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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5
  • 부문 : 사회봉사상
  • 소속(직위) : 자살예방, 전화상담
  • 수상자(단체) : 한국생명의전화

고귀한 생명 살리는 '정신적 119'

 

 

호주 시드니에 살던 알렌 워커 목사가 하루는 한 청년의 전화를 받았다. 실직 상태로 빚을 지고 있었고, 시골 출신의 외톨이로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 받을 곳이 없던 청년이었다. 워커 목사는 절망에서 헤어나 새 삶을 찾도록 정성껏 얘기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격을 받은 워커 목사는 위기의 사람을 위한 상담센터를 만들었다. 워커 목사의 미담을 전해들은 신문기자는 ‘Telephone Lifeline Opened’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고 1962년 이후 생명의전화는 세계 곳곳에 설치되었다.

 

1971년 서울 무교동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상담하던 이영민 목사는 ‘아가페의 집’이라는 커피하우스를 마련해 방황하는 청소년에게 대화 장소를 제공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도록 했다. 한국생명의전화의 태동이었다.

 

종로구로 자리를 옮긴 이영민 목사는 곧바로 생명의전화 운동을 전개했고 1976년 9월 1일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라는 표어를 내걸고 개통식을 가졌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의 전화상담기관인 ‘생명의전화’가 탄생했다.

 

자원봉사나 상담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당시에 162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출했고, 그해 9월부터 12월 말까지 4,600건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계 생명의전화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전화가 온 사례였다. 심리상담을 전화로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39년 동안 걸려온 270만 건의 상담전화는 비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다.

 

자원봉사자로 인연을 맺은 1988년 이후 줄곧 생명의전화와 함께하고 있는 하상훈(55) 원장은 “생명의전화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119’로서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명의전화 자원봉사 상담원은 1년간 교육받는다. 1학기에는 상담의 기본과정을, 2학기에는 전화상담 과정과 실습을 익힌다. 교육 뒤에도 8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다가 생명의전화가 태어난 9월 1일 정식 상담봉사원 자격을 얻는다. 1년에 한 번 전국 상담봉사자 모임에 나가 친교를 맺고 정보도 나눈다. 이 모든 일은 봉사자의 자비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7천여 명이 교육받았고, 그 중에는 현직 교수도 상당수 포함됐다.

 

상담 교육과 실제 상담을 통해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잘 이해하고, 가족을 새로이 바라보게 됐으며, 직장이나 인간관계가 원만해졌다고 그들은 입 모아 말한다. 이곳 봉사자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 교육받은 1기생 중 아직도 상담하는 봉사자가 있고, 3천여 시간 상담을 해온 이도 있다.

 

생명의전화는 상담원 교육과 사이버상담원 교육, 자살예방 전문교육, 청소년 생명존중 프로그램 지도자 양성 워크숍, 생명사랑 캠페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997년 구제금융 위기 이후 자살이 급증하자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대안으로 범시민적인 ‘밤길걷기 대회’도 주최했다. 저물녘에 시작해서 동틀 때까지 밤새도록 걸으며 삶의 소중함과 생명의 역동성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생명존중 정신을 나누는 이 행사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인천 등 6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한강다리에서 투신자살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명의전화는 교량에 SOS 생명의전화를 설치했다. 현재 마포대교 등 13개 교량에 4대씩 설치되었고, 춘천의 소양1교와 부산 광안대교에도 SOS 생명의전화가 놓여있다.

 

전화상담만으로는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던 생명의전화는 1986년 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새싹어린이집, 여성노숙인쉼터 등을 운영한다. 고무적인 사실은 성북구자살예방센터를 생명의전화가 수탁받았는데, 이는 정부기관이 민간에게 위탁한 국내 첫 사례가 되었다.

 

생명의전화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는 오직 하나, ‘생명 존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화상담기관으로 다른 전화상담기관에 노하우를 전수한 생명의전화는 소통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오늘도 생명의전화는 ‘당신의 생명은 온 천하보다 귀하다’고 세상에 전한다. 그 울림은 분명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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