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포커스
| '아산정신' 특강 (정진홍 교수) | 등록일: 2013.07.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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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 : 정진홍(아산리더십연구원장)
안녕하십니까. 정진홍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저는 철저하게 빚 진 사람입니다. 이 빚을 어떻게 다 갚고 세상을 떠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빚 때문에 사실은 살아갈 수 있었고요. 살아가다보니까 이렇게 저렇게 잘 살아서 또 나만큼 필요한 사람에게 배풀고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까 굉장한 제목으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아산이 어떤 분인지 잘 모릅니다. 우연하게 그 분이 살아계실 적에 자주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말씀 잠깐 드리며, 몇 가지 여러분들께 부탁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공부만 한 사람이기 때문에 기업의 현장이나 정치하는 현장에도 없었고요. 소개해 주신대로 종교라는 것을 공부를 했는데, 어떻게 하면 훌륭한 신자가 되나 하는 걸 공부한 게 아니라 도대체 왜 사람들이 종교인이 되나 하는 걸 공부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80년 초 어느 날, 새벽 7시에 저희 집에 전화가 왔어요. 난데없이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님 실입니다.” 그러는 겁니다. 처음엔 ‘그 사람이 누구지?’ 했는데, 토목업에 종사하는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 거예요. “정주영 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공사가 있으면 다 따가고, 자기가 할 게 없다고” 당시는 잘못하면 막 잡혀갈 때여서 신문에 글쓰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쓰면 잡혀갈 것 같아 비비꼬아서 행간을 읽어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썼어요. 그런데 전화를 하시더니 그 글에 굉장히 공감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시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는 아산을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고, 세계 굴지의 기업을 이룬 분이라고 그 분이 만든 결과만을 가지고 이해하지만, 그 후에도 연락을 하셔서 가끔 뵈면서 느낀 점은 이 분의 말씀 중 70~80%가 당신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가난하게 사셨고, 손발이 사람 손발이 아니게 밭일을 하셨고, 아버지와 더불어 한 평의 땅을 일구기 위해 고생하신 이야기를 하시고, 또 하시는 겁니다. 가난에 대한 저린 아픔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세요. 여러분들이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책을 가지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한국에서 첫째 둘째가는 부자이고,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분이라고, 그렇게 결과만 보는데, 읽어보면, 다리 놓는 공사를 하다가 받기로 한 돈 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그래서 다 팔고 쫓겨 다니고, 심지어 여러분들이 잘 아는 정몽준 의원이 어렸을 적에 밤낮 집에 빚쟁이들이 와가지고 도끼로 마루를 찍어 가며서 돈 내놓으라고 한 기억만 난다고 그런 얘기를 한 게 마음이 아프다는 글이 있어요. 겪을 것 다 겪으신 분이고, 그래서 굉장히 소박하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센치멘탈한 분이세요. 한 번은 제주도에 여미지 식물원을 아무 수행원 없이 같이 갔는데, 끝나고 나오면서 리어카에다 지붕도 예쁘게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하시기에 제가 쫓아가서 아이스크림을 샀죠. 제가 재벌한테 아이스크림 사준 사람입니다. 제가 더 부자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나오는데 사람들이 ‘정주영이다. 정주영이다.’ 그러더라고요. 그 인간성, 그런 게 정주영이라고 하는 분의 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 고려대학교 가보셨어요? 여기 고려대학교 학생 있어요? 좋은 돌로 지은 건물이에요. 서울대학교는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고려대학교는 정말 멋있어요.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교 같더라고요. 엄청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 분의 에피소드는 많이 알려져 있죠. 내일 현대중공업에 가보시면 엄청난 규모의 시설과 또 엄청난 배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랄 거예요. 그게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 됐다고 하는 것,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죠. 그런 에피소드 중에서 빈대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노동자 숙소에서 주무시는데, 빈대 때문에 잘 수가 없어서, 침상에 못 올라오도록 침상 다리를 물에 담가 놓았더니 빈대가 물을 건너오지 못해서 못 올라오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잠시 뒤에 여전히 물더라는 거예요. 나중에 보니 빈대도 사람을 뜯어 먹어야 하는데 침상 다리가 물에 담겨서 올라오지 못하니까 벽을 타고 천정에 올라가서 사람 위로 떨어지더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빈대도 그렇게 사는데 사람이 왜 그렇게 못살까? 스스로 자기 지혜를 발휘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지 못할까? 하구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살이 살거든요, 여러분 얼마나 살지 모르지만 저보다는 분명히 오래 사시겠죠. 우리 모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사이를 살거든요. 아산 정주영 회장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우리에게는 누구나 똑같이 새날이 주어져요. 여러분들 오늘 같은 일정을 보낸 후 저녁에 주무실 때 이야기 해보세요. 하루를 겪은 경험이 달라요. 지금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사람의 동일한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들을 만 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나는 졸았다 그런 사람이 있을 거예요.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서 왜 달라요? 그리고 성공한 사람은 왜 하늘이 낸다고 그래요? 그게 똑같은 것이거든요. 바로 거기에서 차이가 있어요. 정주영 회장이라는 사람도,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 따라서 달라졌어요. 그분이 가진 제일 중요한 것은 삶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거예요. 조금 다르게 이야기 하면은 자기 삶에 대해서 핑계 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요. 조금 어려우면 부모 탓해요. 내가 조금 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내 부모가 조금 다른 부모였으면 어땠을까? 조금 철이 나면 사회구조가 잘못돼 있다고 합니다. 옳아요. 사회구조 잘못된 거 많아요. 그런데 그것만 탓할 거예요? 이 시간 똑같이 보내도 나가면서 달라지는 것이 인간인데 사회구조 탓만 해가지고 되요? 그 다음엔 어때요? 나한테 기회가 오지 않아. 제법 실존적인 고민을 하는 것 같으면서 운명론자가 돼버리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산다는 것은요. 핑계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아산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와 똑 같은데, 아니 우리보다 못한데도 불구하고 삶을 핑계대지 않고 긍정했다는 거예요. 그것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이죠. 할 수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공부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성적이 나쁘다. 제법 논리적인데,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에요. 시간의 질이라고 하는 것은 시간의 길이와 같이 가지 않아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 좀 집중된 시간, 훨씬 더 효과적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문제는 내겐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고 하는 구실 때문이죠. 그 다음에 아주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은 겁내지 않은 거죠.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 아산이라고 두렵지 않았겠어요. 낯선 것에 부닥치거나, 안 해 본 것을 하려고 하면 다 겁이나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하루하루 닥치는 것이 겁이 날 수도 있어요. 거기서 멈칫 거리면요, 달라져요. 패배는 멈칫거리면 시작되는 거죠. 그런데 부닥치고, 넘어서는 그럴 수 있는 용기, 그걸 도전정신이라고 그러죠. 그걸 감행할 수 있는 분이었어요. 저는 절대로 아산이 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얘기 당신도 하셨어요. ‘어떤 일 하나를 하려면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생각하고, 얼마나 사람들을 찾고 그런지 모른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거죠.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조심할 필요도, 심사숙고할 필요도 있어요. 그런데 심사숙고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심사숙고는 비약을 위한 준비죠. 조금 더 대담하게 나가봤으면, 그리고 스스로 준비를 하면 좋겠어요. 시간낭비하지 말고요. 그런데 아산은 당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켰어요. 그것 때문에 당신이 더불어 삶 속에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많은 경우에 우리는 요만한 차이를 두고 이게 더 중요하니까 파기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손해 보려고 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더 살펴보고 싶은 것은요. 뭐라고 그럴까요? 우리는 대체로 편하게 살고 싶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걸을 때 제일 편해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스타일로 살아가려고 하면, ‘너 왜 이렇게 어렵게 사니? 다들 가는 길로 가지.’하고 그럴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 자기 혼자는 잘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을 위한 어떤 삶은 살 수 없어요. 인간은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자기만을 유지할 때 가장 못난 인간이 되요. 아산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창조적 상상력이었어요. 그냥 지금 현실을 살거나, 남들이 가는 길을 그냥 따라가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이 두가지 있어요. 하나는 과거에 매이거나, 현실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나 현재를 훨씬 넘어서는 미래의 지평이 내 삶 안으로 들어와요. 그 차이가 얼마나 엄청난지 아세요?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살 수도 있고, 현실에 집착하면서 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삶의 영역이 진정으로 삶의 영역을 다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차원이 내 삶 안에 들어올 수 있어야 되요. 10년 후든 20년 후든 내다볼 수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상상력이고요. 그 상상력이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창조적인 행위에요. 또 하나는 미래의 지표가 창조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과 아울러서, 그때 비로소 나는 나 아닌 나, 우리 아닌 다른 우리, 그것을 포용할 수 있어요.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글로벌한 사람이 될 수가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 할 수 있는 얘기가 있어요. 아산은 별난 사람이 아니에요. 나에요. 여러분 자신이에요. 여러분도 긍정하고, 도전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창조적이게 되면 여러분들 나름대로의 현대중공업을 만들 수 있고, 여러분 나름대로의 현대자동차를 만들 수 있고요. 여러분 나름대로 사회복지재단을 만들 수도 있고, 마침내 여러분들은 남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남에게 도움 받는 것은 참 행복한 거예요. 그런데 남을 도울 수 있는 건 훨씬 더 행복한 거예요. 우리 그런 걸 생각해보자고요. 세상은 그렇게 외롭지 않아요. 아산 같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쩌면 롤모델이 있잖아요. 얼마나 다행한 일, 고마운 일이에요. 다행히 여러분은 이런 아주 구체적인 자리에서 아산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데 여러분들은 참 좋은 분 만났어요. 여러분들 삶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알아요? 이 중 어떤 분이, 아마 여러분들 거의 다가 후배들 앞에서 자식들 앞에서 아산처럼 기려질지. 그러길 바랍니다. 그래서 아산의 모습을 조금 간단하게 보면서 제 얘기를 마치겠어요. ['아산 10주기 추모영상' 상영(6:30”)] 그분이 남기신 여러 가지 말씀이 있는데. 몇 구절만 소개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학사모를 쓰고 대학원이라고 쓰여 있는 문 앞에서 나온 사진이 있잖아요. 그분이 정신영씨라고 당신 동생이거든요. 독일에 유학가서 돌아가셨어요. 자기는 공부를 못했고, 동생이 공부하는 게 좋아가지고 그렇게 졸업하는데 옆에 서계셨던 거예요. 동생을 기려서 기금을 낸 게 신영기금이고, 그게 관훈클럽이라고 하는 거예요. 언론인들 모여서 관훈클럽에서 무슨 토론하잖아요. 그런 것을 하셨어요. 당신은 학교를 못 다니셨어도요. 그런 이야기를 우리가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께는 너무 이른 질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질문을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겠어요? 여러분들이 죽은 다음에 여러분들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하고 물으면, 너무 이른 질문이죠.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전환의 국면에 처해 있는데. 경제란 말도 다시 생각해야 되고, 정치란 말도 다시 생각해야 되요. 여러분들은 다른 세계 속에서 다른 시대의 주인공이 될 거예요. 이제 여러분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나는 왜 사느냐?’,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그런 것일 텐데 아산의 경우가 여러분들에게 본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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