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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9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전남 영광
  • 수상자(단체) : 송승희

캄보디아 톤래삽에서 온 ‘좋은’ 며느리

 

 

전남 영광군 염산면 축동리. 12년 전, 두 손을 꼭 잡고 왔지만 부부의 앞길은 어둑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도 커서는 도시 공장에서 일했고 다리까지 다친 남편 김양진 씨, 캄보디아 어촌 태생으로 물고기 잡는 데는 선수였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시집 온 쏭킴초린이라는 이름의 아내. 농사가 주업인 곳에서 생초보로 시작한 인생 2막이 탄탄대로일 리 없었다.

 

다문화 부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다. 다 옛말이니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붉어지는 눈시울을 어쩌진 못한다. 그렇게, 송승희(31) 씨는 ‘기뻐서 운다’는 한국말을 새로이 배운다.

 

결혼이민 12년차, 예쁨 받는 잔소리꾼

 

지금은 마을 어른들이 믿고 맡긴 2만여 평 농사도 거뜬하다. 남편은 농기계, 아내는 손일을 담당한다. 한편으론 다른 일감과 일자리도 부지런히 찾았다. 농한기에 송승희 씨는 영광 특산 모시떡 공장과 굴비 공장에서 일한다. 남편도 기회가 있으면 가리지 않고 나갔는데 올해 들어 송승희 씨가 금지시켰다.

 

김양진 씨는 결혼 2년차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했다. 오래 앓아온 골수염 탓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의족은 적응하면 될 일이었지만 혈압과 신장이 좋지 않아서 송승희 씨는 늘 불안불안하다.

 

결혼하고 내내 잔소리해서 담배도 끊게 했고 그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도 그만두게 했다. 그렇잖아도 22세부터 37세까지 한창 나이에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남편이다. 새롭게 살아보고 싶어서 국제결혼을 결심하고 송승희 씨를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니 더는 병원신세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척추질환을 앓다가 작년에 말기암 판정을 받은 시아버지도 보호 대상이다. 딸처럼 여겨주며 ‘승희’라는 한국 이름도 지어주었다. 항암치료는 잘 받고 있지만 남은 삶이 길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해드릴 수 있는 일이 딸 같은 잔소리와 애교밖에 없다. 평생 애주가였는데 어머니와 합심해서 끊게 하였고, 손수 운전해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결심

 

아내 덕에 건강한 가정을 꾸렸으니, 남편 덕에 마음 놓고 원하는 활동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김양진 씨는 생각한다. 그저 믿어주는 것이다. 국제결혼은 송승희씨에게도 새로운 삶을 향한 기회였다. 그것이 제 욕심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서 안쓰러울 따름이다.

 

송승희 씨는 말 그대로 악착같이 일하고 공부한다. 당장 친정부모의 치료비를 보태야 하고 훗날 유빈(11), 민형(8) 남매가 대학에 가겠다고 하면 꼭 보내주고 싶다. 시부모의 여생과 남편과의 노후도 대비해야한다. 그래서 자리가 있으면 고되더라도 기쁘게 일하고, 이중언어 강사 과정, 의료·관광통역인력 과정 등 결혼이주민에게 열려있는 교육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통과하는 대로 요양보호사, 상담사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캄보디아 여성으로서 한국에 와서 생긴 새로운 목표도 있다. 말이 안 통해서 외롭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 때문에 주눅 든 이들을 돕는 것이다. 갓 결혼한 이웃집 다문화 부부 사이에 통역 겸 상담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하고, 영광군다문화가족센터에서 만난 다문화가족들이 결성한 ‘다모회’에서도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에는 남편 김양진 씨도 함께 한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며느리… 좋은 사람

 

바삐 살다보니 친정에는 지난 12년간 4번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친정부모를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지만, 비행기를 타기 힘들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 눈물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친정나들이다. 하지만 돌아올 땐 잊지 않고 전통의상을 한 벌씩 구입해 온다.

 

전통의상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이나 어린이집에서 이중언어 강사 자격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꽤 유용한 교구다. 지역축제 같은 큰 행사에서도 자태를 뽐내며 입곤 한다.

쑥스럽긴 하지만 캄보디아의 ‘좋은’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201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사람 ‘송승희’는 ‘좋은’ 이라는 한국말을 제일 좋아한다. 결혼을 하며 꿈꾸었던 꿋꿋하고 떳떳한 삶이 ‘좋은’ 이라는 말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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