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경북 청도
- 수상자(단체) : 김미애
가족 품고 이웃 돕는 청도군의 ‘원더우먼’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며 새하얀 눈에 매료된 베트남 소녀 ‘응웬 티타오’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의 삶을 이뤘다. 예쁘고 기특한 베트남 며느리를 본 첫날, 시아버지는 아름다울 ‘미(美)’, 사랑 ‘애(愛)’ 자를 써 김미애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올해로 16년째 한국의 사계절을 보내고 있는 김미애(37) 씨는 농사도, 살림도, 이주민을 위한 통역과 지역사회 봉사에도 으뜸인 청도군의 원더우먼이다.
언어도, 기술도 한 번 배우면 척척
김미애 씨가 한국에 입국한 2005년은 청도군은 물론 인근 지역에도 결혼이민자가 없던 때였다. 도움 받을 센터도, 마음 나눌 지인도 없었기에 의지할 곳은 가족 뿐이었다. 그는 가족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밤낮으로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베트남어로 번역된 한국어 교재도 없어 오로지 베트남어 사전으로 공부한 시간이었다.
결혼 3년 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미애 씨는 지금은 청도군에 없어서는 안 될 통역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베트남 부부와 병원 의료진 사이에서 통역 역할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부부가 한국말을 전혀 못해서 새벽에는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와 직접 통화하며 통역을 했어요. 통역도 통역이 지만 너무 걱정이 돼서 잠을 설쳤어요.”
김미애 씨는 얼마 전, 제2회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에서 농업 부문 대상을 수상해 청도를 빛내기도 했다. 청도에서 유명한 감 농사 외에도 시아주버니와 함께 화훼작물과 딸기를 키워 농장을 확장하고 있다. 농협과 연계한 로컬푸드 교육을 이수하고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만 해도 여러 개다. 사고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를 더 잘 모시기 위해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 외에도 웃음치료사 1급,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1급, 노인건강운동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119 생활안전교육과 산모·신생아 도우미 교육까지 이수했다.
김미애 씨는 각종 자격증을 활용해 지역 초등학교와 경로당에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행사 때에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즐거움을 전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하고야 만다”는 김미애 씨는 태권도 유단자로 지역 대회와 축제에서 메달까지 휩쓰는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이다.
<가족들과 함께 한 김미애 씨(앞줄 가운데)>
대가족의 가장이 되다
김미애 씨의 남편은 둘째 아들이지만, 시아주버니가 결혼하지 않
아 사실상 대가족의 맏며느리 역할을 해왔다. 시부모와 시아주버니, 남편과 세 자녀까지 한 지붕 여덟 식구가 북적이며 살았다. 청도군 공무원으로 발령받은 시조카가 3년간 집에 머물며 아홉 식구가 함께 살 때도 있었다.
김미애 씨는 2015년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정성으로 모셨고, 시아버지 사망 후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도 지금껏 극진하게 봉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년 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외부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인 가장이 됐다.
자택 인근에는 뇌출혈 치료를 위해 한국에 입국한 친정 부모도 거주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 와 치료를 마쳤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발이 묶였다. 한국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는 친정아버지는 베트남에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은 눈치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자니 머리가 아프다”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김미애 씨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웃음을 짓는다. 바쁘고 고된 하루에도 그의 마음속에는 타국에 홀로 온 며느리를 아껴준 시부모와 남편, 자신을 자랑스레 여기는 친정 부모의 사랑이 남아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행사 참여 중에(왼쪽에서 여섯 번째)>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청도 지킴이
김미애 씨는 한국에서 꼭 잘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국제결혼 당시 “딸을 한국에 팔았다”라고 수군거린 베트남 마을 사람들과 속상해했던 가족들에게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베트남 마을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하고 그를 치켜세운다.
청도군 이주여성봉사단장이자 경상북도 다문화가정 행복지킴이로 위촉돼 지역 활동에도 열심인 김미애 씨는 한국 생활 적응을 힘겨워하는 이들 곁에 서서 언제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하고 활기찬 에너지에 오늘도 많은 이들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