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0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동명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김연희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이들의 평생 쉼터 되고 싶어
동명아동복지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김연희(50) 씨는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아버지 대신 4남매를 키운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만화영화 ‘캔디’에 나오는 레인 선생님처럼 힘든 아이들의 언덕이 되고 싶었던 그녀는 보육교사를 꿈꾸며 동명아동복지센터 생활지도원으로 입사했다.
김연희 씨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생활지도원으로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아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학을 무사히 마친 후, 김연희 씨는 고향 같은 동명아동복지센터에 상담과장으로 돌아왔다.
해체가정 아이들을 위한 상담치료실과 가족기능 강화 프로젝트 운영
재입사한 센터에는 IMF 사태를 거치며 가족이 해체돼 입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었다. 해체 가정의 아이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자기의 근본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김연희 씨는 자존감도 낮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아이들을 위해 상담치료실을 마련했다. 이후 아동학대가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학대 아동들의 입소가 늘어났다. 기아, 미아, 고아, 해체된 가정의 아이들에 이어 학대받은 아이들까지 시설에 들어오면서, 시설은 전에 없는 변화를 겪었다. 입소 아동들 간에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보면서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부모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며 살아야 하는 아이들인데 가족이 해체된 후 더 큰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원 가족으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연희 씨는 ‘가족기능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위기에 처한 가정을 사전에 지원하면 가족 해체를 막고 시설 입소 아동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아동 주간이용시설을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개방한 것이다.
가족해체를 막기 위한 김연희 씨의 노력으로 일반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학습지도, 급식, 상담 등을 제공하는 지역아동 복지사업을 2004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시행할 수 있었다.
“지역아동 복지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복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부딪쳐 보니까 경험에만 의존할 뿐 노하우도 없고 지식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가족치료를 공부하면서 일을 해나갔어요.”
시설 퇴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매뉴얼 개발
김연희 씨는 시설을 퇴소한 아이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매달 월급에서 10만 원을 떼서 시설을 나간 아이들을 만나는 비용으로 써왔다.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얘기를 누군가는 들어주고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를 ‘Ready Action’ 이라는 공식사업으로 키워 시설 입소 때부터 자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시설아동 자립 매뉴얼을 개발했다.
든든한 후원자 남편과 함께 시설 아이들의 부모 되고 싶어
김연희 씨의 최종 꿈은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에서 나무는 소년이 달라는 대로 열매와 가지, 줄기를 주고 나중에 소년이 노인이 되어 돌아왔을 때는 그루터기가 된 자신의 몸까지 쉼터로 내어 준다. 그녀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나무가 되고자 한다.
“은퇴하면 남편이랑 강원도 산골에 내려가서 ‘욕 하우스’ 하나 짓고 살려고 해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고 시집식구나 욕할 친정도 없는 이곳 아이들이 여기 와서 맘껏 욕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저한테 애들 맡기고 놀러 가게도 하고요. 시설을 졸업한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마솥에 닭을 삶으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