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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편지 삐딱한 우산처럼 강교자

고속버스 창을 통하여 보이는 여름풍경은 초록색에 묻혀 살고 있을 너를 생각하게 하는구나. 초록은 건강함을 상징하는 색이라는 설명과 함께 내 손에 건네 준 ‘건강한 교포사회 만들기’ 초록빛 스티커, 그리고 “엄마, 지금부터 2년 안에 꼭 이루고 싶은 내 꿈이 무엇인지 아세요? 시애틀 지역의 모든 교포들의 가슴과 영업 간판에 이 초록빛 스티커를 붙이는 거예요” 하던 네 초록 꿈! 이 여름에 우거진 신록처럼 초록색 스티커가 물결치는 시애틀 거리를 너와 함께 꿈꾸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

여름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이글거리는 따가운 태양 볕 아래, 파랗다 못해 보라빛을 띠던 사해 바다의 풍경이다. 1981년 아버지와 함께 이스라엘을 찾았을 때였다. 더위 속의 여행에 지쳐있던 우리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보라 빛을 띤 물을 보았을 때, 함성을 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이 광야 같은 길목에 무슨 물인가?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이 땅에 있었던가?  안내원의 설명을 들은 후에는 더 크게 놀랐다. 이 곳이 지리 시간에 ‘죽은 바다’로 배웠던 사해였기 때문이다. 책을 통하여 죽은 바다라고 배웠던 사해는 당연히 더럽고 냄새나는, 시궁창처럼 썩은 물 같을 것이라고 상상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사해 바다는 아름다웠고 물은 얼마나 맑은지 바닥의 모래와 자갈들이 분명하게 보였다. 이 물 속에는 각종 값진 물질들이 많이 함유되어 좋은 약품과 화장품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물 속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작은 해초 한 뿌리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죽은 물이라고 했다. 이 바다는 가장 낮은 곳이어서 물이 흘러들어오기만 할 뿐, 자연 증발되는 것 이외에는 어느 곳으로도 흘러나갈 수 없기 때문에 고여만 있는 물, 즉 죽은 물이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염도가 높아 어떤 물체나 사람이나 이 물에서는 자연히 뜨게 되며, 풍부한 함유물질들로 인해 기름처럼 미끈거리는 물이지만 단 하나의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는 죽은 물이 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이 물이 죽은 물이라는 것은 정말 실감나지 않았단다. 아무리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더라도, 아무리 맑고 투명한 모습으로 보이더라도, 아무리 좋은 것을 그 안에 많이 품고 있어도 나눌 수 없으면 죽은 것이 되며, 받아들이기만 하고 내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죽은 것이 된다는 평범하면서도 참으로 중요한 삶의 지혜를 배웠음을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생명보다 더 귀중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이니? ‘온 세상을 얻고서도 그 생명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라는 성서의 질문은 우리에게 생명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주는 진리란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생명력 있는 삶, 생명력 있는 문화, 생명이 넘치는 사회는 오직 ‘나눔’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사해는 묵묵히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구나.여름나무들처럼 생명으로 충만하여 보람과 기쁨과 감격을 느끼며 사는 삶, 서로가 서로에게 축복이 되면서 살아가는 풍성한 삶은 오직 ‘함께 나눔’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란다. 지식도 기술도 재산도 건강도 시간도 오직 함께 나눌 때만 비로소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며 유익함과 기쁨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구나. 소유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그 것을 값있게 사용하는 것임을 우리가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제지수 13위 국가이면서 행복지수 102위인 우리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모두가 갈구하는 ‘웰빙’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니?  웰빙은 나누며 사는 삶이고, ‘웰빙문화’는 ‘나눔문화’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되니?  나를 위하여 소유하는 것으로 가치를 삼는 ‘소유가치’가 아닌 서로를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가치를 삼는 ‘나눔가치’로 사는 사람의 행복지수와 웰빙지수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겠지? 우리 인간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로 창조되어졌기 때문이란다.

죽음을 앞두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었어야 했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을 더 배려했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마음을 주고, 더 많이 나누었어야 했는데…’ 라고 깨닫고 후회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가 사는 날 동안 정말 욕심 부리며 노력해야 할 일은 오직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하며 서로 더 많이 나누는 것 뿐이라고 거듭 확인하며 다짐하게 되는구나.

The best use of life is to spend it for something that outlasts it(가장 잘 사는 삶은 영원토록 남겨지는 것을 위해 쓰인 삶이다)이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이 가슴에 새롭게 다가오지 않니?  먼 이국 땅에서 초록색에 파묻힌 여름을 지내느라 구슬 땀 흘릴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참 예쁘고 짧은 글을 네게 여름 선물로 보내고 싶구나!

‘삐딱한 우산이 아름답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가 더 젖을까봐 슬며시 옆으로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나도 항상 슬며시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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