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사장 포커스
아산재단, 499명에게 장학금 39억 원 전달 | 등록일 : 2025.02.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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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재단, 499명에게 장학금 39억 원 전달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월 25일(화) 서울 송파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2025년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습니다.
아산재단은 이날 대학원생 88명, 대학생 411명 등 총 499명에게 장학금 39억 원을 전달했습니다.
의생명과학분야 대학원 장학생 78명(국내 47명, 해외 31명)은 매년 2천∼4천만 원을, 보건의료정책분야 대학원 장학생 10명은 매년 1천만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대학교 장학생에는 의생명과학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 36명, ‘북한이탈청소년 장학생’ 45명, 군인·경찰·소방·해양경찰 등 국가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는 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MIU(Men In Uniform) 자녀 장학생’ 230명, 산업체 장기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지역산학협력 장학생’ 100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생명과학분야 대학교 장학생과 북한이탈청소년 장학생에게는 연 6백만 원, MIU 자녀 장학생에게는 연 4백만 원의 학업보조비를 지원하여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산학협력 장학생에게는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합니다.
아산재단은 1977년 재단 설립 시부터 지속적으로 장학 사업을 펼쳐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3만 7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총 872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건강하신 모습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산장학생으로 선발되신 여러분, 축하합니다.
오늘 장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여러분들, 그리고 장학생들을 선발하느라 애써주신 장학자문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꽤 쌀쌀한데 이제 1주일 후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장학생 여러분들은 잘 아실텐데요, 요즘 ‘얼죽아’라고 하는데 이제 얼어 죽을 걱정 없이 아이스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되었습니다(웃음). 그야말로 만물이 소생하는 좋은 계절에 여러분을 만나게 되니 저도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장학생 여러분도 새 학기를 맞아서 희망찬 출발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선친께서는 복지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나라에 생소하던 1977년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우셨습니다.
그해 1977년은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처음으로 1천 달러를 넘어선 해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3만6천 달러를 넘고 있으니 그 당시 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어려울 때였습니다. 서울에 지하철 1호선 밖에 없을 때였는데 처음 개통할 때 깨끗하고 번쩍번쩍해서 사람들이 고무신을 벗고 전동차를 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웃음).
아버님은 그 해 재단의 첫 번째 사업으로 장학사업을 펼치시며 어려운 형편에서도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아버님은 일제강점기에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통천에서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시절 우리 농촌에서는 일 년 내내 허리가 부러지게 일을 해도 일 년 양식을 얻을까 말까 했다고 아버님께서는 회상하셨습니다. ‘허리가 부러진다’는 표현을 요즘의 젊은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풍년이 들면 그런 것이고, 흉년이 들면 겨울에 양식이 일찍 떨어져서 아침에는 좁쌀로 밥을 짓고, 점심은 굶고 저녁에는 콩죽을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 훈장으로 계시던 서당을 3년 다니시며 '논어' '맹자' '소학' '대학' 같은 책들을 읽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일제시대 초등학교를 4, 5, 6학년 3년간 다니신 것이 공식 학력의 전부입니다.
새벽 일찍부터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던 아버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이광수 선생의 ‘흙’이라는 소설이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이 소설을 읽으려고 매일 집에서 한 시간 떨어져 있는 이장댁에 가서 어른들이 신문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보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그 당시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인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허숭 변호사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서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을 두 번이나 보셨지만 독학으로 공부하시다 보니 합격은 못하셨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나의 첫째 스승이 부모님이었다면 둘째 스승은 책이었다’고 하실 만큼 책을 좋아하셨고 나중에는 문인들과도 가깝게 지내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즐겨 읽은 책이 아버님에게 큰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평생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죽도록 일해도 배불리 밥 한 번 못 먹는 농부로 살 것인가 고민하다 네 번이나 가출을 해서 서울로 오셨다고 합니다.
1933년에는 서울 안암동의 고려대 신축 공사장에서 등짐 지는 일을 하셨는데, 당시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하셨다고 합니다.
울산에 대학교와 중ㆍ고등학교, 서울에 현대고등학교를 설립하신 아버님은 “젊은 시절 어느 학교 공사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면서 바라본 대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에게는 한없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여기에 배움의 주춧돌을 놓게 하였으니 젊은이들이여! 이 배움의 터전에서 열심히 학문을 익혀 드높은 이상으로 꾸준히 정진하기 바랍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으로 발전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최근 일본을 추월했고,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 같은 산업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고부가가치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의 경우 우리나라의 수주 점유율은 60%로 전 세계 1위입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BTS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에 열광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고 있으며 클래식 애호가들은 임윤찬과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에 찬사를 보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우리의 문화가 이제는 세계 수준임을 입증했고, 작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종합성적 8위, 최근의 중국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종합 2위를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발전했지만 오늘 우리 청년들의 현실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은 청년들을 답답하게 하고, 올라가는 집값, 급속한 고령화는 청년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한 번도 어렵지 않았던 때가 없었습니다. 6.25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1970년대 오일쇼크,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등 많은 난관을 거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켜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막노동과 쌀가게 점원으로 시작해서 자동차 수리점, 건설업, 조선업, 자동차 제조업에 도전하시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실패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신으로 일하셨습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라는 분은“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1월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IT 산업 전시회 ‘CES’에서는 전 세계 345개 벤처 · 스타트업 들이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그중의 45%인 156개는 우리나라 기업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청년들이 있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어 보입니다.
공자의 논어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사람은 밥그릇, 국그릇과 같이 일정한 용도로만 쓰이는 고정된 그릇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장학생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청년들이 만들어 갈 우리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저희 아산재단은 우리의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꿈을 키우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학생 여러분들도 배움과 성장을 거듭해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이끌고, 여러분들의 후배들에게 여러분의 성공과 과실을 나누어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장학생 여러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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