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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3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사랑나눔짜장 대표
  • 수상자(단체) : 김영문

봉사는 나의 업, 밥으로 희망을 나눠요

 

 

원주시 단구동에는 ‘사랑나눔짜장’ 간판을 단 소박한 무료 급식소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밥을 짓는 자원봉사자로 활기가 넘치고, 밥때가 되면 무료 급식을 찾는 이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김영문(62) 씨가 2013년부터 문을 연 나눔과 소통의 공간이다. 봉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은 그는 짜장면 나눔으로 시작해 장애인들이 스포츠와 문화 활동으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까지 봉사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무료 급식을 위해 면을 삶고 있는 김영문 씨>

 

 

짜장 한 그릇에서 무료 급식소까지


제육볶음, 콩나물국, 가지볶음, 고사리나물 등 오늘도 푸짐한 한 끼다. 주 6회, 오전 11시 2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는 사랑나눔짜장 무료 급식소는 한식 차림을 기본으로 짜장면이 종종 별식으로 구성된다. 장애인,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인은 무료 이용이 가능하고, 그 외는 모금함에 자율적으로 밥값을 내고 이용한다.


“2002년 초쯤 장애아동에게 짜장면을 사줬는데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외식이 어려운 이들에게 짜장면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짜장면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그때부터 주말이면 장애인 단체, 경로당, 보육원 등을 찾아다니며 짜장면을 나눴죠. 주말 봉사만으로도 성이 차지 않아 2013년 문을 연 곳이 사랑나눔짜장 급식소입니다.”


하루 평균 45명이 찾는 급식소는 서로 안부를 묻고, 고충을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수익이 없으니 김영문 씨가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어가는 실정이지만, 음식의 질만큼은 결코 낮출 수 없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이 진심이 통한 덕분일까. 밀가루, 돼지고기, 쌀 등을 후원하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고, 조리와 서빙은 든든한 사랑나눔짜장봉사회 회원들이 함께한다.


급식소 운영이 끝나는 오후가 되면 김영문 씨는 더 바빠진다. 취약계층 가정의 청소나 이사, 전등·보일러 교체 등의 집안 대소사를 부지런히 챙기기 때문이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연탄 봉사와 김장 봉사 계획부터 챙기는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아내의 월급을 빌리고, 대출까지 받아 봉사 활동을 하니 남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몸을 맘껏 움직일 수 있잖아요. 좀 더 나은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 에너지를 조금 나누는 것뿐이에요.”


그가 살아온 삶도 녹록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 후 곧장 전기 기술을 배워 스물일곱에 번듯한 회사를 차렸지만 대출 보증사기로 감당하기 힘든 빚더미에 올랐다. 절망 끝에서 간신히 일어선 후 다시 주어진 인생은 덤으로 여기기로 했다. 죽은 목숨을 다시 잇는 대신 이웃을 위해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주거환경개선 봉사를 하는 김영문 씨>

 

 

장애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키우다


1990년 미용 봉사활동 차량 지원을 시작으로 직접 미용 기술을 배워 이발 봉사를 시작하고, 전기 기술을 이용한 시설물 수리 봉사 활동도 앞장섰다.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좋지 않아 호흡기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이후에는 장애인 봉사에 눈을 돌렸다. 장애인 콜택시가 없던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리프트 차량을 운행하며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을 도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는 장애인을 업고 오르내려야 해요. 외출할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을 리프트 차량으로 모시면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어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모습만큼 큰 선물이 없죠. 그 환한 얼굴이 봉사를 이어가는 원동력이에요.”


그사이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짜장면 나눔 봉사 중 왼쪽 손가락 3개가 기계에 끼는 사고를 당해 5급 지체장애인이 된 것이다. 움직임이 불편했지만, 이웃을 돕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시야를 넓혀 장애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우는 활동을 찾아갔다.


“올해 2회째 장애인 노래자랑을 열었어요. 무려 42팀이 참가해 흥과 끼를 선보였는데요.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활력소가 되거든요. 장애인도 뭐든 즐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원도 최초 좌식배구단을 창단하고, 컬링과 흡사한 장애인 스포츠 보치아의 활성화에 힘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짜장면 한 그릇에서 시작해 이제는 꿈과 행복과 가능성을 말하는 김영문 씨는 오늘도 두툼한 손으로 승합차의 운전대를 잡는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봉사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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