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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3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하영화 대표
  • 수상자(단체) : 깨친멋노인자원봉사회

노인을 돕는 멋진 노인들

 

 

평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은 입구에서부터 활기가 넘친다.


“어르신, 어제는 왜 안 나오셨어요? 좀 있으면 강당에서 차밍댄스 시작하니까 어서 들어가세요.”


안부를 나누는 노인들 사이에서도 깨친멋노인자원봉사회(이하 깨친멋) 하영화(72) 대표의 목소리는 바로 구분된다. “자랑할 게 너무 많죠. 지금도 우리 깨친멋 회원들이 다 안내하고 활동하잖아요. 우리 없으면 큰일 나요.”

 

 

<복지관 카페에서 실버 바리스타로 일하는 깨친멋 회원들>

 

 

복지관 살림 도맡는 자발적 봉사단


깨친멋은 복지관이 문을 연 2005년, 복지관 이용 노인 65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봉사 모임이다. ‘깨끗하고 친절하고 멋진 노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깨친멋’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래, 지금은 총 135명의 회원과 함께한다. 최고령 회원이 102세, 제일 젊은 회원이 68세, 평균 연령은 78세다.


이들의 가장 일상적인 봉사는 12개에 달하는 복지관 내 프로그램실 관리다. 복지관 전체 이용자가 하루 평균 400명을 훌쩍 넘는 터라 깨친멋 회원들은 하루 평균 30명의 봉사자를 투입해 프로그램실에서 활동한다. 예를 들어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찜질방과 노래방에서는 기기를 조작하고, 이용 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봉사처럼 보이지만 프로그램실 관리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눈이 어둡고 체력이 약하니까 노래방이나 찜질방 같은 데서 기계를 만지려면 힘이 많이 들지요. 보통 2인 1조로 하루 2~3팀씩 돌아가면서 해야 해요.”


깨친멋 회원들은 ‘뭐라카노(아메리카노)’가 대표 메뉴인 복지관 카페에서 실버 바리스타로도 활약한다. 하루 6시간 동안 4명의 회원이 2개 조로 나눠 일하는데, 연간 2천여만 원의 매출 중 재료 구입비를 제외하고 남는 수익은 후원에 쓴다.


코로나19 때도 깨친멋 회원들의 활약이 빛났다. 입구에 설치된 방역 게이트에서 체온 체크, 마스크 착용 안내 등을 하며 안전을 지켰고,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했다. 마스크봉사단에서는 천 마스크 1천 개를 만들어 취약계층 가정에 나눠주기도 했다.

 

 

<깨친멋 회원들이 주도하는 모금 캠페인>

 

 

나눔으로 키우는 자부심과 자존감


깨친멋의 활동은 복지관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노인이 노인을 돕고 지역사회에 봉사와 나눔의 가치를 전파한다’라는 설립 취지 그대로,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살뜰히 챙겨온 것이다.


2015년부터 주도해 온 모금캠페인이 대표적이다. 1년에 두 번, 복지관 야외에서 모금캠페인이 진행되는 날이면 주변은 종일 들썩인다. 한편에서는 부침개나 잡채 같은 음식을 만들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바자회가 열려 축제처럼 진행되는 덕분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안 입는 옷을 나누며 깨친멋 회원들은 1년 평균 300만 원을 모금한다. 이 후원금은 지역 내 소외된 노인 지원, 복지관 이용자 무료 급식 및 문화공연 지원 그리고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장학금을 기부하는 달서인재육성장학재단의 경우 누적 후원금이 2,600만 원에 달한다. 노인봉사단체가 기부하는 유일한 사례다. 하영화 대표는 아산상 상금도 후원에 쓰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독거노인 지원과 장학금이 핵심이 될 거 같아요. 우리 이름처럼 ‘깨끗하고 친절하고 멋지게’ 쓰려고요. 그 생각만 하면 너무 뿌듯합니다.”

 


고령사회의 롤 모델을 그리다

 

통계청의 ‘2023 고령자 통계’ 조사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에 달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부터 정서적 어려움 등도 커지고 있기에, 깨친멋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약해도,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주변과 나누며 즐겁게 살 수 있음을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그중 하영화 대표는 봉사로 새 삶을 시작한 산증인으로 통한다. 젊은 시절 큰 병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우연히 시작한 깨친멋 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년으로 거듭난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면 할 일이 생기고 여러 사람 만나서 이야기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장애가 있거나 아픈 곳이 많을수록 봉사하라고 권합니다. 우리 회원 중에도 봉사하면서 건강이 좋아진 사람이 아주 많아요.”


이미 복지관 회원들 사이에서는 ‘인생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한 깨친멋이 노인들의 모범답안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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