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좌측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0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전남 함평
  • 수상자(단체) : 모마리

인도네시아에서 온 희망의 나비, 함평을 밝게 물들이다

 

전라남도 함평군에 사는 모마리(40) 씨는 동네를 주름잡는 분위기 메이커다. 그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우렁찬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겹게 ‘엄마, 아빠, 이모, 삼촌, 아들, 딸’ 하고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누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만다.

이렇게 자타공인 함평댁으로 인정받기까지 그 세월 속엔 진한 눈물과 벅찬 감동이 공존했다.

 

인생을 바꾼 두 번의 선택

 

모마리 씨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중학교를 중퇴하고 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던 때, 동네 아는 언니가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자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

 

2004년 남편을 만났다. 결혼하면 잘 살 거란 이야기만 듣고 덜컥 결혼을 결정했는데, 발리에서 혼례를 올리던 중 남편이 청각장애인이란 걸 알게 됐다. 당장 이 결혼을 중단해야 하나 고민에 휩싸였다. 그런데 장거리를 이동하며 무리를 한 터라 몸살이 난 친정아버지를 극진히 돌보는 남편의 모습에 마음을 바꾸었다.

 

막상 한국에 온 모마리 씨는 모든 게 다 낯설고 서럽기만 했다. 거기다 농사일은 또 어찌나 힘든지 하루에도 몇번씩 도망가고 싶었다. 몰래 고향에 전화하는 일이 늘어갔고 급기야는 국제전화 요금이 120만 원까지 나왔다. 시어른들께 호되게 꾸지람을 듣겠다 싶어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남편이 아내가 이렇게 사고를 친 건 자신 때문이라고 울며 자책하는 게 아닌가. 얼마나 외롭고 어려웠으면 그랬냐는 것이다. 그 모습에 또 한번 모마리 씨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국 아내, 한국 며느리로 정말 잘 살겠다고 다짐했다.

 

모마리 씨와 네 명의 남자들

 

 

모마리 씨는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한국어를 통달하고, 웬만한 말은 능수능란해지자 수어까지 도전했다. 시어른들은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을 늘 가엽고 안쓰럽게만 여겼다.

오냐오냐만 할 뿐,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살았다. 모마리 씨가 수어를 배우고 나자 그는 남편과 시부모님 사이의 든든한 통역자가 되었다.

 

또 하나, 큰 변화는 남편이 일을 하게 된 것 이다. 남편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시어른들은 청각장애가 있는 남편을 마냥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모마리 씨의 꾸준한 설득과 노력 덕분에 남편은 아내가 첫째 아들을 임신한 때부터 지금까지 함평군청에서 관리 업무를 성실히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아들만 셋이 있다. 남편을 포함해 한 지붕 아래 네 명의 남자들이 살고 있는 셈이다. 첫째 아들은 중학생, 둘째와 셋째 아들은 초등학생인데, 아들들은 함평의 우등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첫째는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을 맡았고 함평군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원에 다니고 있다. 둘째 역시 형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전교회장으로 학교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형과 같은 영재원에 소속되어 있다.

 

특히 첫째 아들은 속이 깊어 때때로 그를 놀라게 한다. 모마리 씨는 첫째 아들이 다니는 함평중학교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창 예민한 나이에 주방에서 일하는 엄마 모습을 자칫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들에게 조심스레 물은 적이 있다. 아들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엄마, 나는 하루에 세 번 엄마 밥을 먹는 최고로 운 좋은 아들이야!”

 

넝쿨째 굴러온 행복은 커져만 간다

 

 

모마리 씨의 본명은 ‘마르하마 스리 마리아나’지만,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시어머니 모복순 씨의 딸로 살겠다는 의미로 ‘모마리’라 개명했다. 그는 어딜 가나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는 편이다. 함평중학교 급식실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모마리 씨는 배식할 때마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정겨운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오늘 더 잘생겨 보이는데 좋은 일 있구나!” “힘들어 보이니까 특별히 하나 더 줄게.”

 

요즘 그의 웃음소리는 한층 더 유쾌하고 화통해졌다. 그동안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어가니 흥이 부쩍 날 수밖에 없다. 오손도손 알콩달콩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함평댁은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 현재 페이지를 인쇄하기
페이지 처음으로 이동
아산사회복지재단 (05505)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43길 88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