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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명소 “책도 보고, 아들도 만나고…” 편집부

“이리 와~.” 입원중인 아버지가 도서열람실 소파에서 어린 아들을 부릅니다. 두 사람은 방금 전, 털퍼덕 열람실 바닥에 앉아 만화삼매경에 빠졌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은 로봇처럼 읽던 만화책 3권을 들고 아빠 곁으로 갑니다.

아버지가 “휴~” 하더니 직수굿이 고개를 숙이다가 두 눈을 감습니다. 아들은 ‘허걱, 키득, 핫’ 등의 용어들이 난무하는 신세계에 빠졌습니다. 아빠도 그 세계에 함께 빠지고 싶은데 쉽지 않나 봅니다. 방학이 지나가는데 아빠와 아들은 도서열람실에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도서열람실은 동관 지하 1층으로 확장 이전 후 이용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45평 규모로 하루 400명 방문, 대여량 1,000 권, 책은 1만 6,000여 권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픔에서 해방돼야 할 환자, 보호자와 자원봉사자, 직원들이 시간을 나눕니다. 자원봉사자 22명은 요일별로 3~5명씩 돌아가며 책을 소독하고 대출을 돕는 등 묵묵히 봉사합니다.

유모차를 밀고 온 엄마. 조그만 소리로 “록록, 로꿍~” 하며 우는 아기를 어르더니 ‘비밀규칙’을 뽑다가 도로 꼽고 ‘살인자의 건강법’을 골라냅니다. 간이 아픈 10개월 된 아기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책을 봅니다. 꼭 책 제목을 보는 것만 같아 다른 아줌마가 고른 ‘처음처럼’과 바꿔주고 싶습니다. ‘권왕무적’ 17권 째를 끌어안고 잠에 빠진 할머니는 아기가 울어도, “건강에 대한 책은 어디에?” 묻는 소리가 들려도 깰 생각이 전혀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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