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충북 청주
- 수상자(단체) : 이명옥
딸 부잣집 엄마가 맺은 보람찬 열매들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이명옥(56) 씨는 딸 일곱, 아들 하나를 둔 8남매 엄마다. 결혼 후 시부모를 모시고 시동생들과 살며 8남매를 키우기까지 억척스럽고 열정적인 삶의 터를 일구었다.
겨울 김장만 700포기, 하루도 빠짐없이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만들어 새참을 준비하던 시절도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샛별 보고 나가 저녁별 보며 들어온 40년
감자, 고구마와 나물죽으로 끼니를 대신하던 어린 시절,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이명옥 씨는 밥 한번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일찍부터 부모를 따라 농사일을 도왔던 그는 농어촌기술센터 여성농업인 교육에 참여하고 경운기를 지원받아 스스로 운전할 만큼 당차고 씩씩한 딸이었다.
이명옥 씨 아버지는 딸이 빨리 결혼하기를 바랐다. 오빠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일찍부터 선 자리를 알아본 아버지 뜻에 따라, 같은 마을에 사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너는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자식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의 축복이 정말 씨가 되었다.
남편은 6남 1녀 중 장남이었다. 이명옥 씨는 시부모, 시동생들과 함께 살며 대가족 살림살이를 도맡아야 했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기에 온 가족은 매일 부지런히 일했다. 샛별 보고 밭과 들에 나가 저녁별 보며 집에 돌아올 정도로 쉼 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이명옥 씨는 매일 밀가루를 반죽해 국수를 밀고 새참을 준비했다. 15㎏ 밀가루 한 포대도 일주일이면 동이 났다. 한 해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대식구가 생활했기에 매년 적자가 나던 시절이었다. 1년 농사를 망치면 다음 3년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시동생들이 결혼할 때 전세금까지 마련해 주며 맏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명옥 씨는 첫 딸을 낳고 2~3년 터울로 딸만 일곱을 낳았다. 시부모는 인자했지만,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명옥 씨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었다. 여덟 째 아들을 낳은 후 에야 이명옥 씨는 스스로 편안해질 수 있었다.
2007년 75세 나이에 치매와 뇌졸중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가 10년 후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2019년 시아버지마저 돌아가실 때까지 이명옥 씨는 시부모를 부모처럼 모시며 집에서 극진히 봉양했다.
<남편, 8남매와 함께한 이명옥 씨(가운데)>
어려운 순간에 떠올리는 ‘위대한 우리 엄마’
귀하게 얻은 아들은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구순구개열을 갖고 태어났다. 기쁨 한편에 안타까움과 아픔이 스며들었다. 이따금 포도밭에 주저앉아 엉엉 큰 소리로 울음을 쏟기도 했다.
“나 하나 무너지면 여덟이나 되는 내 새끼들 누가 돌봐줄까,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봉사 다니자” 이명옥 씨는 눈물을 닦고 이전보다 더 밝고 굳센 걸음을 일으켰다.
아들은 현재 구순구개열 치료를 모두 마치고 듬직한 대학생이 됐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함께 자란 아들은 노인복지 전문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다.
일곱 명의 딸들도 저마다의 장점과 빛깔을 가지고 똑소리 나게 성장했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우면서도 학창 시절 내내 말썽 한번 피우지 않은 모범생들이었다.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 주는 딸들이다.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현명한 우리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며 결정했다”라고 말할 만큼 이명옥 씨는 딸들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 어머니다.
<김장 봉사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앞줄 왼쪽)>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대학생인 자녀가 아직 셋이나 있고, 막내아들의 구순구개열 치료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명옥 씨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여름휴가, 가족여행 한 번 쉽지 않았지만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준 자녀들이 있어 후회는 없다.
30대 초반부터 마을 부녀회장과 자치회장으로 활동하며 봉사에 적극적이었던 이명옥 씨는 앞으로의 삶도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예정이다. 딸 부잣집 엄마의 너르고 넉넉한 마음은 행복이 되어 퍼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