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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대구SOS어린이마을 생활지도원
  • 수상자(단체) : 양춘자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다

 

 

한국SOS어린이마을 산하기관인 대구SOS어린이마을에서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하는 양춘자(56) 씨는 전북 김제에서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재혼을 했지만, 새아버지는 양춘자 씨를 비롯한 자녀들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었고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양춘자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1993년 전북 익산의 아동 양육시설인 시온육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시기, 우연히 TV를 통해 가정형태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대구SOS어린이마을을 알게 됐다. 운명의 이끌림처럼 대구로 가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혼해 내 자식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삶도 의미 있지 않겠느냐”라는 아버지의 말에 힘을 얻었다. 처음엔 반대하던 어머니도 직접 대구까지 데려다주며 딸이 선택한 삶을 응원해 주었다.

 

1997년, 양춘자 씨는 서른두 살의 나이로 대구SOS어린이마을에 입사했고 24년 동안 아이들의 어머니로 자리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가 되고 싶어

 

1963년 오스트리아 출신 선교사 하 마리아(Maria Hessenberger) 여사가 설립한 한국SOS어린이마을은 현재 서울, 대구, 순천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구SOS어린이마을은 다른 어린이마을과 마찬가지로 ‘어머니’ 제도를 통해 가정집과 똑같은 형태의 주택에서 1명의 어머니와 5~9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3년간 수련과정을 거쳐 2000년 6월 어머니로 임명된 양춘자 씨는 대구SOS어린이마을 총 9개의 가정 중 첫 번째 집에서 4세부터 고등학생까지 7명의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다.

 

이 아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양춘자 씨가 양육한 아이들은 모두 스물두 명이다. 그중 세 명은 결혼해 가정을 일궜고, 손주를 낳아 안겨주기도 했다. 아이들의 결혼식 때 촬영한 가족사진에는 어머니 양춘자 씨를 중심으로 함께 자란 형제, 자매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이들 덕에 며느리와 사위, 손주까지 생겨 가족이 많이 늘었다.

 

“남들 사는 거랑 똑같아요. 애들이 많으면 복작거릴 일도 많고, 사건 사고도 많죠. 다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 듯 저도 제게 주어진 삶을 사는 것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품이 필요한 아이들의 어머니로 사는 것이 제 삶이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로 사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양춘자 씨>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감사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잘 될 것이라는 믿음, 이 두 가지를 중심에 두고 아이들을 양육해온 양춘자 씨는 2013년 SOS어린이마을 모범 어머니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령대가 다양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인 자신이 흔들리고 불안해하면 아이들이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평정심으로 대하려 노력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아이들 모두 바르게 잘 자라주었어요. 그것이 어머니로서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이에요.”

 

양춘자 씨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키우고, 훗날 사회에 나가 자립할 수 있도록 좋은 길로 인도하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구SOS어린이마을에서 인연을 맺은 아들의 결혼식에서(앞줄 가운데)>

 

아이들이 있어 제가 존재합니다

 

양춘자 씨는 매달 받는 급여의 대부분을 가족 생활비나 학원비, 의류비 등으로 지출한다. 물론 지원금이 나오지만 그때그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사주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자신의 급여를 아낌없이 쓴다.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양춘자 씨의 사랑과 헌신 덕분인지 방황기를 잘 견뎌온 아이들은 대학 진학을 통해 자립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는 딸과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아들, 요가 강사로 취업한 딸 등 양춘자 씨의 품에 쏙 안겼던 작은 아이들이 이제는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그래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집과 ‘엄마’하고 부르면 대답해 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다고요. 저 역시 아이들이 엄마하고 부르며 집에 들어올 때 가장 행복합니다.”

 

독신 여성으로 자신의 청춘을 온전히 스물두 명 아이들을 키우는 데 헌신해온 양춘자 씨. 아이들이 있어 자신이 어머니로 존재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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