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사장 포커스
정몽준 이사장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자서전 출간 | 등록일 : 2011.09.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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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이사장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자서전 출간
이 책은 어느덧 이순의 나이에 대한 접어들어 머리가 희끗해진 정몽준 이사장의 지나간 삶과 정치 인생을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반성의 고백록입니다. 정 이사장은 서문에서 미국 상원의 짐 웹(James Henry Webb Jr.) 동아태소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인상 깊은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통나무가 강물에 떠내려가는데 그 위에 개미 2만 마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미들은 각자 “내가 이 통나무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정 이사장은 자신 역시 지나친 열정으로 이 세상을 홀로 움직이려 했던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봅니다. 정 이사장이 생각하는 열정은 타인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타오르면서 자신을 밀고 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담담하게 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열정입니다. 하기에 정 이사장은 책의 후반부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을 표한 것에 대해서조차 의욕만 앞섰던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합니다. 그리고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좌절에 대한 성찰들을 처음으로 꺼내놓습니다. 1장에서는 생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적인 분위기로 풀어냅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이후 지나온 과거와는 다르게 삶을 바라보게 된 정몽준 이사장은, 이제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인지 고민합니다. 최근에 ‘아산나눔재단’ 을 설립한 일도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지나간 시대가 가난으로 인해 고통받던 때였다면 지금은 양극화 현상 때문에 사회가 분열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아산나눔재단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녀 주디를 돕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현대 직원들을 자식처럼 여겨 직접 밥을 해 먹이시던 어머니, 생모를 둘러싼 루머의 진실, 저자를 겨냥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에 대한 해명 등이 담겨 있는 1장에서는, 집 안에서 뛰어놀다가 아궁이에 빠져 화상을 입고 약 대신 잉크를 발랐던 어린 시절의 일화, 권투를 배우고 학교 유도부 주장과 결투를 벌였던 학창시절의 에피소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연애했던 아름다운 시절 등 소소한 추억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2장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기업인으로서의 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경륜도 능력도 부족한 만 서른 살의 나이에 3만 명 종업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현대중공업 사장 자리를 맡았습니다. 조선업계의 불황 속에서 선박 수주를 따내기 위해 벌였던 치열하게 정보전을 벌여야 했고, 128일 장기 파업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야 했습니다. 선박 수주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군사독재 정치 체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정 이사장은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국민에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하고 스스로를 ‘ 정치 노무자’ 라고 지칭합니다. 단지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잘살게 된 대한민국과 진정 자랑스러운 조국 사이에 있는 엄청난 거리의 메우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아버지 정주영 회장과의 일화도 등장하는데, 정권의 외압으로 인해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때 “이화여대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는 반납하지 않아도 되겠느냐”며 농담을 던지던 아버지의 유머, 낙관과 나눔의 인생철학 그리고 근검절약 습관을 물려받은 성격, 부자가 함께 서울 올림픽 유치라는 불가능에 도전해 성공했던 경험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장에서는 축구인 정몽준에 대한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룹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FIFA를 파행적으로 운영했던 아벨란제 회장과 블래터 회장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FIFA와 마스터 카드사 간의 소송 사건 당시 뉴욕법원은 “페어플레이를 슬로건으로 하는 FIFA는 더 이상 페어플레이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경멸을 표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FIFA가 ‘큰 재정적 손실을 입은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도덕성과 명성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 이사장은 FIFA의 부회장으로서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깊은 반성을 표합니다. 바로 곁에서 지켜본 히딩크 마법의 비밀, 평발을 극복한 박지성 선수와의 특별한 인연,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서 어려운 순간을 잘 참아준 홍명보 감독의 비화, 미래의 대한축구협회장 감으로 꼽는 김주성 국제부장에 대한 이야기들은 흥미롭게 읽힙니다. 4장과 5장에서는 정치인으로서의 생각을 펼쳐놓습니다. 무소속과 정치 개혁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 때문에 당에 입당한 정 이사장은 계파 정치에 강한 회의감을 표하며 친이니 친박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미래 한국 정치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에서부터 통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표합니다. 민감한 이슈인 독도 문제에 대해 20해리 직선기선 변경을 제안하고,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사다리(학습 복지), 일자리(근로 복지), 울타리(돌봄 복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근거지를 마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등 기업인 조기 사면에 대한 신중론은 특히나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정 이사장은 공동체가 혼란스러우면 돈의 가치도 덩달아 추락한다며, 돈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같은 소신 때문에 한나라당 대표 시절 홀로 기업인 조기 사면 신중론을 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의 이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에 대한 이야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에 침묵했던 이명박 정부 관료들에 대한 비판 등도 눈길을 끕니다. 흔히 사람들은 정몽준 이사장을 정주영 현대 회장의 아들로만 기억합니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아버지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자유의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이는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는, 불완전하고 평범한 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심호흡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군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내 어머니라고 주장하시는 분은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다. 서로 바라보기만 했을 뿐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 대학에 들어가서도 나는 여전히 치기어린 청춘이었다.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볼 때였다. 나는 교양과목인 문화사 시험에서 친구들과 짜고 커닝을 하기로 했다. 꼭 시험을 잘 보겠다고 한 짓은 아니었다. 거칠게 보이는 게 멋있어 보이는 치기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대수롭잖게 커닝을 했다. 그런데 감독 선생님한테 딱 걸려버렸다. ○ 옆에 앉은 허태열 최고위원이 “이번에 자살한 여배우 J씨와 많이 놀았다면서요” 하고 묻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는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냥 넘어갔다. ○ 5공 시절인 1985년, 12대 총선을 앞두고 울산에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했다. 어느 날 현홍주 안기부 차장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서울시청 앞 플라자 호텔의 한 객실에서 현 차장을 만났다. 현 차장은 나에게 “내가 오랫동안 정치의 바깥에서 정치를 봐서 아는데,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나중에 제대로 되는 사람 못 봤습니다”라며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만, 앞으로는 바뀔 것입니다”라고 내 생각을 설명했다. 방 안에 있던 국산 위스키 한 병을 함께 마시고 나왔다. 헤어지기 전에 현 차장은 “앞으로 잘되시길 바랍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회사 운영을 놓고 몽구 형과 몽헌 형이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두 형님들 주변에는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아버지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그랬는지 두 형들은 대북 사업에서도 지나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 명동 입구에 조금 늦게 도착한 노 후보가 공동 유세 단상에 올라가 연설하면서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노 후보 자신은 물론 노 후보 진영의 말과 행동이 하루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는 노 후보가 내가 알던 노 후보인가 의아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표변(豹變)이었다. …… ○ 유럽으로 출장 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이 대통령의 위성 전화를 받았다. 서울 출마 얘기가 오고 갔다. 당에서는 서울 서남부에서, 야당 바람을 차단하면서 한나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내가 권유받은 지역구는 동작 ‘ 을’ , 상대는 정동영 후보였다. ○ 그해 5월 북한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북한 축구팀의 남한 방문을 제안해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축구팀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어 축구협회에 연락해 북한 축구팀이 오게 되어 있으니 대표팀과 경기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협회로서는 골치 아픈 요청을 받은 셈이었다. 국가대표급 프로축구선수들의 수억대 연봉은 축구협회가 주는 게 아니라 프로구단에서 주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축구 경기 일정도 빡빡하기 때문에 협회가 마음대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위해 선수를 소집하려 해도 1년 전부터 프로축구 구단 측과 일정을 협의해야 한다. 북한 축구팀과의 경기는 FIFA가 정한 국가 대항전(A-match) 날짜와도 맞춰야 했다. ○ 그런데 오전의 음성 최고위원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하자면서 원탁의 가운데를 차지하고는, 한국노총이 제안한 5자회담에 정부의 노동부가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내게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대표라는 사람이 선거에서 한두 석 더 얻기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을 흔들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안 원내대표가 어딘가에서 전해 듣고 나를 망신 주기로 작정한 듯했다. 오전에 같은 의견을 표시했던 김성조 의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화가 났지만 참았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면 문제가 언론으로부터 슬금슬금 새어나왔다. 그러더니 체육 단체와 경제 단체들이 이 회장 사면에 앞장을 섰다. 형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에 사면을 한다는 건, 내가 볼 때 너무 빨랐다. 일반인들에게는 엄격한 법준수를 요구하는 정부가 대기업 총수에게는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 내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사면에 장단을 맞추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2010년 10월에 러시아 푸틴 총리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2018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러시아로서는 22명의 FIFA 집행위원의 한 표 한 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한 표도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법했다. ○ 그러나 나는 OECD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OECD에 들어가려면 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하는데, 그때 우리는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리하게 OECD 가입을 추진하게 되면 국내 자본시장이 불안정해져서 큰 경제위기가 닥쳐올 우려가 있었다. 특히 외환 위기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명확해 보였다. 실제로 OECD에 가입한 후,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종합 금융사들이 마구잡이로 달러를 차입했던 것, 특히 단기 자금을 무리하게 차입한 것은 외환 위기를 촉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 한 달쯤 지나서 대통령의 측근에게 “당신들 책임이 크다. 미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라도 최소한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쇠고기 수입 개방을 발표해선 안 된다고 건의한 참모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측근은 “사실 찬반이 갈라졌는데 유명환 외교부 장관, 김중수 경제수석은 찬성했다”고 전했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외교와 경제 참모들의 정치 감각이 이 정도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국내 정치와 담쌓고 지내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 참모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들의 의사 결정이 국내 정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여러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 어느 날 밤에 정운찬 총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정 총리는 “서울 강남구에는 기존 구청장을 그대로 공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는 “총리가 관여하시지 않는 게 좋겠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만큼 여성 공천은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6· 3 지방선거 후, 강남이 지역구인 이종구 의원은 연찬회에서 공개적으로 “대표라는 사람이 세상물정도 모르고 여성 공천을 한다고 소란을 떨었다”고 나를 비난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에 대해서도 시중에 떠도는 말이라며, “이명박× × , 웃기는 × × ”라고 발언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강남에 공천한 여성 후보는 당선되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인사말 전문] 반갑습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서 여러가지 관점에서 말씀들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기업인, 체육인, 정치인, 이에 더해 돈이 많은 사람, 고생을 모르는 사람,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내가 누구인지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은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지은 책입니다. 인간 정몽준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써보려 했습니다. 이 책이 저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간 여러 분야에서 많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면서 살았습니다. 이제 이 열정을 우리나라 정치발전위해 바치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 미치고 있고 이 경제위기는 자유민주주의체제, 시장경제의 위기라고 보여지며 이것이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외교안보상 위기가 될 수 있다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 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은 많은 기적 만들어내셨고 이런 기적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책이 우리나라 기적의 역사 만들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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