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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노래 봄은 힘이 세다 고규홍

봄의 전령사, 목련 꽃이 피었다. 가지 끝에 피워 올린 꽃눈으로 나무는 햇살 끝에 담긴 봄을 오래 탐색했다. 언 땅을 뚫고 낮은 곳에서부터 가만가만 기어 올라온 촉촉한 봄기운에 안도한 나무는 붉은 빛을 소담하게 펼쳤다. 꽃잎으로 기워낸 모진 세월이 찬란하다. 솜털 가득한 꽃눈을 처음 틔운 건 지난 가을이었다. 그리고 겨우내 매운바람 맞으며 추위를 이겨낸 붉은 꽃이어서 그가 부르는 생명의 봄노래가 하냥 아름답다.

※ 고규홍 : 나무 칼럼니스트. 1960년생으로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나무>, <행복한 나무여행>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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