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사장 포커스
아산재단, 창립 48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개최 | 등록일 : 2025.06.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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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위기와 삶의 질, 그리고 사회복지 방향』주제, 19일(목) 아산정책연구원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19일(목)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해‘돌봄 위기와 삶의 질, 그리고 사회복지 방향’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2024년 아산재단의 학술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구자 10명 중 연구결과가 우수한 연구자 3명이 발표했습니다.
김지미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노인 돌봄의 사회화 프로세스에서의 가족화와 탈가족화’를 주제로 공적 돌봄 서비스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돌봄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가족주의 복지체제의 한계와 대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김새롬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인구소멸지역에서 의료와 돌봄의 지도 그리기 – 경상북도 영양군 사례 연구’를 주제로 인구소멸 지역에서 통합돌봄의 현실과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남석인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대전환기 인공지능 정서 지원 돌봄 로봇의 역할과 돌봄의 미래’를 주제로 돌봄 로봇의 역할과 미래 돌봄 기술의 발전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연구결과 발표 후 정소연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나진경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진환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발표자들과 함께 토론했습니다. 좌장은 최재성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올해로 창립 48주년을 맞는 아산재단은 지난 1979년부터 매년 우리 사회의 중요 현안에 관하여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건강하신 모습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재단의 이사님들, 자문위원님들, 오늘 주제발표와 토론을 해주실 교수님들, 심포지엄에 관심 갖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산재단 창립 48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의 주제는 ‘돌봄 위기와 삶의 질, 그리고 사회복지 방향’입니다.
주제발표를 하시는 세 분의 교수님은 2024년 저희 재단의 학술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되신 이후 우리사회가 직면한 돌봄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은 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 명 이상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2008년에 65세 이상이 10%였는데 16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구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몸이 아프신 노인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에 따른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가족이나 친척의 헌신에 기반한 전통적 돌봄 체계에 의존해왔는데, 가족관계와 경제상황이 달라진 현대에서 이는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삼중고를 유발합니다.
요즘에는 대부분 가족 구성원들이 밖에 나가 일을 하기 때문에 노인의 돌봄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맡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돌봄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가족의 과중한 비용부담과 노인의 삶의 질 저하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CNN 보도에 의하면,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는 빈곤과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이 식사와 의료를 제공하는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일부러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자료를 좀 보았더니 교도소의 일부 노인 수감자들은 차라리 수감돼 있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노인들의 고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교도소 안에서는 규칙적인 식사, 무료 의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사회에서 부족했던 동료애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교도소의 간수 한 분은 “춥거나 배고파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고, 한 달에 약 18만 원 내지 28만 원 정도를 내고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수감 중에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출소 후에는 스스로 치료비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가능한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독신 여성 노인들에게 교도소가 천국이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데, 사소한 도둑질을 해 교도소에 가면 친구를 사귈 수가 있고, 특히 안전이 보장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독신 여성들의 안전 문제가 심각한가 봅니다.
일본의 65세 이상 수감자 수는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약 4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본의 현실은 우리의 내일이 될 수 있습니다.
돌봄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거나, 가족의 식사를 챙기고, 이웃의 아이를 돌보는 등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은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고, 돌봄 속에 삶을 마무리하는 등 어느 시점과 장소에도 늘 돌봄은 존재해왔습니다.
미국의 돌봄 연구 권위자인 조안 트론토 교수는“누구나 돌봄의 수혜자이며 동시에 돌봄의 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또 미국 여성주의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식탁을 차렸던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빵 굽는 이가 아니라 보통의 아내나 어머니”라고 하며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들의 돌봄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1960년대생을 ‘마처세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세대인 동시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세대라는 뜻입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아픈 부모를 돌보는 청소년을 의미하는 ‘영케어러’, 과도한 간병비로 인한 ‘간병파산’과 같은 돌봄 위기를 뜻하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을 ‘더블 케어’라고 합니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쓰러지면 가족의 삶도 멈춰지고, 간병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 ‘간병’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습니다.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한 채 빈곤과 질병, 고독으로 채워진 노인들의 삶은 죽음의 예비기간만 길어지는 셈입니다.
돌봄의 문제는 우리사회를 지탱하던 가치체계와 연결되고 있고,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어서 국가, 지역사회, 기업, 가족의 관점에서 돌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 돌봄은 보건의료와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주거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이 연계되어 제 기능을 발휘할 때 효과가 있겠습니다.
노인들은 살아온 곳에서 건강하게 자립적인 생활을 하고, 가족들은 돌봄의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등 돌봄 체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스마트홈 기술과 헬스케어, AI 기반 서비스는 노인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겠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스웨덴의 경우 재택 간호와 가사 지원, 요양시설을 통합한 시스템을 운영하며 건강이 악화된 80세 이상의 고령자를 중점 지원하고, 의사의 권한 중 일부를 간호사에게 이관하여 손쉽게 서비스를 받도록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지자 가족이나 친척, 친구,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의 역할을 부여하고, 급여를 제공하는 등 인력 부족 문제에 적극 대처해왔습니다. 가족도 가족의 노인을 돌보면 한 달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일본은 재택의료와 지역포괄지원센터를 통해 의료, 간병, 생활지원 등이 통합된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24시간 의사의 방문 진료가 가능하고, 케어매니저라는 전문 인력은 대상자별로 맞춤형 요양계획을 수립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로봇은 돌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며 간병 기능을 수행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는 사용자가 부스 내부에 앉기만 하면 15분 만에 샤워와 머리 감기, 건조가 가능한 일명 ‘인간 세탁기’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AI 돌봄 로봇 ‘효돌’은 지역별 사투리 대화가 가능하고, 노인 상태 모니터링과 식사, 복약, 운동, 위급상황 알림 등 다양한 기능으로 그 효용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 각국은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내년 3월 시행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통합돌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노쇠하거나 질병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 지낼 수 있도록 의료와 요양 등의 돌봄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규정인데,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오늘 심포지엄에서 국가와 지역사회, 신기술 관점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돌봄 시스템의 모델이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저희 아산재단도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사회의 새로운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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