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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 시상명 : 아산상
  • 년도 : 2014
  • 부문 : 사회봉사상
  • 소속(직위) : 저소득층 무담보 소액대출 단체
  • 수상자(단체) : 사회연대은행

“우리 목표는 가난 퇴치입니다”

 

 

1990년대 후반, 식당을 운영하던 김옥연(58) 씨는 남편의 주식투자 실패로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떻게든 다시 집안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남편까지 암으로 세상을 떠나 산후도우미 일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야 했다.

 

2006년, 동생의 권유로 곱창집 창업을 알아보았지만 신용불량자인 그녀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연대은행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2% 저리로 1,5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빌려 서울 왕십리 인근에 작은 곱창집을 열었다. 또한 사회연대은행에서 파견된 RM(Relationship Manager) 김종진 씨로부터 위생관리, 고객응대, 조리법, 마케팅 등을 체계적으로 도움 받았다.

 

그 결과 김 씨가 운영하는 곱창집은 블로거들과 식도락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서히 맛집으로 알려져 성업중이다. 김옥연 씨는 이따금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다른 예비창업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Micro Credit)이라는 말이 있다. ‘작다’는 의미의 ‘마이크로’와 ‘신용’을 뜻하는 ‘크레딧’의 합성어로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무담보, 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를 일컫는 용어다. 방글라데시의 은행가이자 대학교수였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가 고안한 제도로, 방글라데시에서는 1976년 설립된 그라민(Grammeen) 은행에서 이 제도를 이용해 수백만 명의 극빈자들을 구제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이란 말을 언뜻 들으면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상환능력이 불확실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상식적인가, 비가 올 때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상식적인가? 대부분의 은행이 날씨가 좋을 때 우산을 빌려주는 곳이라면, 사회연대은행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내어주는 단체이다.

 

사회연대은행을 소개하려면 설립자인 이종수(현 한국사회투자 이사장) 전 상임이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미국계 금융회사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금융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일하면서 내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던 지난날의 결심을 떠올렸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네시아의 농촌 빈민들을 위해 일하며 마이크로크레딧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1999년 IMF 금융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던 우리나라에 귀국해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3년 2월, 뜻 맞는 이들의 사비 5천만 원을 마련해 사회연대은행을 발족하기에 이른다.

 

사회연대은행의 사업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앞서 설명한 마이크로크레딧 창업지원으로 2003년부터 현재까지 1,861개 업체에 357억 원을 지원했다. 사회연대은행은 RM(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운영 중인데, RM은 마케팅 전략, 창업 세무지식, 법률지식 등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동안 사회연대은행에서 지원한 가게의 5년 이상 생존율이 평균 70%로 일반적인 자영업 생존율인 20%를 훨씬 웃도는 것은 RM 제도 덕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둘째는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으로,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개소에 76억 원을 지원했다.

 

셋째는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 학자금 지원사업으로, 고금리 대출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한 학생당 최대 1,000만원을 연 2%이자로 대출하고 있다. 현재 4,600명에게 178억 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3년, 사회연대은행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사회연대은행의 설립 당시 궁극적인 목표는 ‘가난이라는 것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 즉 가난 퇴치였다.

 

김용덕 대표상임이사는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우산이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회연대은행이 앞으로 고안할 또 다른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모델이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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