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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참 평화 우화에서 배우는 평상심 최근덕



파도소리조차 고즈넉한 외진 바닷가에 외딴집 한 채가 있고 어부 일가족이 살고 있었다. 어부의 아들인 소년은 맑고 착한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달리 친구가 없는 소년은 한나절을 바닷가에 나가 놀았다. 소년이 바위 위에 서서 휘파람을 불면 갈매기들이 모여들었고 소년이 팔을 벌리면 갈매기들은 소년의 팔 위며 어깨에 앉아 푸드득거리며 장난을 치곤했다. 소년과 갈매기는 스스럼없는 친구였고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까운 벗이었다. 소년과 갈매기는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의 아버지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 갈매기 한 마리 잡아오렴. 구워 먹으면 맛이 그만이래.”
소년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안 돼요, 아빠. 갈매기는 제 친구에요. 절대로 안 돼요.”
그러나 아빠는 며칠을 두고 끈질기게 졸라댔다.
“단 한 마리야. 그 많은 것 중에 단 한 마리야. 한 마리만 맛보자꾸나.”
아버지의 간절한 청을 끝내 물리치지 못하고 소년이 승낙을 하고 말았다.
“아빠, 약속하세요. 단 한 마리에요. 더는 절대로 안 돼요.”
소년은 울컥 슬픔이 치솟았지만 사랑하는 아빠의 소망을 단 한번 들어주기로 하고 오두막집을 나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꼬불꼬불 바닷가로 나가 바위 위에 우뚝 섰다. 그리고는 호기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푸른 바다 위를 한가롭게 날아다니던 갈매기들이 일제히 소년을 반기며 다가왔다. 스스럼없이 지저귀며 소년의 어깨며 팔에 내려앉으려던 갈매기들이 다음 순간 멈칫거리는 듯 하더니 휙 휙 떨어져 가 버리는 것이었다. 한 마리도 남지 않고 다 멀리 날아가 버렸다. 소년은 갈매기를 한 마리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소년은 갈매기들과 더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늘 혼자 앉아 파도소리만 들으며 외로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주 이 우화(寓話)를 생각한다. 사람(人間)은 ‘너’와‘나’가 어울려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살이는‘만남’으로 이어진다. 만남은 마음의 소통으로 시종한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 착각하는 수가 있다. 대단한 착각이다.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미물인 갈매기도 친숙해진 뒤에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한낱 우화로 돌릴 일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기(機 또는 機微)를 지니고 있다. 다 알아차린다. 내 마음이 본성(本性)에서 벗어나지 않고 평화로울 때, 상대도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평상심(平常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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