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5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이금숙 대표
- 수상자(단체) : 포시즌봉사단
여성 도배기능사, 이웃을 위해 뭉치다
세월의 흔적들로 손상된 낡은 벽지는 때로 마음까지 얼룩지게 한다. 여성 도배기능사가 한뜻으로 모인 인천 포시즌봉사단(대표 이금숙)이 지역 취약 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에 손을 걷어붙인 이유이다. 능숙한 도배 솜씨를 발휘해 오래된 공간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식지 않는 나눔의 온기와 열정이 포시즌봉사단의 원동력이다.
도배 봉사 33년, 인천 곳곳을 누비다
풀칠한 벽지를 벽에 붙이고 도배 공구를 쥔 손으로 능숙하게 밀어낸다. 지저분한 벽지가 새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이다. 어떤 현장에서든 인정받는 전문 도배기능사가 하루 일정을 빼고 뭉치면 까다로운 주택 도배도 일사천리다. 포시즌봉사단은 1992년 인천 석바위 여성복지관의 도배기능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30~40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한 봉사 모임이다. 이금숙 대표는 봉사가 우연한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어느 날 지인이 팔기는 애매한 도배지를 가져다줬어요.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누가 기숙사 도배를 부탁하더라고요. 재료는 있으니 우리가 손만 보태면 되겠다 싶어 나선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남을 도울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죠.”
각자의 공구함을 챙겨 저소득층이 밀집한 인천의 주택가 골목골목을 누볐다. 특히 저지대 주택가는 반복적인 침수 피해로 벽지 손상이 잦았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자재를 마련해 도배를 마치고 나면 몸은 고단하지만 일당보다 더 두둑한 보람이 따라왔다.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포시즌봉사단을 창단했다. 나눔과 봉사를 사계절 내내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석바위 여성복지관과 인천서부여성회관의 도배기능사 과정을 수료한 기술인이 꾸준히 합류해 회원도 계속 늘었다. 매년 수료생 약 120명 중 10% 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해 현재는 정기 회원 80 명, 비정기 회원 2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중 약 90%는 여성이다.

<도배와 천장 공사를 진행하는 포시즌봉사단 회원들>
복지시설에서 반기는 재능기부
“곰팡이로 얼룩진 집, 한 번도 새 도배를 안 해천장이 무너지기 직전인 집도 있습니다. 각종 살림살이를 치우고 구석까지 도배를 말끔하게 마치고 나면 어르신들이 아이처럼 좋아하세요. 그 힘으로 또 봉사 현장에 나가고요.”
오랜 시간 방치된 노후 주택이나 침수 피해 현장은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포시즌봉사단은 도배뿐 아니라 장판, 전기 수리 등 다양한 전문기술 봉사자들과 협력해 통합적인 주거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연간 7~8회, 회당 10~15가구의 도배를 진행하다 보면 사계절이 훌쩍 지난다.
3~4명이 한 팀을 꾸리는 주택 현장과 달리 아동·장애인 복지시설 에는 40여 명이 한꺼번에 출동한다. 낙서는 기본이고 이곳저곳 뜯긴 흔적까지 벽지가 금방 오염되는 공동시설은 2~3년에 한 번은 새로 도배를 해야 한다. 웬만한 시설은 1,000만 원 이상의 도배견적이 나와 복지시설에서는 이들의 방문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봉사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인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자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봉사단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부대비용은 회비와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인건비는 지원받지 않는다.
섬에서 1박 2일, 자부심으로 이어가는 봉사
포시즌봉사단은 활동을 거듭할수록 더 열악한 곳, 더 소외된 곳을 찾아 나섰다. 덕적도, 장봉도, 자월도 등 인천 지역 내 섬마을이다. 교통편이 불편해 한번 배를 타고 들어가면 1박 2일이 기본인 빠듯한 봉사 일정이지만 2007년부터 매년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섬 안에 인테리어 업체는 물론 전기·공업사도 없기에 단단히 준비해가죠. 길도 험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지만 우리가 아니면 작업하기 어려운 일이니 거를 수가 없더라고요.”
무거운 벽지를 옮기고, 정교하게 재단하고, 벽부터 천장까지 반복적으로 바르는 도배 작업은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포시즌봉사단에는 60~70대 봉사자들도 많다.
“생계를 위해서만 도배를 했다면 아마 빨리 지쳤을 것 같아요.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나눔의 힘 덕분이 아닐까요.”
포시즌봉사단은 앞으로도 도배라는 근사한 기술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눌 것을 약속한다.

<인천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포시즌봉사단 회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