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이자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초대 이사장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1년이 지났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설립자를 잊지 않고 있다. 설립자는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오랜 소망을 좇아 1977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10년여의 준비 끝에 1989년 서울아산병원을 개원한 설립자는 ‘환자중심의 병원문화 정착’을 목표로, 의료 선진국의 시스템을 우리에 맞게 도입했고, 병원 구조는 물론 모든 부분을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간호사 등 환자를 대하는 직원 개개인의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 23년,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고의 병원으로 자리매김했고,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다. 설립자의 마음이 녹아든 우리의 도전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산정신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20년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그것은 ‘아산 정신’의 공유와 개원 당시의 초심을 찾는 일이었다. 아산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아산정신 체험 프로그램은, 설립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그 정신을 제대로 체득하고 이해하며, 나아가 소통을 통한 조직의 활성화를 이루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자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2011년부터 시작되어 2013년까지 총 20차수에 걸쳐 직원 860여 명이 참여한다.
울산, 설립자가 신화로 살아있는 곳 제7차 아산정신 체험프로그램은 지난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경주와 울산에서 진행됐다. 첫날 점심 무렵 경주 현대호텔에 도착해서 문화유산 답사를 겸한 트레킹을 시작했다. 불국사와 안압지, 첨성대, 대오릉의 천마총을 찾아가는 코스였다. 경주는 초등학교시절 여행지로 기억되는 곳이다. 아이 때는 각 건축물에서 웅장함을 느꼈다면 어른이 되어 찾은 경주에서는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되새기며 새로운 감흥을 즐겼다. 다음날 아침, 아산정신 체험을 위해 울산으로 이동했다. 울산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울산공업센터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성장하였다. 현대가 울산에 자리를 튼 것은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무렵이다. 1968년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가동되었고, 1972년 3월에는 세계적 규모의 현대조선소(지금의 현대중공업)가 기공되어, ‘현대’의 신화와 도전, 개척의 이야기를 만들어오고 있다. 설립자는 모두가 반대할 때 자동차 고유모델 생산을 추진했고,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 한 장으로 영국 은행에서 차관을 도입했다. 그리고 5만분의 1 지도와 미포만 백사장 사진만으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해 세계 조선사에 유례가 없는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선박 건조를 시행, 준공과 함께 유조선에 대한 명명식을 가졌다.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의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현재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최대 규모가 되었으며, 현대중공업 역시 세계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발돋움했다. 울산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50% 이상이 자동차와 조선소 관련 업무에 종사할 정도로 울산광역시는 ‘현대시’가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 자동차 조립라인 일부와 조선소를 버스로 둘러보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과 시설을 통해 설립자의 도전과 개척정신이 녹아 있는 현장을 밟아본 셈이다. 설립자는 기업활동 등을 통해 사회가 넉넉해지고, 나라가 번영해질 수 있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부모님으로부터 근면과 절약을 배웠고, 청년시절 정직과 성실로 쌀가게를 물려받았다.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신용을 기반으로 오늘의 현대를 이루어냈다. 자본도 기술도 없었지만 맨손으로 불가능에 도전했고, 길을 뚫고 댐을 쌓고 배와 자동차를 만들었다. 굳건한 의지와 개척정신으로 미래를 열어온 것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며 설립자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인 근검절약과 도전과 개척 정신, 인본주의 정신을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도전해야 할 과제도,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많다. 설립자의 정신과 열정은 당면한 과제를 풀고, 가로놓인 난관을 뛰어넘어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으며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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