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따라 가장 큰 잎 달고 사는 수생식물 현진오


가장 큰 잎 달고 사는 수생식물 - 낙동강 습지의 가시연꽃

우리나라 식물 중에서 가장 큰 잎을 달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크기는 얼마나 될까?
큰 잎을 내는 식물로 연꽃, 개병풍, 병풍쌈, 큰천남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연꽃이나 개병풍도 큰 것은 지름 1미터 가까이 자란다. 그러나 이들 어느 것도 가시연꽃에 비길 바는 못 된다. 가시연꽃은 가장 큰 것이 지름 210센티미터에 이르는 놀랄 만한 큰 잎을 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큰 잎을 가진 식물이 풀이고, 그것도 한해살이라는 점이다. 봄마다 작은 씨앗에서 새 잎을 내는 식물이 어떻게 그리도 큰 잎을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수온이 따뜻해지는 여름에 매우 빠른 성장을 해 어떤 때는 하루에 20센티미터 이상 자라기도 한다니, 예사로운 식물이 아님은 틀림없다.

가시연꽃의 두 번째 신비는 매년 같은 연못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해거리를 하므로 올해 무성하게 자라던 연못이라 하더라도 이듬해나 이후 몇 해 동안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씨앗이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어 싹을 틔우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압력, 수온 등 여러 조건이 딱 들어맞는 해에만 신비한 생명 현상을 잠깐 동안 보여주고 사라지는 셈이다.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서 '가시연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앞쪽은 짙은 녹색, 뒤쪽은 검붉은 보라색을 띠는 잎은 온통 가시투성이다. 아름다운 자주색 꽃이 8월 말부터 9월 중순에 피는데, 낮에 피었다가 밤에 오므라든다. 꽃받침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달려 있다.

가시연꽃은 오래된 저수지와 연못에서 만날 수 있다. 충청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을 포함해서 중부 이남에서 주로 발견되며, 경상북도 영천, 경산 같은 낙동강 배후 습지의 여러 연못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고, 씨앗을 약으로 쓰기 위해 오래 전에 들여다 심었다는 설도 있으나 명확하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대만, 중국, 러시아, 인도에 분포한다.
급속도로 습지가 파괴되는 현장에서 바라보는 가시연꽃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수많은 수생식물들과 함께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 채 슬픈 운명을 맞이해야만 하는가? 안타깝다.

사진과 글 : 현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