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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9
  • 부문 : 자원봉사상
  • 소속(직위) : 동원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자
  • 수상자(단체) : 김승용

몸 불편해도 봉사활동 막을 '장애물'은 없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김승용(55) 씨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동원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1층에 마련된 경로식당에 나가 아침 일찍부터 음식 준비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곳 복지관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매일 무료 급식을 제공한다. 하루 평균 180여 명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쌀도 씻고, 다시물도 내고, 보리차도 끓여예.” 지적장애 2급의 김승용 씨가 동원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것이 올해로 11년째다.

 

복지관의 식당 봉사활동이 끝나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나가서 청소를 한다.그 밖에도 주말이면 낙동강변과 다대포 해안가에 나가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07년에는 북구자원봉사센터에서 낙동강변 환경정화행사를 하다가 ‘북이그린’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현재 ‘북이그린’에는 10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모여 낙동강변, 구포역 등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불법 광고물을 제거하는 등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행의 종합 백화점 같았던 과거

 

“하나도 힘 안 들고, 재미있어예.”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에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진심으로 즐거워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행복한 표정 너머에는 힘들었던 지난 과거로 인한 아픔이 배어 있었다. 김승용 씨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더 불행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불행의‘백과사전’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시릿했다.

 

김승용 씨는 1964년 대구에서 2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가 어렸을 때 이혼하면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지능이 낮다는 이유로 학교도 그만두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를 찾아가 잠시 함께 살기도 했지만, 노숙자들에게 끌려가면서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부랑자처럼 떠돌며 살았다. 열여덟 살 때는 부랑인 수용시설로 강제 입소되기도 했다.

 

부랑인 수용시설을 나온 후에도 길거리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인신매매로 섬에 끌려가 고물상, 멸치공장, 김 양식장 등에서 강제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왔다. 그렇게 착취당하면서도 돈 한 푼 받아보지 못했다. 1990년 진도에서 알게 된 지인과 해양경찰의 도움으로 섬을 빠져나왔지만 그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인생 열어 준 은인

 

노숙을 하며 지내던 김승용 씨는 문득 동생 생각이 났다. 동생이 살고 있다던 울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가던 사람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수염이 이렇게 길고,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지나가는 거라예. 그 아저씨한테 울산 가는 방법을 물어봤지예.”

 

그 사람이 바로 부산 애빈교회의 김홍술 목사다. 김 목사는 김승용 씨와 같은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주간 쉼터 및 합숙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김승용 씨를 보자마자 같이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인신매매범인줄 알고 안 따라 가려고 했어예. 그런데 명함을 받아서 보니까 목사님이더라고예.”

 

1990년 김홍술 목사를 만나 애빈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에 정착한 김승용 씨는 처음으로 무료 급식 봉사를 경험하게 됐다. 늘 남에게 빼앗기고 착취당하던 삶에서 누군가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삶의 기쁨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환청으로 인한 고통, 봉사로 잊어

 

김승용 씨는 봉사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귀에서 자꾸 나쁜 소리가 들려서 힘들어예.” 환청으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봉사활동에 전념하거나 여기저기 쏘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도 받고 있다. 지금은 접이식 침대를 쓰고 있는데 여유가 있으면 푹신한 침대를 하나 장만하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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