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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8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서울 송파
  • 수상자(단체) : 윤애경

3년의 신혼, 32년의 간병

 


뜻깊은 결혼 35주년 기념선물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윤애경(57) 씨는 2018년 12월 남편 김종현(61) 씨와 결혼한 지 만 35년이 된다. 윤 씨는 결혼 후 여태 변변한 결혼기념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 윤 씨가 결혼 35주년(산호혼식)을 열흘 남짓 앞두고, 매우 뜻깊은 선물을 받게 됐다. 아산재단의 제30회 아산상 효행가족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윤 씨에게 신혼은 3년에 불과했다. 나머지 32년은 윤 씨가 나홀로 가장으로서 중증장애인이 된 병상의 남편을 지키고 어린 두 남매를 키워내야 하는 힘든 기간이었다.


둘째 출산 5일 후 발생한 남편의 교통사고


1979년 여고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윤애경 씨는 친구 소개로 남편 김 씨를 만나 1983년 12월 3일 결혼했다. 결혼 후 인천에 신혼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1984년 12월에는 첫딸을 낳았다.


1987년 1월 26일이었다. 서울시경(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으로 서초경찰서에 파견 근무 중이던 남편은 퇴근 후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5일 전에 얻은 아들 턱을 내기 위해서였다. 마침 주유하러 나가는 경찰차가 같은 방향이어서 얻어 탔다. 서초역 네거리에서 유턴하던 경찰차는 뒤에서 오던 버스와 부딪혔다. 남편은 그 이후로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이 됐다.


하루아침에 산모에서 환자 보호자가 된 윤 씨는 갓 태어난 둘째와 함께 경찰병원에서 남편을 수발했다. 두 돌이 갓 지난 첫딸은 어쩔 수 없이 경기 파주 친정에 맡겼다. 이렇게 윤 씨의 32년 남편 간병 생활이 시작됐다.


시련은 계속됐다. 사고 후 1년 정도 지나 소속 경찰서에서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올렸는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휴직 기간 1년이 지나서 복직해야 하는데 못하게 되자 자동 면직처리가 됐다. 면직 후에도 유지됐던 경찰병원의 무료 치료도 1991년 초에 중단됐다.


뜻밖의 간호조무사 임시직 기회


1991년 11월 심야에 경찰병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윤 씨에게 뜻밖의 기회가 왔다. 당시 윤 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고 경찰병원에서 간호조무사자리 하나가 나왔으니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 임시직으로 일하라고 제안했다. 윤 씨는 이듬해인 1992년 3월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했고, 그해 9월 경찰병원 간호조무사(기능10급) 채용시험에 합격해 정식 직원이 됐다.


1991년부터 4년간 초등학교 진학 문제로 충북 보은의 시댁과 서울 상도동 애들 고모집에서 머물고 주말에만 만났던 두 아이와는 1995년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함께 지낼 수 있었다. 사고 난 지 8년 만의 일이었다.


1996년 가을에는 달리해줄 치료가 없자 병원의 권유로 남편이 퇴원했다. 그렇게 윤씨 가족은 처음으로 한집에서 살게 됐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 오면서 윤 씨의 일은 전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점심시간에 집에 혼자 누워있는 남편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먹이고 씻기고 숙제챙겨주다 보면 밤 10시를 훌쩍 넘겼고, 녹초가 돼 이내 잠에 곯아떨어졌다. 이런 생활을 2011년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15년간 계속했다.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남편


2000년부터 여러 봉사단체에 참여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 씨는 2021년 말 정년 퇴임 후 남편과 같은 상태의 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남매를 다 결혼시키고 현재 송파구 오금동의 작은 빌라에서 남편과 단둘이 사는 윤 씨는 “남편이 일할 수 있는 온전한 사람으로 낫게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돼 아쉽지만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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