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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7
  • 부문 : 아산상
  • 소속(직위) : 고미경 상임대표
  • 수상자(단체) : 한국여성의전화

모두가 존중받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6월 11일 한국여성의전화 개원식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박완서 소설가는 축사를 통해 “여성이 집에서 부당하게 겪는 아픔은 여자 팔자라는 이름으로 은폐돼왔고, 남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몹쓸 짓이라도 모르는 척하는게 미덕처럼 여겨졌다”면서 “그러는 사이에 여성이 최소한의 사람다움도 보장받을 수 없는 가정의 수효가 수 없이 늘어났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박완서 소설가는 집에서 아무도 모르게 억울한 박해를 받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함께 나누려는 여성의전화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1983년 여성의전화가 ‘고통 받는 여성과 함께 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처음 문을 연 곳은 서울 중구청 근처의 옥탑방이었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어떤 학대를 당해도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던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의전화’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이화수 박사였다.


시대적 흐름도 맞았다. 1977년 이화여대에 국내 최초로 여성학이 개설됐고, 크리스천아카데미가 운영한 주부아카데미에서도 수료생이 많이 배출됐다. 수료생들에게 할 일이 필요하던 시점에 이화수·이계경·이현숙·김희선 4인이 여성의전화 창립 깃발을 들었다. 창립 첫해 운영위원장은 이화수 박사가, 총무는 이계경 씨가 맡았다.


개원식 이틀 뒤인 6월 13일 정식으로 전화가 개통됐고, ‘매 맞는 아내들을 위해 전화상담하는 곳이 생겼다’고 알려지자 전화가 폭주했다. 1983년 첫해에 전화 한 대로 약 4천 건의 상담전화를 받았다. 상담전화를 개통하고, 상담원 교육을 시작한 여성의전화는 개원 직후에 우리나라 최초로 ‘아내 구타’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서울지역 708명의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2%의 여성이 맞은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조사를 통해 ‘아내 구타’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가정폭력피해 여성의 긴급피난처인 ‘쉼터’를 개설했다. 3월 14일 사무실 일부를 개조하여 시작한 뒤 6월에 전세방으로 독립한 그곳을 그때는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었다. 여성의전화 활동가들은 ‘shelter’(피난처)와 발음이 비슷하고 쉴 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쉼터’로 명명했다. 쉼터는 현재 여성의전화 본부와 지부에서 12곳을 운영 중이며, 30년 동안 9만1천여 명이 이용했다.


창립 당시부터 여성폭력 관련법의 제정을 절감한 여성의전화는 1991년 4월 18일 ‘성폭력관련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고, 마침내 1993년 정기국회에서 ‘성폭력특별법’이 통과됐다. 여성의전화는 처음부터 가정폭력을 포함시키고자 했으나 법 제정 과정에서 가정폭력이 제외되어 ‘가정폭력방지법’이 별도의 법으로 제정되도록 많은 역량을 기울였다. 1997년 제정된‘가정폭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여성의전화가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부터는 24시간 운영하는 여성폭력 긴급전화 ‘1366’을 개설했고, 2002년까지 운영하다가 정부에 운영을 넘김으로써 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긴급전화가 제도화되는 발판을 놓았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범죄로 인식시킴으로써 여성 인권의 개념을 확장하고 확립시킨 여성의전화는 시대 변화에 맞춰 ‘스토킹범죄처벌법’을 발의하고, 데이트·디지털 폭력 관련법안을 준비하는 등 여성 인권운동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16년에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시민단체의 공동대응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1994년 보건복지부에서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한국여성의전화는 서울의 본부와 전국 25개 지부로 구성됐으며, 산하기구로 가정폭력상담소 14개소와 성폭력상담소 11개소, 통합상담소 2개소, 성매매상담소 1개소, 쉼터 12개소를 운영 중이다. 직원은 사무처에 21명, 전국적으로 230명이 근무하며, 25개 지부를 포함한 전국 회원은 1만 명이다.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회원은 1천5백여 명이며, 자원봉사자는 1천여 명이다. 전화상담 자원봉사자는 379명(본부 30여명)이 활동 중이다. 2016년에는 3만2천 건을 상담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현재 고미경 상임대표와 손명희 전 강화여성의전화 대표, 오영란 전 부산여성의전화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고미경 대표는 “이번 아산상 수상을 계기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이 여성이라는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고, 피해자 보호보다는 인권 보장이라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성폭력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인식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폭력 없는 세상과 평등한 사회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고 대표는 폭력 피해여성의‘보호’를 넘어 ‘자립’을 위한 ‘자립센터’ 건립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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