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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5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민세아카데미 대표
  • 수상자(단체) : 황우갑

배움과 나눔은 지역을 살리는 힘

 

 

마을회관 공부방에서 수업을 듣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은 대학생이 되어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이후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지역의 야학을 지키고, 성인 문해교육에 뛰어들며 검정고시 제도 개선에도 앞장섰다. 경기도 평택의 황우갑(61) 씨는 평생에 걸쳐 배움의 선순환을 몸소 증명해왔다.

 

 

야학 선생님, 지역운동에 눈뜨다

 

“가난해서, 여자라서, 때를 놓쳐서…. 교육의 기회를 놓친 사연은 가지각색 입니다. 저는 그 틈을 채워 다시 꿈꾸고 더 넓은 길로 나아가도록 함께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듯 말이죠.”

 

어려운 형편에 가까스로 중학교에 진학한 황우갑 씨는 각종 장학금과 마을 공부방 덕분에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1983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후에는 평택지역 대학 선배들이 설립한 송암야간학교에 합류했다. 평택에서 서울까지 기차로 통학 하며 낮에는 대학생으로, 저녁에는 야간학교 교사로 변신했다.

 

“평택 서정리 마을회관이 공부방이었어요. 학업을 포기하고 중국집이나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청소년들이 속속 모여들었죠.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대화하며 서로 어우러지는 시간이 뜻깊었어요. 함께 소풍도 가고요.”

 

사회에서의 역할을 고민하던 황우갑 씨는 대학 졸업 후 다시금 고향 평택을 택했다. 1993년부터 저녁에는 입시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낮에는 지역의 문화·교육 운동을 이끄는 모임터(민세아카데미 전신)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한글을 몰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민세아카데미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황우갑 씨>

 

 

배움에 늦은 때는 없어요

 

“한글을 모르는 분이 이렇게나 많다고? 처음에는 놀랐어요. 그만큼 성인 한글 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인문해교육에 초점을 맞춘 시민아카데미를 열자 배울 곳이 없어 갑갑했던 분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황우갑 씨는 나이가 상관없는 교실에서 가장 열정적인 학생들을 만났다. 한글을 배운 후 차근차근 학교교육까지 이수하도록 초등·중 등·고등학력 인정 과정도 마련했다. 한글을 못 읽어 위축되었던 어르신은 또박또박 시와 편지를 써 내려갔다. 중학교 진학을 못 해 늘 한이 남았던 회사 대표는 검정고시까지 통과한 후 당당히 어깨를 폈다. 그렇게 민세아카데 미가 모교인 이들이 1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1995년부터 중졸·고졸 검정고시 대비반도 만들었어요. 과목별로 봉사단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고, 원서 접수부터 응시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죠. 그러다 보니 너무 복잡 하고 부담되는 행정절차들이 보이 더라고요. 불편하면 바꿔야죠.”

 

배움의 문턱을 낮추는 데 절차가 장벽이 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황우갑 씨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경기 도교육청에 제도 개선을 꾸준히 건의해 검정고시 응시료 폐지, 온라인 접수 강화, 원서 접수 절차 간소화 등의 개선을 이끌었다. 누구나 쉽게 공부하고 진학하도록 노력한 덕분에 800여 명의 민세아카데미 수강생이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중 상당수는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꿈과 더 가까워졌다.

 

 

평택의 교육·문화, 자부심으로 커지길

 

민세아카데미는 오후에 청소년공부방으로 변신한다. 1997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중학생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했고, 2001년부터는 평택시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공부방을 운영 중이다.

 

“보통의 공부방은 독서실 대용이더라고요. 조용히 앉아만 있을 뿐 돌봄의 온기가 전혀 없었어요. 우리는 북카페처럼 안락하게 공간을 꾸미고 후원받은 책으로 채웠습니다. 체험과 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요. 2006년에 전국 청소년공부방 우수사례로 꼽혔습니다.”

 

황우갑 씨는 평택 출신 독립운동가 민세 안재홍 선생을 기념하는 활동과 미군 알파탄약고 공간재생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 이름 한자가 도울 우(佑), 으뜸 갑(甲)입니다. 아버지께서 ‘사람을 돕는데 으뜸이 되라’고 지어주신 뜻을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평택에서 출발한 교육·문화 운동이 전국으로 퍼질 수 있도록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평택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찾아가는 황우갑 씨의 배움과 나눔은 오늘도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공부방 여름 현장학습을 진행한 황우갑 씨(오른쪽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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