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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숲 이야기 송엽국 편집부

쓸쓸한 초겨울. 신종플루 때문에 방문이 제한돼 정원의 이야기도, 위로도 줄어들었습니다. 서관 4층 옥상정원 반대편에 가 봅니다. ‘회색 보도블록 뿐이니 얼마나 삭막할까?’상상하고 문을 여는 순간, 환한 햇볕과 난쟁이 나라 화초들의 푸른 잔치를 목격하게 되니 이 어인 일일까요? 새로 이사 온 송엽국, 분홍새덤, 금강기린초, 돌나물 등 여러 종의 화초들이 쫙 깔려 쉴 새 없이 떠들며 자신들을 바라볼 사람을 꿈꾸고 있습니다.

누워야 들릴 것 같은 그들 이야기. 키를 최대한 낮추고 화초의 바다에 들어가 봅니다. 송엽국 3대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진분홍 비단결을 가진 꽃 한 송이. 은은한 윤기에 만지기도 전에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집니다. 곁엔 다 져버린 꽃 한 송이와, 또 봉오리 맺힌 꽃 한 송이가 함께 있습니다. 한 줄기 가족인 그들은 봉오리를 틔워내며 계속 아름다울 작정인 게 분명합니다.

사철채송화라고도 불리는 송엽국은 석류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라고 하니, 참 멀리서 이곳 옥상까지 이사를 왔네요. 키는 약 20cm로 줄기는 옆으로 뻗어가며 잎은 두꺼운 육질입니다. 색상이 다양하고 햇볕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죽지 않습니다.

한 창에선 노란 불빛이 보이고, 한 창엔 얼굴을 손에 받친 채 생각에 잠긴 사람이 보이고, 한 창엔 반찬 그릇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180여 개 창 중, 이곳을 바라봐 주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는 듯하네요. 그래도 송엽국은 기쁩니다. 좀 전에 작은 벌레도 날아와 주었고, 언젠가 창문 사람들과 만나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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