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부산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 부장
- 수상자(단체) : 황태민
시각장애인과 함께 걸어온 삶
부산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평생교육지원팀 팀장으로 근무 중인 황태민(51) 씨는 어린 시절부터 시각장애인과 함께 성장했다. 부산 서대신동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되던 해 맹학교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던 네 살 많은 옆집 형을 알게 됐다.
여동생뿐이라 함께 놀 친구가 그리웠던 황태민 씨는 옆집에 자주 놀러 갔다. 그때마다 시각장애인 형이 눈을 잘 마주쳐 주지 않아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해했다.
어머니의 설명으로 시각장애가 무엇인지 이해한 후로는 점토를 이용해 입체 한글 낱말을 만들고 축구공에 비닐을 씌워 소리가 나게 만들어 함께 어울려 놀았다.
장성한 지금도 옆집 형과 친하게 지낸다는 황태민 씨는 그때 형을 알게 되면서 시각장애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 키우게 되었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가슴이 시키는 일로 전직
황태민 씨는 고등학교 시절 하얀마음회라는 봉사 동아리를 결성하고 시각장애인 걷기대회, 경로 야유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일찍부터 시각장애인들의 곁에서 함께 했다.
군 전역 후 건설회사에 취직해 자재관리 업무를 하던 그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광역시 지부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운전직에 지원해 1994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돈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황태민 씨는 운전직으로 근무하면서 안마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은 물론, 이사를 앞둔 시각장애인들을 도우며 그들의 눈과 발이 되어 주었다.
시각장애인 등산모임 결성
1990년대만 해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반시설이 부족했기에 홀로 외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 점을 항상 안타까워했던 황태민 씨는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과 일대일로 동행한다면 등산 같은 야외활동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해 입사 첫해,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를 꾸려 등산모임을 시작했다.
“산에서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 사고 날까 걱정된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막상 산에 갔더니 시각장애인들이 정말 좋아하고 행복해했어요. 그런 반응 덕분에 꾸준히 등산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 한백산악회, 구월회 등의 여러 등산모임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보행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던 황태민 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도 오르기 힘들다는 한라산 등반의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발굴에 기여
2000년 4월 법인 내 인사이동으로 부산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자리를 옮긴 황태민 씨는 보다 전문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희망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욕구를 파악한 그는 부산의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부산 히딩크 시각장애인 축구장 개장을 기념하며(왼쪽 두 번째)>
“이렇게 좋은 바다가 곁에 있는데도 해양 레포츠 체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못할 것은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으니까요.” 초기 후원금과 자비 300만원을 들여 시작한 해양레포츠 체험은 2008년부터 ‘장애는 파도를 넘어’라는 사업명으로 복지관 정식 프로그램이 됐다. 시각장애인들은 바나나보트, 모터보트, 카누 체험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기며 부산 앞바다의 시원한 정취를 몸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황태민 씨는 이 밖에도 2012년 시각장애인 골프대회 개최, 히딩크 시각장애인 축구장 준공, 2013년 전국시각장애인종합대회 부산 유치 지원활동 등 시각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발굴과 확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5년에는 서울세계시각장애인대회를 통해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쇼다운 종목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 국가대표 선발 예비전이 열릴 수 있도록 힘썼다. 쇼다운이란 탁구대 크기의 판 위에서 소리가 나는 공을 나무배트를 이용해 쳐서 상대편 골 주머니에 넣는 경기다. 쇼다운 심판 자격증까지 취득한 황태민 씨는 현재 쇼다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쇼다운 경기방법 교육 중에>
“시작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설문조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해결해 줄 방법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고, 실행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황태민 씨의 탐험가 정신 덕분에 시각장애인들의 성취감과 자신감도 함께 높아졌다.
오랜 세월 시각장애인 스포츠 활성화에 정성을 쏟은 황태민 씨의 행보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재활 의지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곧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