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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에 대한 회상

다음의 글들은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와 오랫동안 교분을 나눈 분들이 아산과 함께한 일화를 회고하면서 아산에게서 느낀 감회, 그리고 추모의 마음을 담은 글입니다.

하늘이 감동한 사람 정진홍(아산리더십연구원장)

하늘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남보다 뛰어나고, 헤아림이 놀랍고 다스림이 넉넉하여, 두루 사람들에게 가없는 기림을 받는 사람들을 우리는 그렇게 일컫습니다. 뿌리를 하늘에 두고 있으니 그 열매 또한 귀하고 드높은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거기 안깁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하늘을 감동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알 같아서 아예 뿌리내리는 일조차 힘겹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웬만하면 하늘을 탓하고 스스로 자지러드는 것이 나을 거라고 여길만한 삶이 그러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거기서 머물지 않습니다. 스스로 날개를 답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그래서 그 날개로 날면서 자기의 꿈을 실현합니다. 그러기 위한 도전과 성취가 그 삶을 채웁니다. 온갖 아픔과 좌절과 절망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견디어 냅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아픔도 아픔이 아니고, 좌절도 좌절이 아닙니다. 절망도 없습니다. 그저 시련이 있을 뿐인데, 그것은 오히려 삶을 더 온전하게 하는 받침돌 같은 것입니다. 마침내 하늘을 우러르기보다 하늘을 자기 안에 품습니다.

 

그런 분은 가난이 무언지 압니다.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병들어 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압니다. 저리게 겪은 슬픔이기 때문입니다.

배우지 못한 한도 알고 사회에서 불우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압니다. 산을 밭으로 일구면서, 공사장에서 등짐을 지면서, 쌀가게에서 배달을 하면서,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산다는 것이 무언지, 사람노릇하며 산다는 것이 무언지, 잘 압니다. 자존을 지키지 못한 민족이 겪는 비극이 무언지도 알고, 분단의 아픔이 치유되지 않으면 어두운 그림자를 후대에 남길 거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기에 삶이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음도 몸도 쉬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 마음과 마음을 함께 모으고, 일을 만나 지혜를 짜내어 성실하고 대담하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이제까지 있던 것과 해오던 것을 넘어 마침내 없던 것을 있게 합니다. 새 누리를 그렇게 빚어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이룬 꿈속에서 이제는 가난하지 않은 삶, 병들어도 슬프지 않은 삶을 누리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부자인 채 가난을 외면하지 못합니다. 건강한 채 병든 슬픔을 눈감지 못합니다. 세계 안에서 우뚝 서는 일을 위해, 하나가 되는 조국을 위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합니다. 기업을 일구어 세계 굴지의 것으로 만들고, 복지재단을 만들어 병원을 세우고 장학금을 줍니다.

 

올림픽 잔치를 내 조국의 마당에서 베풀어 온 세계 사람들을 모으고, 소 떼를 몰고 북녘 땅 길을 뚫습니다. 아쉬운 것도 없고, 후회스러운 것도 없이 꿈은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누구나 그를 그렇게 성공한 사람으로 일컫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다만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 땅에 태어나서 내가 물려주고 싶은 유산은 노동에 대한 소박한 신념과 성실을 중하게 여기는 좌우명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무서운 용기, 질풍 같은 추진력, 빈대에게서조차 배우는 기막힌 상상력이 그를 묘사할 법한데 뜻밖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峨山 鄭周永이 바로 그런 어른입니다. 그분의 이러한 삶에 하늘이 무심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분은 “하늘이 낸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감동한 사람”입니다. 아니, 하늘이 감동한 사람이기에 우리는 감히 그를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분입니다. 삶은 그러해야 합니다. 사람노릇은 그렇게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하늘의 감동이 이제는 오늘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점점 더 잔잔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그 감동의 파장이 더 크고 더 깊어질 것입니다. 하늘의 감동은 이렇게 땅의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여기 아산병원에서 우리는 그 감동을 새삼 확인합니다. 하늘에게 우리의 고마움을 아뢰고 싶습니다. 아산 정주영님께 또한 그렇게 우리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그 분이야말로 “하늘이 내신 분”이라고, 그래서 그 분을 기리고 본받아 “하늘을 감동시키는 삶”을 살자고, 우리 서로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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