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포커스
아산재단, 제17회 아산의학상 시상식 개최 | 등록일: 2024.0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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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소장 ·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수상 (기초의학부문) (임상의학부문)
젊은의학자부문 KAIST 정인경(기초) · 분당서울대병원 오탁규(임상) 교수
<왼쪽부터 오탁규·김원영 교수, 정몽준 이사장, 이창준 연구소장·정인경 교수>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1일(목)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제17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을 열고,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이창준(58세) 기초과학연구원(IBS)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연구소장과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김원영(50세)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각각 3억 원을 수여했습니다.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정인경(40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오탁규(38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게는 각각 5천만 원 등 4명에게 총 7억 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기초의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창준 연구소장은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신경세포를 보조하는 역할로만 알려졌던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Astrocyte)’ 연구로 치매, 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임상의학부문 수상자인 김원영 교수(서울아산병원 응급실장)는 20여 년간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심정지, 패혈증, 허혈성 뇌손상, 급성호흡부전 등 중증 응급환자의 치료법 개선에 전념하고,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의 심폐소생술 생존율을 국내 평균 5%의 6배인 30% 가까이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만 40세 이하의 의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젊은의학자부문의 정인경 교수는 3차원 게놈(Genome) 지도를 해독해 파킨슨병, 암 등의 질환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기전을 규명하였고, 오탁규 교수는 국내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실태 연구로 처방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아산의학상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국내외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제정되었으며, 아산재단은 국내 의과학계 발전을 위해 400억 원 규모의 아산의학발전기금을 조성하여 아산의학상 시상 및 수상자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건강하신 모습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아산의학상을 수상하시는 네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초의학부문의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연구소장님과 임상의학부문의 김원영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님, 젊은의학자부문의 정인경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님과 오탁규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산의학상 수상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아산재단 이사님들과 내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수상자들을 선정하느라 애쓰신 운영위원회의 박성욱 위원장님과 위원님들, 심사위원회의 김종재 위원장님과 위원님들, 오늘 축사를 해주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십여 년 전에 저의 심장판막 수술을 해주신 이재원 교수님께서도 참석해주셨는데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저희 아버님의 23주기가 되는 해인데, 아버님께서 저희 재단을 세우신 뜻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지금으로부터 47년 전, 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7년에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고 하시면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우셨습니다. 재단 설립 이듬해부터 정읍, 보성, 보령, 영덕과 같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무의촌 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셨고, 1989년에는 연구개발과 각 병원의 중심 역할을 하는 서울아산병원을 설립하셨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을 시작하고 간이식과 심장치료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 치료법을 도입해서 우리나라 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을 도입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4 임상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평가에서 내분비 3위, 비뇨기 4위, 소화기 5위, 암 6위, 신경 8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5개 분야에서 세계 10위 이내 선정은 국내에서 아주 드문 일입니다. 종합평가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22위이고, 국내에서는 1위입니다. 작년 2023년에는 미국, 영국, 싱가폴 등 선진국을 포함한 51개국 466명의 해외 의학자가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와 의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미국의 원조사업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의 기틀을 준비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의학 지식을 다른 나라에 가르쳐주고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80.3년인데 우리나라는 83.6년입니다. 저희 재단은 진료현장과 실험실에서 질병치료와 연구에 매진해 오신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2008년에 아산의학상을 제정하였습니다. 오늘 수상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동영상을 통해 소개하겠지만, 제가 먼저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초의학부문 수상자인 이창준 연구소장님은 ‘뇌 과학은 곧 신경과학’이라는 기존 프레임에서 탈피해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셨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장님은 경기도 김포가 고향으로 어릴 적에 가축을 키우며 생물학자를 꿈꾸셨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신경생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현지 취업이나 대학교수 대신 우리나라 뇌 연구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한국행을 선택하셨다고 합니다.
이 소장님의 두 아드님도 과학기술연합대학원과 연세대에서 각각 의약 화학과 뇌과학의 박사과정에 있다고 하던데, 이 소장님처럼 훌륭한 의과학자로 성장하시길 기대합니다. 또 성악을 전공하신 사모님은 교회 성가대의 지휘자로, 이창준 소장님은 기타 연주로 성가대에 봉사하신다고 하는데 이창준 소장님은 제가 뵐 때 큰 예술가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웃음) 마침 오늘은 이 연구소장님의 생신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소장님과 사모님께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임상의학부문 수상자인 김원영 교수님은 20여 년간 서울아산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전장의 야전병원처럼 긴박한 응급실에서 중증 응급환자 치료와 연구에 전념해오셨습니다. 김 교수님은 국내 처음으로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 2개 분야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셨고, 2018년부터 응급실장을 맡고 계십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는 하루 평균 300여 명, 연간 10만 명 이상의 응급환자를 치료하는데, 김 교수님은 심폐소생술의 생존율을 국내 평균 5%의 6배인 30% 가까이로 끌어올리면서 응급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환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김 교수님과 응급실 의료진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김 교수님의 사모님은 송파구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데, 김 교수님과 사모님께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정인경 교수님은 유전자 세트를 의미하는 게놈의 3차 구조 기반 유전자 조절기전 연구를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해 파킨슨병, 대장암 등의 새로운 원인을 규명하셨습니다. 정 교수님은 현재 연구년으로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중이신데, 시상식을 위해 귀국을 하셨습니다. 정 교수님과 가족분들에게 축하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오탁규 교수님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인구 코호트 연구로 국내 마약성 진통제 사용실태를 밝히고, 중증환자의 생존 후 후유증 분석 연구 등을 해오셨습니다. 오 교수님과 부모님에게 축하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아버님께서는 평소에 “의학이라는 학문과 의술은 참으로 무한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 자체도 또한 한이 없습니다. 숭고한 정신을 한없이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의료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수상자 네 분의 훌륭한 업적들은 우리나라 의과학의 자랑스러운 자산입니다. 여러분의 업적을 바탕으로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큰 업적들이 우리 의과학계에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상자들께서 앞으로 더욱 큰 역할을 하시는 데 오늘의 아산의학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연구소장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아산의학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님, 정몽준 이사장님,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합니다.
특히 오늘은 제 58번째 생일이면서 아산의학상 선정 소식을 받은 날이 저와 제 아내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오늘의 이 시상식은 제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만큼 아주 뜻깊은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재단의 설립이념은 제 연구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뇌과학자로서 지난 20여 년간 인류의 뇌 건강을 위한 연구에 천착해 왔습니다. 제게 아산의학상이 더욱 뜻 깊은 이유입니다. 사명과 책임을 다시금 새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전인미답(前人未踏). 제 연구 인생은 아무도 발 디디지 않았던 영역에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닦는 과정이었습니다. 뇌과학은 곧 신경과학, Neuroscience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지난 한 세기 동안 뇌과학은 신경세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신경세포의 중요성은 간과되어 왔습니다. 그저 신경세포를 보조하는 역할만 수행한다고 알려졌습니다.
20년 전 저는 이러한 프레임을 깨고 별모양의 비신경세포 '별세포(Astrocyte)'에 주목했습니다. 별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경세포처럼 신호전달물질을 분비하며 뇌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별세포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20년 전만 해도 별세포 분야는 불모지였습니다. 그러나 그간의 연구로 뇌의 비밀을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연구실은 다수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세계가 한국의 별세포 연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치매,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 비만, 노화, 관절염 등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들의 정복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였습니다.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KDS2010, KDS12025의 임상은 순항 중이며, 곧 실용화란 결실을 맺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저를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까지 이끌어주신 존경하는 스승 신희섭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우리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을 함께 이끄시는 동역자이시며 선배 뇌 과학자이신 강봉균 단장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참석 못하셨지만 아산의학상 후보자로 추천해 주신 고규영 단장님 감사드립니다. 평생 연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한 각 분야 탁월한 동료 과학자인 박기덕 박사를 비롯해 윤미진 교수, 리온 단장, 정은규 교수님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한창 같이 공동 연구하는 연구위원들 감사드립니다. 또 저를 믿고 저와 함께 밤새 실험하며 논문 작업했던 제자 과학자 여러분들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늘 곁을 지켜주고 믿어준 사랑하는 아내 재진에게 감사합니다. 연구에 매진하느라 아버지로서 부족했지만, 훌륭히 자란 아들 회진, 회준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과학자 여러분. 'Serendipity'란 말처럼 때로는 엉뚱함과 실패가 뜻밖의 돌파구가 됩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나아가십시오.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이 오늘날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인류의 삶에 기여했듯 우리의 연구도 그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김원영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먼저, 오늘 이 자리가 있도록 만들어 주신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님과 정몽준 이사장님, 그리고 부족한 제 연구를 의미있게 봐 주신 아산의학상 운영과 심사에 관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중증응급환자 진료에서 신속한 진단과 효과적인 처치로 중증응급환자들의 생존률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아산의학상 수상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서 응급의학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인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모쪼록 저의 수상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연구를 지속하시는 미충족 필수의료과 연구자분들께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구들을 돌이켜보면 감사한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힘든 응급실 진료에도 연구에 동참해주시고, 요즘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오늘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후배 교수님들, 그리고 응급센터에서 헌신적으로 도와주시는 응급센터 간호부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또한 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였었던 여러 타 기관 선후배님들께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평생 ‘퐁당퐁당’으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였던 저를 위해 헌신한 아내 반수미에게 평소에 말로 전하지 못하였던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료와 연구 등 병원일을 핑계로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했지만 잘 자라준 아들 성호에게도 고마움을 보냅니다.
제가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을 선택한 이유는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의 환자가 몇 분만에 안정되고 갑자기 삶의 희망이 찾아오는 학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여러 가지 사태로 진료 현장은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자긍심이 사명감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여 힘들게 필수의료에 종사하려고 했던 우리 젊은 의사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가슴 뛰는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 권위 있는 상을 수여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이사장님께서 서두에 뉴스위크지에서 우리나라에서 제1의 병원이 제가 소속돼 있는 서울아산병원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세계 여러 병원 평가에서는 응급센터를 평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준비를 잘해서 나중에 응급센터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서울아산병원 응급센터가 세계 1위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 정인경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먼저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하게 되어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님과 심사위원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본 상은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에게 있어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까 합니다.
어린시절 읽었던 정주영 회장님의 일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간척지를 만드는데 빠른 유속으로 인해 집채만한 바위도 휩쓸려가는 어려운 상황을 폐선박으로 막아 완성시킨 일화가 생각납니다. 제가 읽었던 많은 위인전기 중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도 모르게 그런 도전과 혁신에 매료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는 연구자로서 그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나아가 정주영 회장님처럼 사회에 큰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간단히 제 연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단백질 3차 구조처럼 공간상에 배열된 3차원 게놈 지도 해독을 통해 질환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전정보는 DNA 서열에 존재하지만, 이 정보가 3차원 게놈 구조를 통해 다양하게 해독될 수 있다는 생명 현상의 복잡성과 근원적인 원리에 매료되어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운좋게 대학원 및 박사후연구원 과정 때 훌륭한 스승님과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시는 많은 멘토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도 교수님과 멘토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특히, 박사후연구원 때 접하게 된 게놈 3차구조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는 이전까지 단 한번의 실험도 하지 않았던 제가 실험복을 입고 파이펫을 잡게 할 정도로 큰 열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 연구실을 셋업하고 조마조마 하던 첫 실험이 성공했을 때, 저의 첫 제자인 이정운 박사와 함께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리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차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리 친절하지 못한 자도 교수를 따라 종종 버겁고 힘이 듦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길을 동행해준 저의 학생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양한 질환에서 게놈 3차구조의 역할을 규명해보고자 하는 저의 도전은 무모하기도 하였지만, 많은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게놈 3차구조 연구가 게놈 기능을 새롭게 해독할 수 있는 혁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는데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연구년 중이라 오늘 함께하지 못하였지만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는 아내와, 이번 수상 기사를 보고 아빠가 유명인이 되었다고 좋아했던 석준이 민하,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누님 가족에 이 영광을 돌립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는데 이끌어 주신 지도교수님, 소중한 조언을 주시는 멘토 교수님, 저와 함께한 학생들, 그리고 제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료 연구자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저 또한 이들과 함께 의과학 발전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 오탁규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영예로운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을 제가 받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주시는 것을 저의 소명에 더욱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의 연구를 의미 있게 봐주시고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정몽준 이사장님, 아산의학상 운영위원회 및 심사위원회의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더 좋은 연구와 교육, 환자의 진료에 매진하려 합니다.
저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지만, 세부 전공으로 중환자의학을 선택하여 2017년부터 7년간 외과계열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해왔습니다. 외과계열 중환자실은 높은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진료한 중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며 깊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365일, 24시간 업무 전화를 받으며 매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선택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중환자들을 진료하며 관련 주제들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연구들을 해왔습니다. 무엇이 중환자들의 예후를 나쁘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정책적으로 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저의 연구는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해야 할 연구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환자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전공의 시절을 보낸 국립 암센터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난 10년 동안 많은 암환자들 및 마약성 진통제 사용자 혹은 중독자들을 보아왔고 진료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통증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에 대해 늘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과 그로 인한 부작용 및 사망률 증가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고민해 왔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의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도움을 주셨던 은사님들이 계십니다. 예방의학과 석사와 박사과정을 모두 지도해주신 최재욱 교수님, 그리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지금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계신 도상환, 황정원, 전영태, 김진희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은사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제가 많은 연구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짧지 않았던 수련과 학업 기간 동안 저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의 헌신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의사이자, 의과학자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축사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왕규창입니다.
오늘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권위 있는 의학상 중 하나인 아산의학상의 제17회 시상식에서 축사를 드리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의학 및 관련 전문분야의 석학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으로서 우리나라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의료법이 인정하는 두 개의 법정단체 중 하나이며 또 하나는 의사협회입니다.
저는 의학한림원을 대표하여, 2008년부터 매년 우수한 의학자들을 선정하여 이를 널리 알리며 차세대 의학자들을 격려하고자 아산의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해 오신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정몽준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세대는 1인당 국민생산이 100불에 훨씬 못 미치던 때에 유소년기를 보낸 후 우리나라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이러한 비약적 발전의 한 가운데에, 23년 전 오늘 하늘의 별이 되신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가 계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설립자의 호를 딴 의학상이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의학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뜻하는 바가 실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국내에 머물지 말고 세계를 향하며, 과거와 타성에서 벗어나 큰 꿈을 꾸고, 패기를 가지고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고 계신 것 같아서입니다.
요즈음 우리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의학한림원에서는 이미 1년 반 전부터 국내외 자료를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편향된 근거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의한 사전 준비, 의대 정원 정책의 점진적 변화와 주기적이며 유연한 정원 조정을 정부와 국회에 권유하였으나 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갑작스러운 대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의료계와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는 그동안 적체되어 왔던 우리나라 의료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순점들과 비필수, 비급여 분야의 불균형적 성장, 25년 전 법에서 의무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정부의 5년 주기 보건의료정책 수립 등 여러 문제들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최근 30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의료와 의학 연구 수준에 있어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였습니다. 이 모든 발전적 변화는 의학과 의료에 종사하는 저희들을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살피고 후원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가능하였습니다. 그중 아산의학상이 어떠한 사사로운 대가와 이익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동기에 의하여 오직 우리나라 의학 발전만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관심과 후원의 상징이라 생각합니다. 거듭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 이 영광된 아산의학상을 받으시는 이창준, 김원영, 정인경, 오탁규 교수님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네 분께서 보여주신 그간의 노고에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하며 이번 아산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더 큰 자신감으로 더 큰 업적을 이루어 우리나라와 인류를 위하여 크게 기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분들을 아끼며, 쉽지 않은 긴 여정을 함께 해 주신 가족, 연구진 구성원과 동료, 그리고 이분들을 학문적으로 이끌어 주신 은사님들께도 수상자에 못하지 않은 큰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아산의학상을 통하여 정주영 재단 설립자님의 도전과 개척의 정신을 되살리며 우리나라 의학 발전을 위하여 큰 뜻을 펼치시는 정몽준 이사장님과 아산사회복지재단에 거듭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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