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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3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동작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 사무국장
  • 수상자(단체) : 정현숙

누구나 한계 없이 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자리한 동작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이하 보호작업장) 은 제법 소문난 일터다.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 자립과 건강을 위한 따뜻한 돌봄이 더해지는 곳, 장기근속자를 흔히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03년 보호작업장 설립부터 함께 한 정현숙(51) 씨는 보호작업장의 모든 것을 자부심으로 여긴다. 더 좋은 일감을 위해, 더 많은 월급을 위해, 더 따뜻한 환경을 위해 분주하게 뛴 시간이 녹아든 성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장애는 희미해진 지 오래, 장애를 뛰어넘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정현숙 씨는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와 자립에 누구보다도 진심이다.

 

 

50배의 성장, 좋은 일자리의 힘

 

<보호작업장에서 생산한 우리동네 마스크 첫 출하를 기념하는 정현숙 사무국장(왼쪽)>

 

경북 상주의 방앗간 집 딸로 태어난 정현숙 씨는 겨우 여섯 살 때 순간의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는 한쪽 팔의 부재를 금세 잊게 만든다.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한 보호작업장도 이 당차고 열정적인 추진력에 많이 기대었다. 투명한 행정과 회계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일감을 찾기 위해서라면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초기에는 조립, 포장 등 단순 임가공 중심이었어요. 방산시장을 찾아 일감을 달라고 홍보하고, 납기가 빠듯 하면 야간, 주말에도 직접 남아 잔업을 했죠. 야근 수당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안 그래도 낮은 단가인데 수금마저 늦더라고요. 매달 월급날이면 은행 마감 전에 거래처에 독촉 전화를 돌리며 빠듯하게 월급을 처리하곤 했죠.”

 

시장 사람들도, 은행 직원도, 거래처 담당자도 똑소리 나는 정현숙 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마스크, 텀블 러, 우산, 수건, 현수막 등 기관과 기업의 판촉물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보호작업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첫해 6,700 만 원이던 연 매출은 2022년 35억 6,600만 원을 기록했 고, 근로 장애인의 평균 급여 역시 24만 원에서 119만 원으로 높아졌다. 단순노동의 낮은 생산성에 한계를 느끼고 과감한 변화와 투자를 이끈 것이 성장의 비결이었다. 정현숙 씨는 판촉물에 인쇄를 더해 부가가치를 높일 생각으로 인쇄기술자와 디자이너 등 전문 인력을 과감히 채용했다.

 

“현재 41명의 근로 장애인과 전문 인력, 사회복지사 등 20명의 종사자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종사자 중 9명만 인건비 보조금이 나올 뿐 나머지는 직접 수익을 내서 월급을 주는 구조거든요. 생산성과 매출 향상이 정말 간절할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을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 제조를 선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작업장에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인허가를 받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지칠 겨를 없이 신규 사업의 성공을 절실하게 바랐을 뿐이다.

 

 

맞춤형 직무, 관심과 애정이 비결

 

<판촉물 포장 작업을 돕고 있는 정현숙 사무국장(오른쪽)>

 

장기근속자가 많은 일터라는 점은 정현숙 씨가 가장 자신 있게 자랑하는 부분이다. 이토록 치열하게 달려오는 동안에도 노무 관련 쟁의가 한 번도 발생 하지 않고, 퇴직한 종사자가 4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 뒤에는 정현숙 씨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복지 현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2008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직무 배치를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을 주의 깊게 들여 다봤다. 깊게 보면 볼수록 직원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더 깊어졌다.

 

“지구력이 돋보이는 직원은 불량 검수를, 소근육을 잘 쓰고 집중력이 뛰어나면 실크 인쇄를, 힘이 세고 활달 하면 물건 배송을 맡기는 식이죠. 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예산도 직원들의 요구에 맞게 별도로 편성했는데 놀이동산, 뮤지컬 관람, 암벽등반 등 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활동이 참귀하더라고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종사자 사이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업무가 고되고 까다롭기로 소문나있다. 이를 잘아는 정현숙 씨는 중간관리자로서 후배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근로 장애인 부모 사이에 서는 이미 ‘천사’로 불릴 만큼 따뜻하고 세심한 성품이 잘 알려져 있다.

 

“여전히 고민은 많아요. 보호작업장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거든요. 근로 장애인이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어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에요. 우선은 근로 장애인 모두가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작업장을 더 탄탄하게 일구고 싶습니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사업장이지만 정현숙 씨는 욕심을 내보고 있다. 현재 절반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 도달 근로 장애인 수를 100%로 끌어올린다는 야무진 목표다. 20년 동안 보호작업장을 탄탄하게 키워왔듯, 팔 하나를 잃는 사고에도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했듯 정현숙 씨에게 한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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