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0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부센터장
- 수상자(단체) : 박영덕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재활 전도사가 되기까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에서 일하는 박영덕(56) 씨는 서울에서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장남에 대한 기대가 컸고, 기대에 못 미치는 아들을 엄하게 훈육했다. 그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탈선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25년 동안 마약에 중독된 생활을 해왔다.
“정신병원까지 11번을 병원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지만 치료가 전혀 되지 못했어요. 속 시원히 얘기할 곳도 없고 마약 증상을 이해하는 병원도 없었어요. 그러면 그럴수록 더 약에 의존하게 돼 돈을 날리는 기계가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경찰에 잡히는 신세까지 됐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학교를 드나들어 그보다 더 자주 학교를 오갔던 해결사 어머니마저 손을 들고 말았다. 1년을 구형하려는 검사에게 2년을 구형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어머니는 절망적이었다.
두 번의 자살 시도 끝에 만난 송천쉼터
교도소를 나와서도 마약을 끊지 못했던 그는 신용불량으로 대출이 끊기자 신장 포기각서를 쓰고 마약을 구할 정도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암환자가 먹는 약을 한 통 다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어렵게 살려낸 의사의 멱살을 잡을 정도로 그는 삶을 포기한 상태였다.
지칠 대로 지친 그를 살려낸 것은 노숙자들의 온정이다. 노숙자 신세가 되어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는 그 앞에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나눠주는 깨끗한 음식을 챙겨다 준 것이다.
“그 밥을 먹다가 갑자기 울음이 터졌어요. 한참을 울었던 것 같습니다. 노숙자를 돌봐주는 의사에게 당뇨약을 받아 몸을 추스르고 나서 처음으로 제 의지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몇 달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 밖으로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웠다. 그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마약중독자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생활시설인 ‘송천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002년 송천쉼터에 입소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회복의 메시지 전하는 전도사
공동체 생활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점차 그는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간 ‘송천쉼터’에서 24시간 숙식하며 생활지도사로 일했다. 이어 마약중독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단체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근무하며 2015년 중독재활센터 실장, 2020년 중독재활센터 부센터장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국내 마약사범은 계속 늘어나 현재는 3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1만6천명의 마약 범죄자가 발생하고 있고 재범률도 30~40%로 높은 편이다.
박영덕 씨는 마약중독 재활을 위해 2004년부터 한국마약중독자 자조모임을 만들어 개별 상담에도 나서고 있다. 입소자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직업기술 훈련을 돕고, 긴급 상담과 법률자문 제공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자신의 회복 사례를 강의하는가 하면, 초범인 마약사범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등 마약중독자들의 ‘아버지’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다는 어머니는 하나님과 가까이 지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것이 계기가 돼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신학교에 이어 대학원까지 마쳤다.
“목사가 되려고 다닌 건 아닙니다. 저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신 어머니의 바람을 따르고 싶었습니다. 욕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사랑합니다’ , ‘존중합니다’ 라고 반기는 교회에서 좋은 말씀을 들으며 정신적으로 치유가 많이 됐습니다.”
그 사이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다.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자신을 믿고 선택해준 아내를 그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마흔세 살 때의 일이었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세상에 알려
그는 소셜미디어와 방송, 신문을 통해 지난 25년간 마약에 빠져 지내온 자신의 삶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중독의 악순환에 빠져 의지를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 어렵게 용기를 낸 것이다.
유튜브는 3주 만에 100만 명이 봤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이후 해외에서까지 도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박영덕 씨는 밀려드는 상담에 응하느라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일반 회사원과 달리 그에게는 따로 퇴근 시간이 없다.
밤이고 휴일이고 도움을 요청하면 달려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일은 고되지만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차마 속을 털어놓지 못하는 중독자도 제 앞에서는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희망을 갖고 재활에 성공할 때마다 제가 더 기쁩니다. 그런 보람과 기쁨 덕에 이 일에 온 힘을 쏟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는 농담 삼아 그런 저를 마약중독자 재활에 중독이 됐다고 말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