 인쇄하기
페이지 처음으로 이동
아산사회복지재단 (05505)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