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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후배 사이 아름다운 ‘정담 네트워크’ 남영숙

참석자
이원석 : 정담 19기,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지원팀 차장
이희규 : 정담 25기, 현대건설 기술・품질개발원 초고층팀 과장
최원상 : 정담 32기, 2009년도 정담 회장
안민아 : 정담 33기

아산장학생 선ㆍ후배들이 홍대 앞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을 나눠주는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아산장학생은 특별하다. 성적우수자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친구들도, 저 멀리 중국 연변의 동포학생들도 아산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삼십여 년 간 2만 여 명의 학생들이 아산재단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산장학생 모임 정담회는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라는 정주영 아산재단 설립자의 참뜻을 공감하고 여기에 정을 돈독히 하자는 뜻을 더하여 ‘淨淡’이라는 아름답고 정겨운 이름으로 1979년 9월 1일,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 공식 발족되었다. 그리고 매년 신입생 환영회, 정기봉사, 하계농촌봉사, 회지 발간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서로를 평생 친구, 베스트프렌드라 부를 수 있는 끈끈한 인연을 쌓아오고 있다.

이원석 : 신입생환영회가 있다고 전화가 왔는데 나는 건방지게도 ‘장학금을 주면 줬지 뭘 나오라고 그래’ 생각했지. 장학생 모임이라 굉장히 고리타분하고 책만 보고 뿔테 안경 끼는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15년 정도, 인생의 절반 가까운 기간을 정담회와 함께했고, 좋은 기억들은 정담회와 관련돼 있어. 그래서 자신 있게 정담회는 ‘친구’라고 얘기하는 거야.

이희규 : 원석이 형을 정의하자면 친구, 고등학교 친구처럼 아주 서슴없이 얘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후배가 선배한테) 친구라 하면 너무 과감한가요? 형이 도와줘서 업그레이드된 이력서로 직장 옮길 때도 성공했죠. “정담으로 인해 배울 것도 많고 얻을 것도 많다. 대신 그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깐 찾아야 한다.”후배들한테 이렇게 가끔 얘기해요. 이렇게 디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요새는 네트워크가 중요하잖아요.

안민아 : 외동딸인데 정담회를 통해 대학생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좋아요. 앞으로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세일즈 해보고, F학점 받아 보고
이원석 : 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대학교 다닐 때 꼭 영업을 해보라고 거야, 신입사원들 면접도 보고 하는데, 어느 대학을 나왔건 업무능력은 별반 차이가 없어요. 업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나 응용하는 부분들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스펙이 좋은 애들이 뛰어난 건 사실인 것 같아. 그러나 내가 보는 건 많은 경험을 해봤냐는 거지. 세일즈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해외여행도 해보고 서클의 장(長)도 해보고 공부도 열심히 해보고 F학점도 받아보고…. 그런 다양한 경험들은 조직생활 할 때 응용력과 대응력이 생기게 해주지. 조직이라는 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사람과의 관계는 세일즈가 다 관여가 돼. 세일즈는 굉장히 전문적이고 전략적이고 회사에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포지션이 될 거야. 세일즈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이 달라. 전략적이고 융통성 있고 상황 대처능력이 빠르거든. 선배들한테 명함을 받으면 항상 “이건 식권입니다”라고 했지. 또 명함 뒤에 선배들의 인적 사항을 적고 반드시 일주일 내에 전화를 하고. (놀라워하자) 그래서 내가 정혜 누나(16기)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는지 기억하는 거야. 특히 광고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혜 누나나 오리콤 성아 누나(14기)를 만나 트렌드를 논의한다든지 해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어. 이게 5년, 10년 되니까 선배들과 굉장히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됐어요. 또 일부러 선배들에게 (선배님이 아니라) 형, 누나라고 그랬는데,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가 후배가 아닌 동생이 됐죠. 자기들도 모르겠대. 왜 그렇게 됐는지 하하.

미래를 디자인 하라
안민아 : 원상 오빠는 처음 모임 나갈 때부터 솔직히 저를 차기 임원으로 점찍은 것 같아요. 옛날엔 약간 짐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게 하나의 기회를 준 사람?

최원상 : 민아는 제게 한마디로 2010년을 책임질 사람이니깐. 2010년의 희망이다. (민아를 향해) 지금부터 미리 선배님들 섭외 잘 하고~ 참, 이번에 <선배와의 대화> 행사를 하거든요. 정담은 선배가 다양하고, 선배의 경험은 쉽게 듣기 힘든 얘기니깐 한번 해보자 했죠. 행사를 통해 정담회가 더 의미있는 모임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희규 : 예전에 어느 선배님이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 너의 50년을 계획해라, 그러기 위해 10년씩 나누어서 계획을 세워라. 그리고 10년은 2년씩…. 이렇게 반복을 하면 나의 내일과 오늘을 디자인 하며, 과거를 리뷰한다”라고요. 물론 지금 저의 직업과 위치가 10년 전 정담인이 되었을 때 계획한 모습은 아닙니다. 미래 목표를 향해 가는 한 모습이겠지요. 이제 여러분은 정담 속에서 많은 동기들과 선배님 그리고 후배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과 서로 손을 맞잡고 땀과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때로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논쟁으로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이원석 :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게 공부와 젊음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던 거 같아. 정담 친구들이랑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으면 정담에서 좋은 추억을 가졌던 사람들이 한 공간, 이를테면 ‘정담타운’ 같은 데서 옛 추억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어.

아산재단 장학생들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정주영 재단 설립자님의 뜻이 살아있다.

이희규 : 정담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을 알게 됐죠. 와이프도 얻게 됐고. 정담은 마르지 않는 우물? 언제나 퍼도 물이 나오는 거 같아요. 저도 앞으로 그런 우물이 돼야죠.

이원석 : 정주영 재단 설립자님이 장학사업을 시작하신 게 당신처럼 가난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 때문이라고 들었거든요. 우리는 그분의 철학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고요. 동기들끼리 그랬어요. 나중에 반드시 돕자, 받은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자고.

아산을 ‘산업계의 거인’이라 하지만 우리는 사람농사를 잘 지은 농사꾼으로 불러야 한다. 당신은 소학교를 나오셨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그 꿈의 농사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져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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