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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1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경북 경주
  • 수상자(단체) : 임정숙

어진 마음의 미소 천사

 

 

역사와 문화의 도시 경주에서 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임정숙(71)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소 천사다. 한평생 혹독한 시집살이와 워킹맘으로 고된 시절을 보냈지만, 상냥한 목소리와 고운 마음씨로 주변을 항상 따뜻하게 밝힌다.

 

임정숙 씨의 품성과 삶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를 만나는 사람들 마음에 꽃을 피우는 힘이 있다.

 

가정의 화목을 지킨 인내와 사랑

 

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임정숙 씨는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초등학교 교사가 됐고, 스물다섯 나이에 아버지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은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취업했지만,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경주에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시어머니 뜻에 따라 임정숙 씨는 남편과 떨어져 경주에서 생활해야 했다. 남편이 없는 시댁에서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시집살이는 모질기만 했다.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강했던 문중에서 딸만 내리 네 명을 낳으면서 임정숙 씨의 몸과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넷째 딸을 낳고는 한 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갔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심하게 하셨을까 싶지만, 그래도 덕분에 막내아들을 낳았으니 지금은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나 하나만 참으면 다 잘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힘든 시절을 버틴 것 같아요.”

 

특유의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임정숙 씨는 3년 동안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시아버지 곁에서 늘 웃음을 선물하는 며느리였다. 95세 나이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까다롭고 꼿꼿했던 시어머니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끝까지 극진하게 모셨다.

 

IMF 외환위기로 남편이 하던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임정숙 씨는 남편이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고고학과 유교, 한시를 공부한 남편은 경주박물관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시 시인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임정숙 씨>

 

엄마 같은 선생님, 선생님 같은 엄마

 

다른 교사들이 꺼리는 1학년 담임만 20년을 맡은 임정숙 씨는 학급의 아이들을 엄마처럼 돌보는 선생님이었다. 특히 조손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 가난한 집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를 대신해 더 큰 사랑으로 품었다.

 

“1학년이라 대소변 실수를 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어요. 아이들이 혹시라도 민망하고 움츠러들까 봐 제가 먼저 나서서 ‘선생님이 화장실을 일찍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죠. 아이들을 씻기고 바지와 팬티까지 깨끗하게 빨아서 단정하게 집에 보냈어요.”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임정숙 씨는 ‘항상 웃는 선생님’,‘미소 천사’로 통했다.

 

가정에서는 정직과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님 같은 엄마로 다섯 자녀를 키워냈다. 임정숙 씨의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인사를 제일 잘하는 아이들로 정평이 났다.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해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이는 가족회의를 열었다. 초등학교 아이부터 일흔이 넘은 어른까지 매주 돌아가며 의장이 되어 회의를 진행했다. 그때 기록은 지금까지 남아 몇 권의 책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발표력과 리더십을 배운 임정숙 씨의 자녀들은 현재 교육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문화재연구원, 치과대학 교수로 일하며 남들에게 베푸는 삶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희귀병 투병에도 가족 사랑은 두터워져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들과 함께(왼쪽 첫 번째)>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마음 편히 자녀, 손주들과 함께 노년을 보내려는 어느 날 손과 발이 저리고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고,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가 2019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자녀들은 “엄마가 젊은 시절 진을 다 빼서, 이제 힘이 없어졌나 보다”라며 울음을 쏟았다. 느지막이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좋은 시절을 보내려 계획한 남편의 안타까움과 후회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전보다 더 자주 모이고, 더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치과의 사인 아들은 가정의학을 새롭게 공부하며 어머니의 투병을 함께 이겨내려 한다.

 

임정숙 씨 역시 미래를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세월을 지내온‘미소 천사’답게, 그의 웃음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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