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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문화예술아카데미 Ti-Issue 대표
  • 수상자(단체) : 이요셉

카메라 렌즈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비추다

 

 

이요셉(44) 씨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낮고 가려진 곳이다. 누군가는 화려하고 세련된 풍경에 눈길을 빼앗기곤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풍경이란 무엇인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끄는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이요셉 씨는 색약이다. 선천적으로 일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데 사진작가에게 치명적인 핸디캡이 아닐까 싶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색약이라서 사진작가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피사체의 겉모습이나 배경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제 고민의 결과가 사진일 때도 있고, 때로는 그림이나 글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대학 시절 취미로 시작한 사진 촬영은 어느새 직업이 되었다. 이요셉 씨는 주로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일상 속에서 매일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아프리카 구호지역 아동들과 함께 한 이요셉 씨>

 

진심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 가진 힘

 

2007년, 평소 이요셉 씨의 사진을 눈여겨보던 굿네이버스에서 해외 봉사활동에 동행해 사진을 촬영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상황은 녹록치 않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많은 비영리단체들과 해외 봉사활동을 함께하면서,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30일 이상 현지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다.

 

이요셉 씨는 케냐, 에티오피아, 차드, 필리핀 등 총 11회 저개발국가를 방문했고 2016년에는 실명구호 NGO인 비전케어의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프리카를 종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발해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등 9개국을 이동하며 실명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개안수술과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이 안타까웠지만, 이요셉 씨는 그 모습을 부정적으로만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변변한 시설은 없지만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새로 생긴 학교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는 아이들, 수줍어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그의 카메라를 가득 채웠다.

 

이요셉 씨는 봉사활동을 끝내고 돌아오면 사진 작품 전시회나 달력 제작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저개발국가의 문제점을 알리고 수익금은 모두 해당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부해왔다.

 

<아프리카에 만들어진 우물 옆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 이요셉 씨(가운데)>

 

깨끗한 물로 생명을 구하다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곳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차드는 아프리카에서도 특히 열악한 곳인데, 오염된 물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생과 사를 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도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었습니다.”

 

2009년 차드에서 수인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생후 5개월 아이를 만났을 때 이요셉 씨는 유독 마음이 아팠다. 당시 그의 딸이 그 또래라 잊히지 않았다. 후원을 약속하고 귀국했는데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우물 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물을 설치하는데 약 300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 십시일반으로 2,500만 원의 기금을 모아 차드의 10개 마을에 수동식 식수 펌프가 달린 우물을 선물했다. 이후에도 전시회와 모금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총 47개의 우물을 만들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려운 상황을 접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지요. 제가 직접 가서 보고 겪었으니 더 절실하게 다가올 수밖에요.”

 

이요셉 씨는 이외에도 교정시설 수용자 자녀 대상 사진강의와 양육비 모금을 위한 사진기증, 북한이탈 청소년 사진촬영, 희귀난치질환 환아 후원, 나눔교육 강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저 잘하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돕지 않아도 그들은 살아갈 수 있지만 도움을 주면 더 많은 기회가 연결되니 그 가능성의 문을 만드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손을 잡고, 그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과 그 손을 연결하는 일, 이요셉 씨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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