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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9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
  • 수상자(단체) : 박영도

‘야학’에서 ‘평생학교’까지 배움의 기회를 선물하다

 

 

수원제일평생학교는 1963년 설립되어, 올해로 5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야학’으로 불렸지만 시대 변화와 함께 ‘평생학교’라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돈이 없어 학교 진학을 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1990년대에는 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오는 근로 청소년들로 바뀌었죠. 2000년 이후에는 가난으로 인해 배울 기회가 없었던 60~70대 노년층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원제일평생학교를 25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박영도(60) 씨의 말이다. 수원제일평생학교 재학생들 대부분은 60~70대 고령의 학습자들이며 그 중에서도 95%가 여성이다.

 

박영도 씨는 “과거에는 여성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 70대가 됐는데도 이름도 못 쓰고 간판도 못 읽고 버스도 제대로 탈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모국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그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계층”이라고 말했다.

 

야학과의 끈질긴 운명

 

박영도 씨가 야학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다. 선배를 따라 방문했던 대구의 한 야학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과 열정적으로 가르치던 대학생 야학교사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야학에 뛰어들게 되었다.

 

1983년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하던 중, 학교 게시판에 붙은 야학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자원하여 본격적으로 야학교사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의 제약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야학 활동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었을 때, 옆 부서 직원이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내가 결혼하는 바람에 야학교사를 더 이상 못할 것 같은데 영도 씨가 좀 도와줄 수 없겠어요?” 회사에서 야학을 했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었고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지만 끈질긴 운명처럼 야학이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36세에 야학 교장을 맡다

 

직장을 옮기고 회사 일과 병행이 어려워지면서 1994년 다시 야학 활동을 잠시 쉬게 됐지만 야학과의 질긴 인연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수원역 전봇대에서 ‘수원제일야간학교’ 교사 모집 전단을 보고 다시 야학교사를 자원하게 된 것이다.

 

그가 야학교사 활동을 시작한지 1년만인 1995년에는 학교가 전소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인근 성당과 교회 교리실 등을 빌려 수업을 진행하다가 교사와 졸업생, 재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500만 원을 마련, 작은 개척교회의 한 층을 빌려 간신히 학교 문을 다시 열었다. 그 와중에 교장이 병환으로 사직하면서 박영도 씨는 36세에 교장을

맡게 되었다.

 

석사학위 받은 사람은 ‘수두룩’

 

수업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문해(文解)교육과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과정 등으로 운영된다.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몰랐던 70대 할머니는 이곳에 와서 이름을 배우고 숫자를 배우면서 집에 돌아가는 버스 번호를 알 수 있게 됐다며 행복해했다. 초등학교만 나온 한 남성은 이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 뒤늦게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건물 관리인이었던 50대 남자는 무학의 학력이었지만 1년 만에 검정고시를 잇달아 통과하고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박영도 씨는 국내 평생교육의 현장 전문가이자 산 증인으로 2017년에는 세계 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그는 “잘 산다고 해서 교육의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앞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 혹은 첨단의 기계에 밀려난 디지털 문맹인들이 교육 대상이 될 수 있다.”고말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배움의 기회를 선물하는 것이 꿈”이라는 박영도 씨는 교육의 힘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이끌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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