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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고성정신요양원 생활재활과장
  • 수상자(단체) : 장현봉

직업재활을 통해 생활인들의 자립을 돕다

 

 

고향인 경남 고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현봉(52) 씨는 군대 전역 후 농촌지도소에 취업했다. 발령 대기 중이던 그때 아버지의 지인이던 당시 고성정신요양원 원장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동안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석 달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직원이 없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촌지도소 발령 또한 취소되었다.

 

그동안 생활인들과 정이 들어버린 장현봉 씨는 1994년, 스물다섯 나이로 고성정신요양원에 생활지도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일반 임금의 절반 수준인 처우에도 큰 불만은 없었으나, 정신보건시설에 대한 열악한 지원과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입사 이듬해 결혼한 장현봉 씨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생활인들의 친구로 27년간 따뜻한 마음을 나눠왔다. 그 사이 마산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는 등 전문성을 키워왔고, 고성정신요양원에서도 최장기 근속자가 되어 근무하고 있다.

 

자립의 신호탄, 직업재활 프로그램 도입

 

고성정신요양원은 정신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증진, 인식개선을 목표로 1988년 문을 열었다. 현재 160여 명의 생활인들이 남자생활관, 여자생활관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다. 장현봉 씨가 입사하던 때 3~4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36명으로 늘었다.

 

직원들은 일상생활 지원, 의료 및 정서 지원, 사회재활 및 직업재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생활인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현봉 씨는 1998년 당시 수용시설 같았던 시설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했다. 생활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던 그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작업하기에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쇼핑백 제작’으로 눈을 돌렸다.

 

직접 업체를 찾아가 생활인들에게는 일할 기회를 주고 업체에는 제작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고 쇼핑백을 접는 사람, 끈을 끼우는 사람 등 파트별로 생활인들을 배치해 완성도 높은 작업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업체들도 완성품을 받은 후 추가 납품을 요청해왔다.

 

생활인들의 자립과 자존감 향상에 기여

 

장현봉 씨는 2013년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요양원 내에 재활작업장을 개소하는 데도 기여했다. 작업장이 생기면서 전자부품 조립은 물론 풍선 포장, 봉투 작업 등 다양한 재활작업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생활인 50여 명이 주 2~3회 직업재활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수익금은 전액 공개해 생활인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는데, 직업재활을 통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생활인들의 자존감이 한층 높아졌다.

 

“함께 지내다 보면 생활인들의 면면이 보입니다. 병이 깊어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정말 착하고 꼼꼼하고 성실합니다. 각자 가진 장점을 살려 직업재활을 한다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생활인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소방교육 강의 중인 장현봉 씨>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다

 

장현봉 씨는 어떤 일을 어떻게 생활인들과 연계할 수 있을지, 지역사회에서 생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 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 나갔다.

 

1998년 요양원 인근 주유소 직원과 대화를 나누던 그는 주유소에 생활인을 파견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청소로 시작했던 업무가 생활인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덕분에 주유, 계산 업무 같은 주유소 전반에 걸친 일들로 영역이 넓혀졌다.

 

또한 농촌에 일손이 필요할 때도 생활인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시켰다. 인근 지역인 김해의 단감 수확 시기에 부족한 일손을 보탬으로써 직업재활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인식개선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생활인들을 직접 만난 분들은 인사성도 밝고 성실한 면모에 편견을 거둡니다. 인식개선이 되어야만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에 생활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합니다.”

 

고성정신요양원과 생활인들이 있었기에 27년을 즐겁게 달려올 수 있었다는 장현봉 씨. 곁에서 도와준 동료들과 한결같이 자신을 믿고 함께해 준 생활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다고 말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생활인들과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장현봉 씨는 앞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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