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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사랑 “음악회 주인공은 환자입니다” 편집부

음악회 주인공은 환자입니다

매주 수요일 12시 30분, 서울아산병원 신관 로비에서는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대중가요에서 영화 주제곡, 클래식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장본인은 피부과 정운경(29) 전공의. 작년 10월 18일부터 40여 회 ‘사랑의 로비 음악회’를 열어왔다.

흔히 레지던트로 불리는 전공의는 잠자고,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병원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런 그가 12시~12시 반 사이에 점심식사를 후다닥 해치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음악 치료’라는 선물을 선사하고 싶어서이다.  

“제가 꿈꾸는 로비 음악회의 주인공은 환자와 보호자입니다. 신청곡과 함께 사연을 소개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이 축하나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것이죠.”

그가 잊지 못하는 신청곡과 사연들이 있다. 어떤 분은 ‘결혼 8주년입니다. 연애시절의 마음으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라는 사연과 함께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를 신청했다. 또 ‘우리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많이 아파요. 힘내라고 좋아하던 노래 ‘고기잡이’를 신청합니다’라는 사연을 전한 보호자도 있었다. ‘실연 당했어요. 수술 부위가 총 맞은 것 같아요’라며 ‘총 맞은 것처럼’이란 노래를 신청했던 분도 기억에 남아 있다. 전북 전주에서 1남1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원래 음대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음악은 업(業)이 아닌 취미로 하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1999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의사 수업을 받으면서도 의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반, 교회 성가대에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작년 10월, 서울아산병원이 내원객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신관 로비에 피아노를 놓은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주자를 모집하자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자원해 지금에 이르렀다. 전문의 시험과 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로비 음악회’를 50회에서 마칠 예정이다.

“제가 그만두더라도 누군가 다른 직원이 연주를 계속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로비 음악회는 병원을 찾는 이들이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연주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는 그 외에도 음악 자원봉사자들이 더 있다. 건진운영팀 한승명 간호사는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고, 특수검사팀 조현주 임상병리사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을 때마다 노래로 연주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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