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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0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보냉가설봉사단 단장
  • 수상자(단체) : 박진관

보일러로 데운 따뜻한 이웃 사랑

 

“경축,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획득!”

마을 어귀에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렸고, 중학생이던 박진관(58) 씨의 가슴도 설레었다. 네 살 위 동네 형이 국제 기능올림픽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하는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금메달리스트가 공부했다. 너희들 중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꼭 나와야 한데이.”

 

담임 선생님은 중학교 선배이기도 한 형을 칭찬하면서 아이들을 격려했고, 이는 박진관 씨가 진로를 정하는 계기가 됐다. 공고에 진학하면 학비도 쌌고 기술을 배우면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박진관 씨는 어릴 적 꿈이었던 기능올림픽대회 예선에 참가했다. 하지만 지역 예선에서 떨어지면서 올림픽은 커녕 전국대회 출전도 해보지 못하고 꿈은 깨지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진관 씨는 현장 기능공으로 취직을 했지만, 월급은 보잘 것 없었고 일은 고됐다.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한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론과 실기를 갖춘 기술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되었고, 대학교에 진학해 주경야독을 이어갔다.

 

‘보냉가설’ 기술인들의 봉사활동

 

 

대학 재학 중 농촌봉사활동을 경험한 박진관 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보냉가설 봉사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보냉가설’이란 보일러, 냉동기, 가스, (건축)설비의 첫 글자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기술인들이 모인 봉사활동 단체였다.

 

그는 봉사단에 가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회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회장을 맡으면서 그가 내세운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무조건 봉사활동을 한다.”

 

지원도 받지 않고 회비도 없었기 때문에 봉사를 나가는 사람들이 그때마다 돈을 모아야 했다. 어렵게 봉사를 이어가던 어느 날, 미용 봉사를 하는 미용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봉사 중에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밥 먹는 것은 해결이 되는데 추운 것은 해결이 안 된다”는 고충을 들었다며 보일러 설치 지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진관 씨는 미용사에게 받은 지원금으로 한 달에 한집씩 보일러 설치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보일러 없이 사는 사람들

 

“에너지 바우처 사업으로 동사무소에 가면 공짜로 기름을 주지만 보일러가 없어서 공짜로 주는 연료도 받지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70대 후반의 할아버지는 17년 동안 보일러 없이 겨울을 보냈다. 보일러뿐만 아니라 배관 문제도 얽혀있어 큰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박진관 씨는 할아버지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새벽 2시까지 공사를 하고 간신히 보일러를 가동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울먹거리기만 했다.

 

한 번은 청각장애인이 사는 집에 봉사를 나갔는데, 물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주인이 수돗물 배관을 잘라버려 화장실에서 밥을 해 먹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 집 역시 수도관 배관을 새로 설치해 주었다. 청각장애인은 말 대신 눈과 표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고마움을 전했다.

 

현장 기능공의 끊임없는 노력

 

 

박진관 씨는 2006년 다니던 회사에서 아파트 시공 중 난방관이 파열되는 사고를 겪게 된다. 발주처가 설계를 잘못한 탓이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자 하도급 회사와 함께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모두가 소송을 말렸다. 발주처에 밉보이면 수주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회사가 부도났지만 박진관 씨는 6천만 원의 개인 돈을 들여 소송을 이어갔다. 기술사가 아니면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논리를 반박할 수 없다고 해서 배관기능장과 건축 기계설비 기술사 자격증을 땄다.

 

아파트에 설치했던 난방 장비를 시골 논에 갖춰놓고 제품의 하자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박진관 씨는 소송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기능사, 기술사, 명장, 공학박사를 모두 획득, 건설업계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던 날, 고향마을에는 박사학위를 축하하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많은 후배들이 그 플래카드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마치 그 옛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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