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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재단, 제34회 아산상 시상식 개최 | 등록일: 2022.11.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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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재단, 제34회 아산상 시상식 개최
‘아산상’ 아프간ㆍ모로코에서 의료봉사 펼친 박세업 씨 등 6개 부문 18명 시상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11월 17일(목)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34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치료하고,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2만 7천여 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며 보건환경 개선에 기여한 외과의사 박세업 씨(남, 60세)가 대상인 아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산상 상금은 3억 원입니다.
의료봉사상은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된 소록도 주민들을 27년간 돌본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오동찬 치과의사(남, 54세)가 수상했습니다. 사회봉사상은 미혼모,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여성, 이주 여성 등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복지증진에 기여한 착한목자수녀회(대표 이희윤 수녀)가 수상했습니다.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상금은 각각 2억 원입니다.
이외에도 아산재단은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해 헌신한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수상자 15명에게 각각 상금 2천만 원을 시상하는 등 전체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 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아산상을 수상한 박세업 씨는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시 의료봉사의 꿈을 키우고 소외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전공을 일반외과로 정했습니다. 2005년에는 가족과 함께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과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의 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사, 간호사 훈련에 힘썼습니다.
박세업 씨는 병원 밖에서 사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는 현장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고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해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2년에는 국제보건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의 모로코에서 지금까지 2만 7천여 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며 보건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모로코에 인접한 모리타니아에서도 결핵 퇴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의료봉사상을 수상한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오동찬 씨는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에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한 이후 지난 27년간 한센병으로 소외된 소록도 주민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오동찬 씨는 아랫입술이 처지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국내 처음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 명을 치료했습니다.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제수녀회로 한국에는 1966년 진출해 서울, 춘천, 군산, 제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근로기숙사를 운영하며 미혼모를 돌본 것을 계기로 1979년 춘천시에 미혼모 거주시설인 ‘마리아의집’을 개설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녀회는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라는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미혼모,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여성, 폭력 피해 이주 여성 등에게 필요한 보호시설과 긴급구호, 피해자 위기상담, 자립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신 수상자 여러분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해진다고 느낀다”면서 “수상자들께서 앞으로 활동하시는 데 오늘의 아산상 수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1989년 아산상을 제정했으며, 각계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공적에 대한 종합심사를 거쳐 제34회 아산상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 인사말
<정몽준 이사장>
건강하신 모습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산상을 수상하시는 박세업 선생님, 의료봉사상의 오동찬 의료부장님, 사회봉사상의 착한목자수녀회 수녀님들, 그리고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수상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상자를 선정하느라고 애쓰신 이병규 심사위원장님과 심사위원님들, 운영위원회의 김명자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산상 시상식은 매년 저희 선친께서 태어나신 11월 25일 즈음에서 개최했는데, 올해는 제가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일 출국하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조금 일찍 오늘 시상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복지라는 말이 생소하던 1977년에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에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세우시면서 어려운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 위화감, 그리고 차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어려운 분들에 대한 인간의 예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희 재단은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봉사하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 수상하시는 분들의 업적은 잠시 후 영상 화면으로 보시겠지만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산상을 받으시는 박세업 선생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치료하시고, 지금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2만 7천여 명의 결핵 환자들을 치료해 오신 외과 의사이십니다.
박 선생님은 병원비가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서 2005년에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셔서 환자 치료와 현지 의료진 교육에 힘쓰셨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2010년에는 50세의 나이에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원에서 보건학 공부도 하셨습니다.
박 선생님은 모로코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올해 3월 현지 의사면허를 취득하셨는데, 이제는 병원을 개원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박세업 선생님과 함께 고생하시는 사모님께 큰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의료봉사상 수상자인 국립소록도병원의 오동찬 의료부장님은 편안한 치과 의사의 삶 대신에 소록도에서 27년간 한센병 주민 치료에 헌신해오셨습니다.
전남 고흥군에 있는 소록도는 섬의 모양이 작은 사슴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크기는 여의도의 1.3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오 부장님이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1995년에는 주민이 1,400명 되었는데, 지금은 420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1995년에 오 부장님께서 공중보건의로 국립소록도병원에 지원을 하자 의과대학의 선후배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의 반대도 심했다고 합니다.
오 부장님은 작은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진료가 끝나면 주민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집안일도 돕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가족처럼 지내오신다고 합니다.
오 부장님은 소록도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사모님과 결혼하여 슬하에 두 딸을 두셨는데, 두 딸은 한의대와 의대에 진학해서 가족 모두가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필리핀의 한센병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록도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계시는 오동찬 의료부장님과 사모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 시상식 전에 저희가 수상자 가족분들과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오동찬 의료부장님과 사모님께서 저희 테이블에서 같이 식사를 하셨는데, 사모님께서 지금 입고 계시는 털 스웨터가 오동찬 의료부장님이 30여 년 전에 선물한 옷이라고 합니다.
그 옷을 오늘 기념으로 이렇게 입고 오셨다고 하는데, 사모님께도 박수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사회봉사상을 수상하는 착한목자수녀회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돌봐오셨습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제수녀회입니다.
한국에서는 1966년 미국에서 파견된 수녀님 두 분이 전북 군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가난한 소녀들을 돌본 것이 한국의 착한목자수녀회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서울, 춘천, 제주 등 여러 곳에서 미혼모,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 이주 여성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수녀님들은 피해 여성들을 보살피며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소중하다’는 설립 정신을 지켜오셨습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수녀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현재 착한목자수녀회에서 활동하시는 수녀님들이 마흔여덟 분이라고 하는데, 지난 56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품어주신 착한목자수녀회의 수녀님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오늘 시상식에는 다른 여러 부문의 수상자들도 참석하셨습니다.
복지실천상을 받으시는 강경규 님은 취약지역 저소득층 주민들의 자립을 도우셨고, 김동혁 님은 노숙인들의 복지 증진에 힘쓰셨습니다. 김태숙 님은 교도소 수용자, 출소자의 교정과 사회복귀에 힘쓰셨으며, 남영란 님은 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복지를 돕고 계십니다. 홍유미 님은 시청각 장애가 있는 분들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강경규 님, 김동혁 님, 김태숙 님, 남영란 님, 홍유미 님 다섯 분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자원봉사상을 받으시는 강민정 님은 적십자 봉사원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셨으며, 김병록 님은 헌 구두를 수선해 기부하고 또 이발 봉사도 하시며 나눔을 실천하셨습니다.
김시중 님은 여든의 연세에도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녹음봉사 활동을 해오고 계십니다. 가수 지누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션 님은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시고, 허운 님은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계십니다.
강민정 님, 김병록 님, 김시중 님, 션 님, 허운 님께 축하와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효행·가족상을 수상하시는 김덕순 님은 시어른들과 시동생들을 정성으로 돌보셨고, 박일호 님은 힘든 소방관 업무에도 몸이 불편한 아들을 사랑으로 양육하셨습니다. 위계홍 님은 100세가 넘은 부모를 모시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셨고, 이계숙 님은 종갓집의 맏며느리로 시조부모와 시부모를 정성으로 모셨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최이리나 님은 시부모와 시고모를 모시면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김덕수 님, 박일호 님, 위계홍 님, 이계숙 님, 최이리나 님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수상자 여러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해진다고 느껴집니다.
수상자들께서 앞으로 활동하시는 데 오늘의 아산상 수상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바쁘신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아산상 박세업 의사)
<박세업 의사>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는 정주영 회장님의 뜻에 따라 설립되어 정몽준 이사장님이 이어오신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수여하는 아산상을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같이 일하였던 아프간 특별기여자를 돕기 위해 울산을 방문하였을 때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라. 찾아도 없으면 길을 만들어라.”라는 개척정신으로 정주영 회장님께서 500원짜리 지폐와 울산 백사장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한 현대중공업의 역사를 보며, 지금은 울산이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되고 지역사회가 많이 변한 것을 보고 왔습니다.
27년째 해외봉사의 길을 걷고 있고, 지금은 길이 없는 사하라 사막의 나라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에서 길을 만드는 일을 하는 저로서는 이번 수상은 격려를 뛰어넘어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됩니다.
장남을 기꺼이 이런 봉사의 삶을 사는 길에 내어 주신 91세가 되는 연로하신 아버님, 늘 이 길을 같이 걸으며 내조해 준 아내와 자녀들, 이번 아산상에 후보로 추천해준 모교인 부산의대,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여 주신 글로벌케어와 창원 한마음병원을 비롯하여 저희가 하는 일을 그동안 지원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나라에서 신앙인으로서 의술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88년 인턴 시절 개인적으로 가난한 결핵 환자들의 병원비 지원과 의술로 돕는 일을 국내에서 시작하여, 1998년부터는 베트남 의료봉사팀에 참여하게 되면서 해외에서도 의료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프가니스탄에 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땅,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땅 아프가니스탄으로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가게 된 것이 첫걸음이 되어 지금은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에서 결핵과 만성질환인 당뇨와 고혈압의 관리프로그램, 모성보건 사업 그리고 보건정책 컨설팅을 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료인으로 활동하면서 당연히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돕는 기쁨과 보람도 있지만,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게 될 청년들을 세우고 그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보건 전문가로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 환자를 돌보며 현장에 오래 있고 싶습니다. 단순히 의료라는 기술뿐만 아니라, 내가 일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와 그들의 필요를 잘 이해하고 보다 나은 그들의 삶을 위해 봉사하면서,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의료봉사상 오동찬 의료부장)
<오동찬 의료부장>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님과 관계자분들께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상은 저에게 큰 기쁨이고 영광입니다. 오늘의 수상은 소록도에 계시는 한센 어르신들과 이분들의 건강과 안정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소록도병원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큰 기쁨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이 아려왔습니다.
저는 단지 소록도에 계시는 한센 어르신을 진료하고 틈틈이 집으로 찾아뵈어 집안일도 도와드리고 함께 식사하고 그분들의 과거 힘든 삶을 말씀하실 때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주며, 아들로서, 이웃 주민으로 30여 년 함께 지낸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한센병에 대한 편견이 깨지길 바라는 아산재단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록도에 계시는 어르신들은 이제 한센병이 다 치유되고 전염성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방접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지난 1980년대 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대한민국은 한센병 완치 국가로 인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록도에 계신 어르신들은 과거에 한센병에 걸려 조기 치료가 되지 않고 숨기고 살다 보니 치료가 완료되었지만, 후유증으로 장애가 남아 있을 뿐이지 전염성이 전혀 없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소록도병원이 올해 106주년이 되었지만, 한센병에 걸린 직원이 한 명도 없고, 저도 1995년부터 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특히, 아이들은 소록도 어르신들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음식도 나눠 먹으며 가깝게 지냈지만, 지금까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아버지로부터 소록도병원과 한센 어르신들의 힘든 삶과 병을 치료할 의사가 적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회가 되면 반드시 소록도에서 이분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1995년 공중보건의로 소록도병원을 지원하자 어머니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면 가라고’하실 정도로 반대가 심했습니다.
말기 암을 앓고 계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이었지만 저는 너무나 소록도에 가고 싶어 1년만 근무하고 돌아오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소록도까지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몸이 불편한 한센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 저를 보고 ‘엄마 대하듯이 따뜻하게 잘해 드려라’라고 말씀을 하시고 머지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께는 큰 불효를 한 아들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항상 간직하면서 어머니가 마지막에 하신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치과 치료와 아랫입술 재건 수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2005년부터 가족들과 함께 해외 한센인 마을과 빈민촌으로 의료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센병이 다 치유되었지만, 외국의 한센인들은 여전히 낙후되고 어려운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의료봉사는 잠시 멈췄으나 다시 한센인 마을이나 빈민촌을 찾아 의료봉사를 이어 나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어느덧 27년이라는 세월 속에 저 자신의 나태해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저에게 주신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통해 앞으로 한센 어르신들의 평안한 삶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늘 생각하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소록도의 삶, 저는 만족하고 행복했지만, 가족들의 희생이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소록도에서 생활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소록도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항상 저를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준 사랑하는 아내와 섬 생활의 불편함도 컸을 텐데 불평하지 않고 잘 자라준 두 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소감(사회봉사상 착한목자수녀회)
<이희윤 대표 수녀>
저희 수녀회를 아산상 ‘사회봉사상’에 선정해주신 아산재단 관계자분들과 정몽준 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5월에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처음 심사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수녀회가 제34회 아산상 ‘사회봉사상’ 후보에 추천되었다고 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전화를 받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천주교회 안에서도 작은 수녀원에 속하는 저희가 어떻게 아산상 사회봉사상 후보가 되었을까 생각하면서 가슴이 콩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를 만나러 온 아산사회복지재단 직원분들은 이미 저희 수녀회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일들을 하면서 그동안 왜 이토록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저희는 불우하고 소외된 여성들의 편에서 그들을 사랑으로 지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일부였기 때문에 우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산상 심사를 통해 저는 우리 한국 착한목자수녀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전라북도 옥봉이라는 시골에 들어와서 가난한 소년·소녀들에게 기술교육을 시작하셨던 우리 선교사 수녀님들. 어둠과 절망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알려주기 위하여 헌신하며, 거칠고 사나운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위기에도 당당하고 용기 있게 마주했던 우리 수녀님들과 평신도 파트너들. 앞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다시 생명으로 태어나기까지 잘 견뎌내 준 피해 소녀들과 여성들.
비록 상을 받지 못해도 착한목자수녀회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간은 저희에게도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한 수녀님으로부터 조현병을 갖고 있는 한 소녀가 자해와 자살시도를 반복하고 있으니 기도를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던 그날, 저는 저희 수녀회가 아산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아파하는 그 소녀를 살리기 위해 투신하고 있는 수녀님들에게 주는 상이구나! 이 상은 착한목자 수녀들이 60년 동안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결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봉사상의 수상 소식은 착한목자 수녀들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사랑과 구원의 사명에 대해 사회에서도 정말로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저희 수녀회를 추천해주신 분들과 저희를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심사를 위해 경춘선 열차를 타고 춘천 저희 수녀원까지 방문해주셔서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요.
낯선 이국땅에 와서 한국 착한목자수녀회를 시작해주신 우리 선교사 수녀님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수녀님들이 하늘나라에서 함께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지금도 사도직 현장에서 한 소녀가, 한 여성이 빛으로 인도되도록, 그래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밤낮으로 애쓰고 계시는 수녀님들과 평신도 파트너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 가장 크게 감사하고 싶은 분들이 있지요. 자신의 어둠을 헤쳐 나가기 위해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우리의 소중한 소녀들과 여성들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때로는 힘차게, 때로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 우리의 사명을 지지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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