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표지의 식물 홀아비꽃대 이유미

후후, 이렇게 순결하고 여리고 고운 꽃에 붙여진 이름이 홀아비꽃대라니 말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우리나라 산야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에게 붙여진 이름에는 개불알풀, 노루오줌, 땅빈대, 돼지풀, 며느리밑씻개…. 하지만 이 개구진 이름들이 꽃들에게 붙여지면 어느새 그 명사들에게 가졌던 선입견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내 정다운 마음이 들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곤 합니다.

봄이 되어 언 땅이 녹고, 숲가에선 홀아비꽃대가 올라옵니다. 무리지어 포기를 이루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쑥쑥 모아 접힌 잎새들이 줄기 끝에 뭉쳐 먼저 올라오지요. 봄 햇살이 제법 따사로워질 즈음이면 잎들이 조금씩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잎들이 미쳐 다 벌어지기도 전 성급한 꽃대 하나가 그 가운데서 흰 꽃들을 매달고 올라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그렇게 올라온 꽃대가 외롭게 하나여서 홀아비꽃대란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하지만 이 꽃대는 외롭고 힘들어 안쓰러운 홀아비란 말의 느낌이 아니라 꽃빛도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투명한 흰 빛이며, 꽃대에 달리는 꽃들은 꽃잎도 없이 수술대로 이루어져 꽃밥과 씨방은 아래 감추고 있는 아주 단순하고도 멋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홀아비꽃대는 소박한 우리 꽃이면서도 때론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던져주기도 하지요.

누군가 이 잎새 사이에서 피어 올라오는 꽃들을 보며 마치 진주조개 사이에서 올라오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연상했는데 깊이 그 느낌에 동감했습니다. 그만큼 순결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이야기지요.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그 꽃에선 그윽한 향기가 숲으로 숲으로 퍼져나가고 이내 활짝 펼쳐진 잎새들을 배경처럼 한껏 봄 숲을 향유합니다.

홀아비꽃대에 이 이름 대신, 무엇인가 아주 우아하고 고결한 이름이 붙여졌다면 숲에서 이 꽃을 보는 우리의 마음이 이리 정답고 흐뭇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든 식물이든 다정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합니다.

이미지 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