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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장 "아산장학생 자부심으로 나누며 살겠다" 남재우

7월 18일 아침 7시, 아산장학생 ‘만남의 장’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잠실나루역 부근에 모인 학생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 어린 얼굴로 대기 중인 버스를 탔다. 이내 버스가 출발하였고,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행사 취지와 1박2일간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만남의 장은 울산의 산업현장 견학을 통해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아산정신’을 체험하고, 봉사와 나눔 교육을 통해 아산 장학생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한편 학생들끼리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되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만남의 장은 이미 7월 11~12일에 1회차를 진행하였고, 이번이 2회차 만남의 장으로, 1・회차에 걸쳐 모두 260여 명의 장학생이 참가하였다. 1회차 만남의 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처음 만난 어색함으로 아직까지 조용한 이 버스는 돌아올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왁자지껄해질 것이다.

아산정신과 봉사정신 특강
다섯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울산에서의 첫 일정은 울산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서울 이외에 대전을 출발해 대구에서 학생들을 싣고 온 버스와, 광주와 진주 그리고 부산을 거치며 학생들을 태워온 버스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울산대는 방학 중이었지만 전국에서 모인 아산장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은 작년에 준공한 기숙사인 청운학사 기린관에 2인1실로 방을 배정받았고, 각자의 방에 짐을 풀었다. 학교 측에서는 각 방을 깔끔히 정돈하고 침구류를 제공하는 등 아산장학생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배려를 해주었다. 학생들은 방마다 갖춰진 욕실과 에어컨, 냉장고 등의 편의시설에 감탄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때마침 교내에서 열리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특별전’을 관람하였다. 말로만 듣던 반구대 암각화를 마주하자 여기저기서 생각보다 큰 암각화의 규모에 탄성을 질렀다. 바위에 새겨진 여러 문양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반구대는 오후에 현지답사가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특강을 위한 강의실로 이동하였다.
첫 순서로 조성장 아산재단 사무총장의 재단 소개가 있었다.
조 총장은 재단의 설립 취지와 이를 위한 목적사업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장학금을 받는 재단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장학사업을 주로 하는 재단으로 알고 있던 학생들이 재단의 폭넓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순서로 아산정신 특강이 이어졌다. 강의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며 아산리더십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정진홍 교수가 담당했다. 정 교수는 정주영 설립자와의 만남을 통해 느낀 점을 감동적으로 전달하여 큰 울림을 주었다. 설립자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존경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이 바탕이 된 명강의였다(정진홍 교수의 강의 내용은 아산재단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세 번째는 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의 강의였다. ‘우리는 왜 나눔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주제로 지구촌의 빈곤과 인도적 지원에 대해 설명하였고, NGO를 통한 나눔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 강의는 특히 재능봉사를 통해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는 재능나눔장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들었다(1회차 행사에서는 김구한 아산리더십센터 교수와 김미아 지역아동센터 교육센터장이 아산정신과 봉사정신 강의를 맡았다).

암각화박물관과 언양불고기
제법 긴 강의로 졸음이 올 법도 한데, 아산장학생들은 한결같이 바른 자세로 강의에 집중했다. 모든 강의가 끝나자 한 남학생은 “아산장학생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장학금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강의를 통해서는 정신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표현하였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다음 일정인 반구대 암각화로 이동하였다.
울산대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는 선사시대의 기록인 반구대 암각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울산암각화박물관이 있으며, 많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당초 박물관 관람 후 반구대를 답사하고자 했으나, 현장이 물에 잠겼다고 하여 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물에 잠기는 날이 많은데, 학생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박물관 견학을 마친 일행은 지역 명물인 언양불고기를 맛보기 위해 인근의 음식점으로 이동하였다. 학생들은 첫날의 여독을 풀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삼삼오오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역시 음식 앞에서는 무장해제다. 밥을 함께 먹는 사이가 되자 금세 친해지기 시작하였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에는 다시 울산대로 이동하여 친교 활동이 이어졌다. 장학생 모임인 정담회에서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는데, 사회와 게임진행, 효과음이 전문가 못지않았다. 다양한 게임으로 하나가 된 장학생들은 더 이상 어색함이 없었으며, 게임을 즐기는 얼굴에서는 즐거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선뜻 나서지 않던 학생들도 열정적으로 게임에 참여하였고, 이후에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변해있었다. 첫날은 이렇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으며, 장학생들은 아쉬움을 안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아산의 정신을 체험하다
이튿날 초록색 단체티셔츠로 갈아입은 장학생들에게서는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우리는 자랑스러운 아산장학생입니다’라고 표현하는 듯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첫 행선지는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었다. 울산대를 벗어나 시내를 가로지르니 이내 ‘아산로’라는 도로가 나타났고, 건너편에 방금 생산된 것 같은 자동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학생에게 “아산로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가 건설해 울산시에 기부한 것”이라고 일러주자 통 크게 도로까지 기부했다며 ‘현대 스타일’이라고 대답한다.
일행이 탄 버스는 곧 공장에 도착했고, 학생들은 자동차 조립 생산라인을 견학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에서는 온갖 기계음을 내며 자동차들이 조립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동차 조립공정을 직접 본 장학생들은 연신 두리번거리며 눈에 보이는 모든 공정을 빠짐없이 살펴보았다.
“언론과 광고로만 접했던 현대자동차의 규모와 위상을 실감한다”며 이식주(여주대 간호학과 3) 학생은 옆의 학생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 일행은 안내를 받으며 공장 곳곳을 견학한 후 다시 버스에 올랐다. 공장 내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새로 생산된 다양한 자동차를 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다시 현대중공업으로 발길을 옮겼다.
현대중공업에 도착하자 문화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은 장학생들을 반가이 맞았다. 안내원의 인솔에 따라 아산기념전시실을 관람한 학생들은 설립자의 업적에 감탄했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손웅(고려대 경영학과 3) 학생은 설립자의 일대기를 체험하는 것 같다며 돌아가면 아산의 자서전인 <이땅에 태어나서>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영빈관이었다. 영빈관은 외국의 국가원수나 선주(船主) 등 귀빈을 맞이하는 곳으로 조선소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장학생들은 다과를 대접받았고, 최근 새로 지은 한옥에 들러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일행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초록색 잔디밭 위에서 기념촬영을 한후 본격적인 조선소 견학을 시작하였다.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조선소 규모는 웅장했다. 건조되고 있는 배들의 규모는 웬만한 빌딩보다 컸으며, 학생들은 그 위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대한 크레인과 수많은 중장비들이 마치 거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 질서 있게 작업 중인 기술자들을 보니 ‘세계 1위의 조선소’라는 말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
조선소 부지는 원래 소나무 몇 그루가 서있던 백사장이었다는 안내원의 설명에 많은 학생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민혜(국민대 발효융합과 3) 학생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스케일이 큰 조선소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이 자랑스러우며 이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선소 전체를 견학하자면 한나절은 걸릴 것 같았다. 배가 건조되는 도크를 중심으로 견학을 마친 일행은 점심을 먹기 전에 현대예술관에 들러 ‘엄마가 어렸을 때’ 전시회를 관람하였다. 관람 후에는 건너편의 현대호텔에서 뷔페로 점심식사를 마쳤으며, 소화도 시킬 겸 울산의 명소인 대왕암공원으로 향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공원은 신기하게도 선선했다. 해풍이 더위를 식혀 주었고, 바다로 향하는 오솔길은 나무향기와 바다의 냄새가 어울러져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내 바다가 보였다. 장학생들은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성환(중앙대 사회복지학과 3) 학생은 “일정 내내 귀빈으로 초대받아 대접받고 존중받는 느낌”이라며 배려해주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께 감사를 표현했다. 김정은(경복대 치위생과 3) 학생은 “울산을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한마음회관과 현대예술관, 대왕암공원 등을 통해 문화생활이 어우러진 멋진 도시로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카메라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공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 일정인 울산과학대학교로 향했다. 울산과학대의 명물인 음악분수는 경쾌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일행은 이곳에서 작별인사를 하였다. ‘만남의 장’을 통해 친구를 새로 사귄 장학생들은 아쉬움에 서로 포옹을 하기도 했다. 꼭 연락하라며 서로 손을 맞잡기도 하고,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처음 타고 온 버스에 올랐다. 빠듯한 일정에 피곤했을 텐데 돌아가는 버스 안은 내내 대화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들이 불과 하루 전에 만났던 사이인가 싶을 정도로 출발할 때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행사를 준비한 실무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장학생들과 만남의 장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든든한 동생들이 생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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