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서울아산병원 명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쳐드려요” 편집부

2평짜리 구두수선방에서 강신탁(57) 씨의 고생이 더 심해진 건 중국산 구두가 밀려들고부터입니다. 여자구두 굽고무를 갈 때가 문제입니다. 플라이어로 징을 꽉 잡아야 뺄 텐데 잡히지가 않습니다. 한국산은 징에 머리가 있고 요철이 있는데 중국산은 징에 머리조차 없어 잡히지 않습니다. 구두 징과의 씨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해결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탁탁탁!” 드디어 마침표를 찍으며 강신탁 씨는 아가씨 손에 부츠를 건넵니다.
“너무 적어서….” 아가씨는 수선비를 깎기는커녕 몹시 미안해 합니다. 수고에 비해 수선비가 적다는 생각을 하나 봅니다. 좀 전에도 똑딱 망치를 받던 드라이버가 비껴나며 아저씨 손가락을 살짝 치고야 말았습니다. “아얏”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묵묵히 다시 망치를 잡은 걸 아가씨는 압니다. 사실 요새는 구두수선방 찾기도 만만치 않아 이래저래 고맙고 미안합니다.

지방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환자분들도 꼭 들릅니다. 이곳에 오면 기다린 듯 강신탁 씨가  자리에 있다가 고장 난 데를 고쳐주기 때문입니다. 오시던 분이 안 오면 은근히 걱정합니다. 옛 시절 후생동에 있다가 동관이 신축되는 바람에 이전된 후 먼저분이 물려주고 간 구두수선방.  13년째 강신탁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가게를 지킵니다. 애환을 나누며 뜯어진 구두, 명품 구두, 검소한 구두를 가리지 않고 고쳐도 주고 약도 바르고 윤기도 냅니다. 그는 일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