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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22
  • 부문 : 효행ㆍ가족상
  • 소속(직위) : 제주 애월
  • 수상자(단체) : 최이리나

사랑받고 나누며 가족의 자랑이 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제주 애월에 온 최이리나(38) 씨의 본명은 ‘초이 이리나 아르카디예브나’이다. 할아버지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한 고려인이었고, 어머니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두루 익히며 자랐다. 최이리나 씨의 기억에는 한국식 국과 김치에 밥을 먹고, 매년 3월 4일이 되면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냈던 추억이 남아 있다.

 

최이리나 씨는 우즈베키스탄 소재의 대학에서 제과제빵과를 졸업한 뒤, 2005년 한국에서 온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두 달 만에 한국에 입국해 남편이 살고 있던 제주시 애월읍에 자리를 잡았다. 17년이 지난 현재 시부모와 시고모, 남편, 네 명의 자녀까지 총 아홉 명의 대식구가 한 지붕 아래 웃음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한 최이리나씨(왼쪽 세번째)

                                           <가족들과 함께한 최이리나씨(왼쪽 세번째)>

 

대가족을 비추는 밝고 긍정적인 마음 

 

최이리나 씨는 한국에 올 당시만 해도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경마공원 말 관리사로 바쁜 남편을 대신해 시부모와 지내며 한국어를 익혔다. 시부모는 최이리나 씨를 아껴 마을 경로당이나 회관에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밝고 선한 웃음으로 주변을 밝히는 최이리나 씨의 모습은 이웃 동네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면 심부름을 도맡아 해 칭찬을 많이 받았다.

 

최이리나 씨의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 새벽 4시 반에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네 자녀의 아침 식사와 등교를 챙긴다. 대식구가 사는 집안일에 더해 시부모와 함께 약 천 평의 논밭을 일구며 부추와 쪽파, 시금치, 귤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시고모의 식사를 챙기고 씻기는 것도 최이리나 씨의 역할이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아요. 칭찬보다 잔소리를 들을 때가 많죠. 시부모님이나 시고모님과는 처음부터 함께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어요. 가족이니까요. 제가 밥 먹을 때 같이 밥을 먹고, 병원 갈 때 갈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가는 건데 어려운 것이 있나요?”

 

하루가 바쁘고 힘들 텐데도 최이리나 씨는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족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자신이 효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부모가 살아있는 덕분에 함께 살 수 있는 거라며 오히려 감사를 전한다.  

 

1,400시간의 봉사활동, 봉사는 나의 힘

 

바쁜 일상에서도 최이리나 씨는 지역 주민자치위원회 위원과 반장을 맡아 일했고, 부녀회원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돕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일부러 시간을 내 마을 정화활동, 김장, 음식 나눔, 요양원 봉사, 다문화가족 결혼식과 나들이 등 지역 내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공식적인 봉사 시간만 1,400시간에 이른다.

 

특히 2012년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온 가족이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을 인연으로 그 해부터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산하의 참조은적십자봉사회 일원이 됐다. 상냥하고 야무진 성격으로 올해 1월부터는 봉사회의 총무를 맡아 살림까지 책임지고 있다.

 

“바쁘게 집안일만 하다 보니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취미 같은 것에는 돈이 들지만, 봉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그저 일손으로 돕는 것뿐인데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한다고 좋은 사람이라 인정받으니 행복했습니다.”  

 

러시아어에도 능통한 최이리나 씨는 지역 경찰서와 병원, 법원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어 통역이 필요할 때마다 통역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 통역가가 아니라 일상 대화 정도의 소통을 돕는 거라며 겸손해하지만, 타국에서 위급한 사건사고를 당한 외국인들에게 최이리나 씨의 존재는 어둠 속의 빛과 같다.

 

우즈베키스탄 문화 알리는 다문화 강사로도 활동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인 최이리나씨>

 

최이리나 씨는 인근 유치원과 학교에서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알리는 다문화 강사로 월 4회 활동하고 있다. 바다가 없는 나라인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를 이야기하면 제주 어린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인다.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러시아어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의 간단한 인사말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밝은 성격과 선행으로 최이리나 씨의 칭찬이 동네에 자자해 남편과 시부모까지 덩달아 어깨를 펴고 은근히 아내와 며느리 칭찬을 덧붙인다.

 

가족이라서 함께 살고, 함께 살아서 고맙다고 전하는 최이리나 씨는 앞으로도 제주의 작은 마을을 아름답고 따뜻하게 가꾸는 일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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