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까운 나무 우듬지 이파리들에 단풍이 들면서 강원도의 가을은 시작됩니다. 발화점이기라도 한 양 나무 전체로, 순식간에 온 산과 마을의 나무들에 단풍이 번집니다. 그럴 때면 산골학교들의 운동장은, 잔디구장이 아니라 낙엽구장으로 변합니다. 학교 울타리를 따라 빙 둘러선 은행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의 노랑, 빨강, 홍갈색 이파리들이 너른 운동장을 촘촘히 수놓은 덕분이지요. 한 아이가 공을 차면, 색색의 이파리들이 덩달아 함께 날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뒤섞여 날립니다. 이렇게 팔랑팔랑 운동장을 뛰어노는 동안, 산골 아이들의 키는 높이 올라 갈 것입니다. 가을하늘처럼 말입니다.
※ <충돌과 반동>으로 잘 알려진 사진가 이갑철은 현재 프랑스 뷰Vu 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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