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기 은유의 융단을 타고 환상의 세계로 윤형재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작가 황영성은 1941년생으로, 파슨스 갤러리, 뉴욕의 갤러리 코바렌코, 네덜란드의 생레미 반고흐 기념관, 프랑스의 헨리무어 갤러리, 런던 등에서 전시를 하였으며, 조선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하였다. 황영성의 회화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다가온다. 유년 시절의 쓰라린 아픔 때문에 더욱 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움 등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초기 작품에는 ‘가족’과 ‘마을’이 화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기에는 들판이 있고, 개울과 산, 화초와 숲이 있고, 가축들, 특히 소가 등장하여 우화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즐겼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일상적 환경과 일상적 삶 속에 숨쉬고 있었고, 소박한 삶의 향취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의 삶의 향취는, 그 삶이, 의식이, 문명의 때에 물들지 않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에 머물러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황영성은 이러한 세계를 자유로운 환상의 세계로 옮겨 놓았는데, 이것은 직설적이 아닌, 은유적이며 우화적인 동심의 세계였다.

추상 속의 세상
중기 작품 속에서는 독특한 작가만의 세계가 연출되었다. 기본적인 특징은 평면적이며 동시에 단면화된 분할적 화면 구성, 대상에 대한 하늘에서 내려보는 듯한 조감도적 시각 설정 등으로 요약된다. 색채는 회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변주가 특징처럼 느껴진다. 가족에 대한 의식은 점점 여유로워져서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주변, 나아가 지구촌까지 해석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때문에 자연의 풍물은 보다 추상화되고, 때로는 기호화되고 있으며, 인물이나 동물의 이미지는 가면화되고 있는데, 작품들은 점점 장식적인 요소를 함께 지니기도 한다.
색채 또한 다채로워지며, 강한 대비도 즐겨 사용하면서 초기의 서술적 표현으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마치 상징주의 회화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한편 주제에 대한 면 분할 등의 새로운 접근은, 규칙적인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또다른 양상의 변주로도 보여진다.
근래에 와서 황영성은 매우 독자적인 어법으로 자신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더없이 순박한 심성으로 자연과 인간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글쓴이 윤형재는 서양화가이다.