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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9
  • 부문 : 복지실천상
  • 소속(직위) : 엠마우스산업 팀장
  • 수상자(단체) : 정금숙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이 조금이라도 들 수 있다면"

 

 

“1남 7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공무원이고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셨는데, 워낙 형제가 많으니까 배울 기회가 저에게까지 오지 않았어요.

 

10대 후반부터 언니가 경영하는 의상실 보조로 일하다가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었어요.”옛일을 회상하는 엠마우스산업 정금숙(59) 씨는 30여 년 전부터 줄곧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시기, 정금숙 씨는 성당 레지오 모임에서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에서 운영하는 엠마우스작업장으로 봉사를 가게 됐다. 그때 장애인을 위한 특수사목을 하는 무지개공동회의 대표이사 천노엘(오네일 패트릭 노엘) 신부를 만나게 되고, 1985년 천 신부로부터 일자리 하나를 제안 받는다.

 

그 일은 발달장애인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의 생활지도원으로, 1985년 당시 엠마우스복지관이 개관하면서 그룹홈을 하나 늘리게 되었는데 그곳을 담당해달라는 것이었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사회복지 전공자도 아니고 해서 이 일을 길게 할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이들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겠다 싶은 거예요.”

 

낮에는 복지관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청소, 빨래, 요리를 하는 등 하루 24시간을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일상. 모든 일을 하고 받는 월급은 3만 원 정도. 하지만 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어느 날, 건강에 문제가 생겨 깊이 정이 든 엠마우스 그룹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엠마우스 그룹홈 일을 그만두고 쉰 2년 남짓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1989년, 정금숙 씨는 평생 기도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하고 평신도 사도직 서원을 한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다.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한 건, 앞으로의 삶을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결심이었다.

 

건강이 회복되자 1992년 5월 엠마우스 그룹홈과 같은 법인의 엠마우스산업에 입사했다. 엠마우스산업은 일반고용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발달장애를 가진 생산직원들은 가톨릭 전례 양초와 두루마리 화장지, 핸드타월을 만드는 일을 한다.

 

정금숙 씨는 “발달장애인 역시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다”면서 “경제적 자립은 굉장히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25년간 엠마우스산업에서 근무해오고 있는 정금숙 씨는 발달장애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매월 1회 부모교육과 연 1회 형제교육까지 주관하고 있다.

 

“비장애 형제가 장애 형제에게 부담을 갖게 되면, 연락처를 다 없애고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비장애 형제들에게 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국가지원을 설명하면서 장애 형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다만 잊지만 말라고 얘기해요.”

 

내년이면 정년을 앞두고 있는 정금숙 씨는 지금껏 한 번도 이직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고 하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이 조금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정금숙 씨를 곁에서 지켜봐온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의 가장 훌륭한 점은 발달장애인을 대할 때 언제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임하는 것이라고.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한 30여 년. 정금숙 씨는 퇴직 후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위한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하면서,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해 살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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